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이 어려운 이유

락쉬만 아추탄(Lakshman Achuthan)은 2011년 TV에 출연해 머지않아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는 예측을 내놨습니다. 뭐 특별히 대담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대공황 시대 이후 예측은 경제학자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아추탄의 예측은 조금 달랐습니다. 자기 예측이 틀릴 경우를 미리 상정해 놓은 것입니다. “2012년 전반기 또는 4분기까지 경기침체가 나타나지 않게 되면, 내 예측이 틀린 것이라고 봐도 됩니다.”라고 밝혔단 말이죠.

그리고 2012년 전반기에 경기 침체 조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추탄은 이제껏 예측을 내놓은 다른 경제학자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게 됩니다. 공개적으로 “제가 틀렸습니다.”라고 자기 실수를 인정한 것입니다.

아주 드물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는.

예측이 맞아 떨어지기 여러운 이유는 세 가지 때문입니다.

1) 경제나 시장에 대한 예측 대부분은, “내일도 해가 뜰 것이다.” 처럼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라, 훨씬 더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2) 너무 많은 곳에서 너무 많은 예측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에 너도나도 책임성 없게 예측을 남발하기 때문입니다.

3)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예측이 분명한 표현 대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아주 모호한 말을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자들만 예측을 하는게 아닙니다. 기업들은 예산을 예측하고, 투자자들은 수익을 예측합니다. 제조업자들은 주문 생산량을 예측하고, 광고업자들은 광고 건수를 예측합니다.

예측을 내놓을 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만, 예측이 틀리건 맞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또 예측이 틀릴 위험을 감수해야 그 만큼의 보상이 돌아옵니다. 예측과는 달리 분명하지 않거나 예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모든 예측에는 다음 네 가지 결과 중 하나가 뒤따릅니다.

  • 예측한 이유대로 예측이 맞아 떨어진다. 아주 좋은 경우지만, 어렵고 희귀한 일입니다.

  • 예측한 이유는 아니지만 어쨌든 예측은 맞아 떨어진다. 이것도 드문 경우지만, 자신을 과신하게 만들어, 잘못된 길로 인도할 소지가 있습니다.

  • 예측이 틀렸지만, 미리 예측을 모호하게 했기 때문에 자신을 정당화시킨다. 아주 일반적인 경우입니다.

  • 예측이 틀렸고, 이를 확인한 다음 더 나은 길로 나간다. 위에서 아추탄이 한 것처럼, 예측과 더불어 예측이 틀릴 경우에 나타날 상황을 염두에 둠으로써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캐롤 타브리스(Carol Tavris)는 “Mistakes Were Made (But Not By Me)”에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증거 앞에서, 생각 또는 행동 양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집요하게 자기 생각을 정당화한다. 아무리 반박할 수 없는 증거가 있더라도 자기 정당화라는 정신적 갑옷이 뚫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심리학적 이유는 자기 생각에 반하는 증거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증거를 제시한 사람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어떤 기업을 분석해보니 훌륭한 기업이어서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글을 올렸다고 합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제 분석이 이러저러해서 틀렸다는 댓글을 답니다. 그러면 제 머릿속에서 이러저러한 이유를 살펴보는 게 아니라, “내가 너보다 더 분석을 잘한다.”라는 소리로 들립니다. 나름 열심히 분석했는데 말이죠.

달은 보지 않고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꼴입니다. 우리 대부분이 다 비슷합니다. 아무리 얼굴이 두꺼워도, 또 아무리 겸손한 사람이라도 그렇습니다. 일단 손가락만 보게 되면 자기방어적이 되기 마련입니다. 심한 경우 댓글로 개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스스로 예측에 한계를 정해 놓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측을 하면서, 예측이 틀릴 경우에 대해 전제를 달아 놓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테슬라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될 것이다.”라는 예측을 합니다. 그리고 전제로 “2050년까지”라는 전제를 미리 깔아 놓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일단 다른 사람의 반론에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무슨 테슬라가?”라는 댓글이 달린다면, “그러니까 2050년쯤 되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거 아니냐”라고 생각해 버리면 됩니다.

이렇게 한계를 정해 놓으면 다른 좋은 점도 있습니다.

자신의 예측이 틀렸을 때 빠르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골드만 삭스의 CFO는 “지난 며칠 동안 연속으로 예상과는 달리 시장이 엄청난 변동성으로 움직였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우리 모델은 완전히 틀렸습니다.”라고 실수를 인정하는 대신, 아주 애둘러 표현한 것입니다. 예측이 틀렸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예측이 틀릴 경우를 상정하지 않을 경우에 이렇게 되곤 합니다), 자존심을 굽힐 의향이 없음을 의미합니다.

자기 예측이 틀렸음을 받아들이고, 예측을 다듬어 나가는 것이 훌륭한 일입니다. 나이키의 설립자 필 나이트는 말을 생각해 볼 일입니다.

“때로는 포기할 줄 알아야 합니. 포기할 때를 안다는 것은 언제 다른 일을 시도해야 할지 아는 현명함입니다. 포기란 끝이 아닙니다.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멈춰서는 안 됩니다.”

예측을 더 조심스럽게 하게 됩니다. 대부분이 예측을 남발하는 이유는 그냥 예측을 내놓고 예측이 맞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편하기 때문입니다. 위험한 일입니다. 이런 예측은 정밀한 분석을 통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바라는 바를 말하는 것일 뿐입니다.

예측에 한계를 둔다는 것은 처음부터 예측이 틀릴 경우를 상정해 두는 일입니다. 그래야만 예측이 틀릴 경우를 대비할 수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때문에 예측에 조심성이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Collaborative Fund, “If I Were Wrong, What Would It Look 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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