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나온 인텔 최초의 상용 칩에는 2,250개의 트랜지스터가 내장되어 있었다. 오늘날의 컴퓨터 칩은 거의 수 십억 개의 트랜지스터로 채워져 있다. 그렇게 작은 정사각형 및 직사각형 전자 부품이 우리의 컴퓨터, 인터넷 및 전체 디지털 세계를 움직이는 두뇌이다.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펜타곤에서부터 지역 은행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업무를 지원하는 컴퓨터 시스템이다. 이 모든 것들이 모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물론 실리콘 칩으로 재탄생을 거치지만 말이다.
그런 칩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극도로 복잡하다. 여기는 반드시 순수한 실리콘이 필요하다. 미량의 불순물이라도 작은 시스템을 깨뜨릴 수 있다.
실리콘은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물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곳에서 산소와 결합된 SiO2, 일명 석영의 형태를 띠고 있다. 문제는 자연적에서는 실리콘이 절대 순수한 원소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석영에서 실리콘을 분리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다.
1 단계는 유리 제조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종류의 고순도 규사를 사용하는 것이다. (석영 덩어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를 강력한 전기로에 넣어, 화학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대부분의 산소를 분리시킨다. 이로써 거의 99%의 순수한 실리콘인 실리콘 메탈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아직 최첨단의 용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태양 전지판 제조용 실리콘은 순도 99.999999%는 되어야 한다. 컴퓨터 칩 제조용은 더 까다로워서, 순도 99.99999999999%의 실리콘이 필요하다. “Sand: The Never-Ending Story”에서 지질학자 마이클 월랜드(Michael Welland)는 “우리는 수 십억 가지 실리콘 친구들 중에서 실리콘이 아닌 외로운 원자 하나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쓰고 있다.
이런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복잡한 화학 공정으로 실리콘 메탈을 처리해야 한다. 첫 번째 단계로 실리콘 메탈을 두 가지 화합물로 전환시킨다. 그중 하나는 광섬유의 유리 코어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주성분인 사염화규소다. 다른 하나는 트리클로로실란으로, 추가 처리를 통해 극도로 순수한 실리콘 형태인 폴리실리콘이 되며, 태양 전지와 컴퓨터 칩의 주성분으로 사용된다.
이들 각 단계는 여러 기업에서 수행할 수 있으며, 단계를 거칠 때마다 재료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다. 첫 번째 단계에서 만든 99% 순수 실리콘 메탈은 파운드당 1달러에 판매된다. 폴리실리콘은 그보다 10배 더 비싸질 수 있다.
<반도체는 특정 온도에서는 전기를 전도하고 다른 온도에서는 전기를 차단하는 실리콘이 들어간 작은 소재다.>
다음 단계는 폴리실리콘을 녹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교하게 정제된 물질을 요리 용 냄비에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용융된 실리콘이 미량의 이상한 물질과 접촉하더라도 건물을 날려버릴 정도로 엄청난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때문에 단 한 가지 물질로 제조된 도가니가 필요하다. 이 물질은 폴리 실리콘을 녹이는데 필요한 열에 견딜 수 있는 강도와 폴리실리콘을 오염시키지 않을 분자 구조를 지닌 것이다. 바로 순수한 석영이다.
여기에서 스프루스 파인산 석영이 등장하게 된다. 스프루스 파인산 석영은 폴리실리콘의 용융 작업에 쓰이는 석영 도가니용으로 세계 최고의 주재료다. 2008년 스프루스 파인의 주요 석영 채굴 설비 중 한 곳에 화재가 발생하자, 고순도 석영의 세계 시장 공급이 줄어들었고, 업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현재 스프루스 파인산 석영 생산은 한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1970년 세워진 유니민(Unimin)이란 이름으로 세워진 후, 스프루스 지역의 여러 광산 차례로 매입해 왔으며, 경쟁 업체들도 인수하면서, 현재 이 지역에서 나는 석영을 세계 고순도 및 초고순도 석영 대부분의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유니민은 벨기에 광산 대기업 시벨코(Sibelco)의 자회사가 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쿼츠(Quartz Corp)라는 다른 기업이 소규모로 스프루스 파인 시장에서 활동해 왔다. 전 세계적으로 스프루스 파인 같은 고순도 석영을 생산하는 지역이 거의 없고, 기업들은 많은 다른 지역에서 더 많은 석영을 찾아내는데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유니민 대량의 거래를 통제하고 있다.
도가니 제조용 석영은, 이를 통해 생산되는 실리콘처럼, 거의 절대적으로 순수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철저하게 다른 원소들을 분리해 내야 한다. 스프루스 파인산 석영은 채굴될 때부터 고순도를 자랑하기 때문에, 포말 부유 선광 과정을 몇 차례만 거치면 더 순수해진다. 하지만 일부 입자는 사이사이에 오염 결정, 즉 석영 분자에 결합되어 있는 다른 물질의 분자가 남아있는 것들이다.
이는 좌절감이 느껴질 정도로 일반적인 일이다. 스프루스 파인에서 약 1시간 떨어진 애쉬빌에 있는 미네랄 리서치 실험실(Minerals Research Laboratory)의 수석 광물 처리 엔지니어 존 슐란츠(John Schlanz)는 이렇게 말한다.
“전 세계에서 온 수천 가지 석영 샘플을 평가해 봤다. 거의 모든 것들이 석영 입자 내에 제거할 수 없는 오염 물질이 박혀 있다.”
스프루스 파인산 석영 일부도 이런 결점이 있다. 이런 입자들은 고급 해변용 모래 및 골프 코스의 벙커에 사용된다. 가장 유명한 곳으로는 마스터스 경기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의 벙커다. 2008년 원유 부국 아랍에미리트의 한 골프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벙커를 만들기 위해 이 모래를 4000톤이나 수입한 바 있다.
하지만 최상급의 스프루스 파인산 석영은 열린 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불화수소산을 석영 분자에 바로 주입하면, 장석이나 철의 흔적 없이 녹여내, 순도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엔지니어들은 석영을 고온에서 염소나 염산과 반응시킨 단계를 하나 더 추가했으며, 이어 영업 비밀로 밝혀지지 않은 물리적 및 화학적 과정을 한두 차례 더 진행시킨다.
이를 통해 유니민은 아이오타 석영(Iota quartz)을 시판하게 되었고, 순도에 대한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기본 아이오타 석영은 99.998%의 순수한 SiO2이다. 할로겐램프 및 광전지 같은 것을 만드는 데 사용되지만, 폴리실리콘 용융용 도가니에 쓰이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이를 위해 아이오타 6 또는 업계 최고인 아이오타 8(99.9992%의 순도; 즉, SiO 분자 10억 개마다 80개의 불순물만 존재)가 필요하다. 아이오타 8은 톤당 최대 1만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일반 건설 모래가 톤당 몇 달러에 거래되는 것과 크게 비교되는 가격이다.
글로버가 현미경으로 아이오타를 보여준 적이 있다. 렌즈(이 자체도 훨씬 덜 순수한 석영으로 만들어짐)를 통해 본 둘쭉날쭉한 작은 조각은 유리만큼 선명하고, 다이아몬드처럼 빛났다.
유니민은 이 초고순도 석영을 제너럴 일렉트릭(GE) 같은 기업에 판매합니다. GE에서는 이를 녹여 유백색 유리 샐러드 그릇 모양의 도가니를 만든다. 슐란츠는 “이런 도가니 대부분이 스프루스 파인산 석영으로 만들어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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