감정적인 동료
미스터 마켓(Mr. Market)과 투자자는 공동으로 상장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매일 미스터 마켓은 해당 기업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발표한다. 투자자는 그 금액을 지불하고 기업의 지분을 더 매수하거나, 기존 지분을 매도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있다.
이런 방식은 투자자가 더 큰 우위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시장은 가격을 결정할 뿐이지만, 선택권은 투자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거래를 결정하는 것은 미스터 마켓이 아니라 투자자이며, 거래 가격과 방향을 결정하는 것도 투자자의 몫이다. 더욱 좋은 점은 미스터 마켓이 바보라는 사실이다. 속담에서처럼 미스터 마켓은 포커 테이블에서 호구다. 기분이 좋을 때는 오로지 기업에게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만을 보면서 아주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 반대로 기분이 나쁠 때는 온갖 나쁜 요소를 제시하면서 가격을 후려친다.
미스터 마켓에 대한 이런 이야기는 벤저민 그레이엄에게서 비롯되었으며, 워런 버핏이 대중화시켰다. 마스터 마켓은 매일 자기가 만든 옷을 마네킹에 입혀 놓고 기분에 따라 가격을 정하는 디자이너와 같다.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매가 아니라 도매가로 사야 한다. 미스터 마켓이 우울해져서 아주 좋은 옷을 원가로 제시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매수해야 한다.
선 vs. 악
요즘 들어 미스터 마켓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기본 개념은 여전히 그대로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폴 울리도 주식시장을 이와 비슷하게 묘사한다. “적극적인 투자는 두 가지 주요한 전략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각 자산이 창출할 수 있는 현금 흐름 기대치를 바탕으로 한 전략이다. 다른 하나는 펀더멘탈 가치는 무시하고 단기적인 가격 움직임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미스터 마켓은 오직 신만이 알 수 있는 기업의 정확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투자자들은 오로지 가늠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기업의 가치는 대중의 행동에 의해 부풀려지기도 한다. 때로는 급격히 부풀어 오른 가격이 진정한 가치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 모습에 대중은 두려워하지만, 이런 대중의 두려움에 맞설 수 있는 이들에게는 기회가 된다.
투자는 권선징악과 비슷하다. 좋은 투자자는 미래 현금 흐름만을 보고 주식을 보유하며, 공개 시장에서 훨씬 더 쉽게 사고팔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 실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이 밖에 다른 모든 투자자는 나쁜 투자자다. 다행스럽게도, 선은 보상을 받고, 악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정의가 실현된다.
골치 아픈 현실
유감스럽게도, 이런 권선징악의 이야기, 즉 좋은 투자자-나쁜 투자자 구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위와 같은 좋은 투자자는 너무 지나치게 단순화된 것이다. 시장에는 단순히 1) 미래 현금 흐름 예측을 기반으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냉정하게 투자하는 펀더멘탈 투자자 그리고 2) 감정 또는 어떤 어리석은 것에 휘둘리는 투자자, 이 둘 말고도 많은 참여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예상보다 높은 분기 실적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하는 기업만 찾아 투자하는 투자자가 있다. 이들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고, 그런 다음 긍정적이지 않는 뉴스가 나오면 매도한다. 이런 투자자는 기업의 펀더멘탈에 기반해 투자 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두 번째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래 현금 흐름 예측에 기반하지 않기 때문에 첫 번째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다. 완전히 다른 유형의 투자자란 말이다.
거시 경제적 조건을 기반으로 하는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 초반에 물가 상승 압박이 너무 높아졌고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유틸리티 주식 대신 원유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결정한 투자자는 펀더멘탈 투자자였다. 특정 기업을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이며, 기업 수익에 기반해 투자한 것이다.
좋은 투자자-나쁜 투자자 구조 밖에 있는 투자자를 그레이엄과 버핏은 “감정적” 투자자라고 했고, 울리는 “추세와 모멘텀” 투자자라고 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표현도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예상 현금 흐름을 다시 계산해보지 않고 방어적인 이유로 주식을 거래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그렇다면 지난 10년 동안 매년 배당금을 증액한 기업에 투자하는 이들은 “펀더멘탈” 투자자일까? 해당 주식이 나올 때까지 데이터베이스를 샅샅이 뒤지는 방식이라면, 미스터 마켓의 기준으로는 아닐 것이다. 반면에, 오로지 우량 기업만이 매년 배당금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맞을 수 있다. 그런 속성은 기반이 되는 사업에 대해 알려준다. 그런 정량적 방법은 미스터 마켓이 알고 있는 가격을 정확히 예측하려는 시도로서 그레이엄, 버핏 및 울리가 선호하는 또 다른 접근 방식이다.
누가 호구일까?
이들은 주식시장의 행동을 좋은 면에서 바라보는 낙관론자다. 비관론자는 완전히 뒤집어서 생각한다. 사실, 어닝 서프라이즈를 추구하는 투자자도 있고, 거시 경제적 예측을 기반으로 하는 투자자도 있으며, “투자 팩터”(예를 들어, 배당금 증액, 낮은 PBR 배수 또는 시가총액이 작은 소형주)를 중점으로 투자하는 이들도 있다. 맞다, 저마다 투자 이유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다만 유감스러운 것은 많은 투자 전략이 일반적으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많은 사람들도 이미 비슷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관론자의 방식도 대체로 틀리지 않는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경우, 여러 가지 저명한 펀드들이 어닝 서프라이즈 전략으로 우수한 성과를 올렸다. 물론 그 후 우수한 성과는 빛을 일었다. 광범위한 거시 경제 테마를 기반으로 투자한 뮤추얼 펀드들은 훨씬 더 나빠졌다. 투자 팩터의 경우, 현재 수백 개의 전략적 베타 펀드들이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이 해당 분야의 벤치마크 지수를 추종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시장을 이길 때에도 같은 주장이 적용됩니다. 울리는 전문 펀드들 중 실제로 장기적인 현금 흐름만을 보고 투자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가 언급하지 않은 것은 그런 펀드 중 지수보다 우수한 성과를 올리는 비율이 덜 도덕적인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보다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미스터 마켓이 드레스를 헐값에 내놓을 때는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이미 유행이 지났고, 드레스를 구입한 사람이 6개월이 지나면 더 이상 입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수 있다. 또는 드레스의 한 부분이 헤져있음을 알아챘을 수도 있다. 그러면 마네킹에 입혀놓은 모습 근사해 보이지만, 직접 입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다.
미스터 마켓을 속이기 쉬운 상대라고 생각하면 위로가 될지 모르지만, 그러면 안 된다. 대게 테이블에서 너무 자신감이 넘치는 투자자가 바로 호구인 경우가 많다.
자료 출처: Morning Star, “Mr. Market Isn’t So Foolish, After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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