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미국과 중국 간의 소소한(?) 무역 충돌 과정을 보면, 서로 양쪽을 봐가면서 티격태격하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세계 2대 경제 대국 간의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질 경우,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바로, 무역 전쟁에서는 일반적인 통상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몇 가지 이유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분쟁이 무역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미국에서 수입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물품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특히 자국민들에게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지우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의 관세 부가에 대응할 여지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과거 중국은 광범위한 국가 권력을 동원해 영리적 목적을 달성하려 한 전례가 있습니다. 국영 매체를 통해 정권에 반하는 기업들을 추적 보도한다거나, 선택적이고 강화된 규제 조치를 적용한 것을 비롯해 다양합니다.
그리고 더 끔찍한 상황은 미국과 중국이 재정적으로 엮여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은 1조 2천억 달러 상당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코넬 대학의 에스워 프라사드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이 손에 쥐고 있는 아주 중요한 수단 중 하나는 상당수의 미국 기업들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다. 전통적인 무역 상규 상으로는 예상할 수 없는 다양한 비전통적 카드를 지니고 있으며, 실제 무역 전쟁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취한 새로운 관세 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반응은 비교적 자제된 목소리였고, 미국 정부의 행동을 보고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약속해 왔습니다.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미국산 돼지고기에 관세를 부과하는 식으로 대응했습니다.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에 중국은 같은 규모의 미국산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섰습니다.
양국 간에 논평을 주고받는 과정에서는 이 같은 관세 조치가 실제 실행되지는 않을 것이고, 오랜 기간 동안 로비와 협상을 거쳐 범위를 줄어들거나 무기한 연기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양국이 상황을 지켜봐 왔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 몇 주 동안 투자자들이 향후 벌어질 상황에 대한 예상을 바꾸면서 미국 금융 시장은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풀기 어려운 맞대응 전략
트럼프 대통령이 종종 언급하듯이, 미국은 대중국 무역 적자 폭이 큽니다. 특히 서비스를 제외하고 상품만 놓고 본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즉, 중국이 상품에 대한 관세 조치로 대응한다면(고전적인 맞대응 전략), 아주 빠르게 지칠 것이 뻔합니다.
미국 경제 분석국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5,060억 달러 상당의 상품을 수입한 반면, 대중국 상품 수출 규모는 1,310억 달러였습니다.
미국 외교 위원회의 선임 연구원 브래드 셋서는 “수학적으로 중국이 미국과 1:1로 붙을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합니다. 때문에 중국 정부가 정치적 또는 전략적 비용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미국산 제품에 관세 부과를 꺼리는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보복 관세를 적용하면서도 중국 정부는 대형 항공기가 아니라 소형 항공기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셋서 연구원은 전략적으로 타당한 조치였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대형 항공기를 제조할 수 있는 업체는 보잉과 에어버스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만일 중국이 미국 보잉의 항공기에만 관세를 부과한다면, 유럽 에어버스와 계약 관계에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잃어버리는 셈이며, 유리한 가격 조건을 얻고, 첨단 기술 이전도 놓칠 있습니다.
이미 중국은 미국산 와인이나 주류, 아몬드와 피스타치오같이 중국 내에서 고급품으로 여겨지는 농산물 등 만만한 물품에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미국 켄터키 산 버번 가격이 더 비싸진다고 해서 상하이 거리에서 폭동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라운드에서 중국은 미국산 대두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조치는 미국 농장 지대에서 정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 내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따라서 대두 관세 문제는 식료품 가격이나 국가적 산업 전략에 대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옵션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즉, 중국에게 손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다는 말입니다. 지금의 무역 분쟁이 더 격화된다면, 중국은 더 큰 비용을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이익 위주의 게릴라전
이런 현실이 중국으로 하여금 다른 버튼을 찾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전 무역 전쟁에서 사용된 적이 없지만, 다른 분쟁에서 중국 정부가 꺼내든 수단을 통해 가능한 상황 변화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데이터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중국 내에서 상당 수준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은 정저우에서 아이폰을 조립해 상하이에서 팔고 있습니다. 이 매출은 국제 무역으로 잡히지 않지만, 캘리포니아 본사의 장부에는 종합적으로 기록됩니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마음먹기만 하면 애플의 해당 사업을 약화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이 있습니다. 외국 기업이 제조한 휴대전화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를 들거나 기타 소소한 규제 문제를 들어 공장을 폐쇄할 수도 있습니다.
피터슨 국제 경제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니콜라스 라디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같은 종류의 조치는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취할 수 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사전에 준비나 대책을 마련할 여지가 없으며, 중국 또한 정책의 일환일 뿐이며 분쟁을 일으킬 의도가 없었음을 주장할 수도 있다. 중국에게는 이런 옵션이 여러 가지다.
중국이 무역 전쟁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 내 미국 기업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조치를 취한다 해도 이를 공식적으로 널리 알릴 필요가 없습니다. 중국 내에서 자동차를 제조하는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지역 내 합작 파트너를 통해 압박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지자체 정부는 미국 기업의 공장에 안전 검사관을 파견해 언제라도 생산 중단 조치를 내릴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옵션은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2013년 중국 국영 언론 매체들은 재규어 랜드 로버와 아우디가 부품 공급업체들에게 자사 부품 가격을 부풀려 청구했다고 고발하는 보도를 내보냈는데, 이는 이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중국 내 생산을 더 늘리도록 압박하는 수단이었습니다.
미국 국채의 무기화?
오랜 기간 미국 정치권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라는 점을 초조하게 바라보았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은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비축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이 무역 전쟁에서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1위 채권국으로서의 역할을 활용할 수 있을까요?
중국으로서도 잃을 것이 많기 때문에 위험한 전략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배제될 수도 없습니다.
만일 중국이 갑자기 일부 국채를 매각하려 하거나, 향후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의사를 표한다면,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미국의 장기 금리가 상승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연방 정부건 개인 주택 구입자 건)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게 될 것이고, 미국에 어느 정도 고통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하지만 또한 중국의 기존 채권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떨어뜨려,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다시 다른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가치를 떨어뜨려, 실제로 미국에게 유리한 무역 조건이 조성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도, 다른 채권 투자자들이 금리 상승을 활용하게 될 것이므로, 국채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기적으로는 중국이라는 대규모의 단일 매수 또는 매도 세력의 힘에서가 아니라, 미국 경제의 성과와 연방 준비은행의 조치가 국채 가격을 결정하는데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단기적인 고통과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프라사드 교수는 “중국이 실질적 조치를 통해 위협을 가할 가능성은 낮지만, 가능성 만으로도 미국 채권 시장을 충분히 흔들어 놓을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현대에 들어와 미국과 중국같이 중요한 무역 상대국 간의 무역 전쟁이 일어난 전례가 없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지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경제적 무력을 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대비해, 중국 당국자들은 이미 자신들이 보유한 여러 옵션을 고려하고 있을 것입니다.
<출처: The New York Times, “If There’s a U.S.-China Trade War, China May Have Some ‘Unconventional Weap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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