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애 가장 날카롭고, 심각한 경기 침체 기간에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것은 이상한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시행 중인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 지출과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이하 연준)의 통화 정책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한 가지 잠재적인 위험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일단 바이러스가 억제되고 나면, 경제에서 그동안 억눌려왔던 수요와 정부 지출이 합해져 과열이 초래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사람들의 소비 지출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면 좋은 일로 보일 수 있다. 우리가 바이러스를 물리치고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연준에게도 현재의 곤경보다는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편이 훨씬 더 쉬울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에서는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의 의견을 이렇게 말한다.
연방정부의 재정 지출 증가로 부채가 많아질수록 향후 금리가 상승할 때 재무부의 이자 부담이 높아질 것이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만일 경제가 회복되고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된다면, 시험대가 될 것이다. 지금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향후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면, 연준이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때를 미리 대비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주식시장에는 인플레이션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부문이 있다.
아래 글에서는 저금리가 현재 주식시장이 탄력성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일각에서는 일본과 유럽에서도 금리가 낮은데 왜 그곳의 주식시장은 그리 강한 모습이 아니냐고 반박하기도 한다.
일본 주식시장은 시간 관계상 미국과 정반대에 있지만, 위 반박을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주식시장을 구성하는 부문별 차이를 볼 때, 미국 주식시장은 성장주의 비중이 높은 반면 유럽과 일본의 경우 가치주의 비중이 더 높다는 것이다.
저금리, 저인플레이션 시절에는 성장주가 더 좋은 성과를 내는 반면,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는 가치주가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
성장주를 채권처럼 생각해 보자. 인플레이션이 채권 보유자들에게 큰 위험이 되는 이유는 채권에서 나오는 이자 소득의 구매력이 시간이 흐르면서 인플레이션 때문에 침식되기 때문이다.
성장주의 미래 매출 또는 수익 성장에도 마찬가지다. 가치주는 이미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며, 미래로 갈수록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금리가 높을수록 성장주보다 가치주의 피해가 더 작게 된다. 미래 성장이 성장주만큼 가치주에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0년 초 윌리엄 번스타인은 “누가 가치주를 죽였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관계를 이렇게 설명한다.
최초의 파마-프렌치 논문은 1963년부터 1990년까지 아주 높은 인플레이션 기간을 다루고 있는데, 가치 효과가 빛을 발한 기간이었다. 그 기간이 끝날 무렵, 장기간에 걸친 상당한 금리 및 인플레이션 하락이 시작되었고,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일종의 성장주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남북전쟁 이후 민주당 후보로는 최초로 대통령에 당선된 그로버 클리블랜드가 무제한의 자본주의, 금본위제 및 제로 인플레이션 세상에서는 투자도 자연 그대로 진행되며, 가치주와 성장주가 같은 수익률을 올린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HmL(High Minus Low; 가치 프리미엄)의 기울기가 1.1이므로 인플레이션이 1% 증가할 때마다 HmL도 약 1%를 증가한다. 따라서 만일 인플레이션이 2%~3%에 머문다면, 비슷한 크기의 HmL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1926년 7월부터 2000년 6월까지 74년 동안, HmL는 3.36%였던 반면 인플레이션은 3.12%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축 통화가 존재하는 한, 인플레이션이 생길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가치 프리미엄이 확실해 보인다.
이러한 데이터의 가장 흥미로운 특징은 HmL이 인플레이션 변화율보다 절대 수치에 훨씬 더 의존한다는 것이다. 왜 효율적인 시장에서는 왜 높은(또는 낮은) 인플레이션이 높은(또는 낮은) HmL로 이어질까? 어쨌든, 사람들은 높은(또는 낮은) 인플레이션이 주가에 할인되어서라고 가정해 볼 수 있다. 이것이 가치 프리미엄의 핵심이다. 시장이 정말 효율적이라면, 이 프리미엄은 어떤 종류의 위험에 대한 보상일 뿐이다. 다른 식으로 설명하자면, 시장이 가치 차원에서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투자자들은 성장주의 수익 증가 규모와 지속성을 과대평가하고, 따라서 주가를 고평가시키고, 가치주를 저평가시킨다.
차트에서 인플레이션이 2~4%인 중간 지점에서 가치주 vs. 성장주의 주도권이 혼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관계를 증명해 준다. 하지만 인플레이션만이 가치주가 우수한 성과를 올리는 데 필요한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
초대형 기술주들의 성장률 역시 너무 고평가되었을 수 있기 때문에, 과잉된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어려워서 일 수도 있다.
이제 일본과 유럽으로 돌아가서, 이들 해외 주식시장도 인플레이션과 비슷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는 해외 선진국 주식시장이 미국 주식시장보다 우수한 성과를 올리는 경향이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낮을 때는 상황이 역전된다.
이 관계에는 훨씬 더 많은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지만, 해외 주식시장에서는 저금리가 성과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들 나라의 주식시장이 우수한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해 금리가 높아져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완벽한 관계는 아니지만, 인플레이션이란 렌즈를 통해 각기 다른 환경에서 성장주와 가치주가 어떤 성과를 올리는지 살펴보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연준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위험/보상 스펙트럼을 바꿔놓을 수 있다. 따라서 주식시장에서 혼란스러운 움직임은 연준의 금리 조작에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S&P 500의 초대형주들이 일부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만큼 주가 하락을 겪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일 수 있다.
이러한 이론들로 주식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을 포괄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런 일들을 하나의 변수로 좁힐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움직이는 이유에 관해서는, 너무 많은 부품이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말이 안 되는 주식시장 움직임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된다. 주식시장의 움직임이 항상 이치에 맞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종종 맥락에서 이해를 도와줄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들이 있다. 따라서 그런 이유를 살펴보는 것이 단지 헛수고 많은 아니다.
자료 출처: A Wealth of Common Sense, “Why Value D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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