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 에너지 도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21세기 판 지정학적 지도”를 새롭게 그려나갈 것이다.
국제 재생 에너지 기구(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 IRENA)에서 최근 발표한 보고서(Global Commission on the Geopolitics of Energy Transformation)에 따르면, 재생 에너지의 부상이 국가들의 에너지 독립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많은 국가들이 원유와 천연가스 같은 지역적으로 편중된 천연자원 대신 어디에나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풍력과 태양광을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면, 가격 급등과 공급 붕괴에 따른 취약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세계 에너지 시스템에서 화석 연료의 지배력이 줄어들게 되면, 호르무즈 해협이나 말라카 해협 같은 요충 관문의 전략적 중요성 역시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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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중요한 점은 재생 에너지가 거의 원하는 만큼 확장할 수 있고, 설비 분산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IRENA 보고서에서는 재생 에너지의 분산 가능한 특성이 바로 에너지 민주화의 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생 에너지는 에너지 공급을 분산시켜, 시민, 지역 사회 및 도시에 에너지 권력을 이양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민주화의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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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에너지와 화석 연료의 주요한 차이점 중 하나는 비용이다. 재생 에너지는 유한한 천연자원이 아니라 하나의 기술이기 때문에, 그 비용 또한 계속 줄어들 것이다. IRENA 보고서에서는 수요가 높아지면 희소성이 부각되어 가격이 상승하는 천연 자연과 재생 에너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이렇게 주장한다.재생 에너지는 한계 비용이 거의 없으며, 특히 태양광과 풍력의 경우 용량이 2배로 증가할 때마다 약 20%의 비용 절감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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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에너지 전환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략적 요충 관문도 점점 사라질 것이고, 가격 변동성도 줄어들 것이며, 상대적으로 소수 지역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 또한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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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전환이 다른 복잡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많은 국가들이 자국 내에서 더 많은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면, 대기 오염과 수입 비용은 줄일 수 있겠지만, 이 청정 기술에는 다양한 광물과 금속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새로운 위험이 대두될 수 있다.
코발트, 구리, 리튬, 니켈, 희토류, 기타 광물 및 금속에 대한 필요성이 오늘날 세계 각국이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국에 의존하는 상황과 비슷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세계 코발트 공급의 약 60%는 콩고 민주 공화국이 담당하고 있으며, 전기 자동차 생산 증가로 코발트 수요가 급증하면서, 콩고에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및 환경적 문제로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화석 연료 수출국들(주로 OPEC의 주요 산유국들)에게는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이 심각한 위험이다. 에너지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세계를 국가가 어떻게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는 분명 화석 연료의 소비/생산 규모와 청정 기술을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IRENA 보고서에서는 y축에 화석 연료 수입 의존도를, x축에 대한 재생 에너지 관련 특허 건스를 배치해 간단한 차트를 만들었다. 이 차트에 나타나 있듯이,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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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필요도 없이, 한 분야에만 탁월한 국가는 극적인 경제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한 심각한 곤경에 처할 것이다. 청정 에너지로 전환이 이루어질수록 곤경에 처할 다른 국가들로는 카타르, 리비아, 앙골라, 콩고 공화국, 쿠웨이트, 아랍 에미리트 연합 등이 있으며, 보더 덜하긴 하지만 러시아, 이란, 알제리, 아제르바이잔도 그런 축에 속한다.
문제는 이들 중 많은 국가들이 점점 더 큰 위험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베팅을 더 늘리면서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몇 년 전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을 발표했지만, 구하고, 왕세자 모하메드 빈 살만은 이 개혁 계획의 목표에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오히려 사우디 정부는 원유 생산 능력 확대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우드 메킨지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전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 소비가 40%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 지출은 전혀 감소하지 않고 있다.
사실, 비뚤어진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수요가 고점을 찍었고, 재생 에너지의 부상을 전혀 부정하지 않고 있다. 우드 메킨지의 제시카 브루어는 논평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분야에 돈을 쏟아붓고 있으며, 그에 따라 원유 수요가 고점을 찍은 마당에서 마지막까지 계속 원유를 생산해 내려고 한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에너지 전환과 향후 20년 안에 원유 수요가 고점을 찍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공통된 시각이다. 하지만 생산 비용이 가장 낮은 산유국들은 원유를 땅속에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 오히려 위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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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EU 및 일본은 훨씬 더 좋은 위치에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자,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다. 이 분야의 기업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화석 연료가 점차 고갈되면 하나 둘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IRENA 보고서는 미국이 또한 “청정 에너지 레이스에도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라면서, “미국 기업들은 로봇, 인공지능 및 전기 자동차 등 신기술 분야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크고 부유한 국가들만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으로 수혜를 보는 것은 아니다. IRENA 보고서는 아이슬란드를 “재생 에너지를 기반으로 경제 체재를 변화시켜 혜택을 입은 좋은 예”로 가리킨다. 아이슬란드는 20세기 동안, 석탄 및 원유 수입에 크게 의존하던 유럽 최빈국에서 전력 생산을 100% 수력과 지열 에너지로 전환하면서 생활 수준이 높은 국가로 발전했다.
자료 출처: Oilprice.com, “Energy Transition Will Upend Geo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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