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월스트리트 저널은 2019년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40억 달러를 사기당했다는 기사를 내놓았다. 문득 든 생각이 “투기를 했느니 그렇지”였다. 바로 그 생각을 지웠다. “투기”란 정확히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체 기사는 아래 링크 참조)
https://www.wsj.com/articles/cryptocurrency-scams-took-in-more-than-4-billion-in-2019-11581184800
모든 투자는 투기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예를 들어, 케임브리지 사전에서는 투기를 “가격이 상승하기를 바라고 사들인 다음, 가격이 상승하면 이익을 남기도 파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정부 국채를 매수하는 것도 투기다. 따라서 이 정의를 너무 남용하면 실제 의미가 왜곡되어 버린다.
하지만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할 경우 투기가 된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에서 정의하는 투기는 “정상적이지 않은 이익을 바라고 그에 상응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다. 콜린스 사전은 “큰 이익을 바라고 아주 위험한 투자를 하는 행위”를 투기로 간주한다. 인베스토피디아의 경우, 투기에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있지만 상당한 이익을 기대하고 하는 금융 거래”가 포함된다.
기대 수익률
다 좋은 설명이지만, 완전하지는 않다. 여기서 빠진 것은 그 보상(이익)의 본질이다. 100달러를 잃을 확률 80%와 1,000달러를 얻을 확률 20%인 내기와 100달러를 잃을 확률 80%와 400달러를 얻을 확률 20%인 내기는 아주 다르다. 전자는 기대 수익률이 플러스(+)인 반면 후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리엄-웹스터, 콜린스 및 인베스토피디아에 따르면, 두 내기 모두 투기다. 높은 위험이 있지만,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두 내기가 같은 범주에 속하지는 않는다. 전자는 투자다. 분명, 5번 중 4번은 100달러를 잃을 수 있는 터무니없이 위험한 투자다. 하지만, 기대 수익률은 위험을 상쇄하고 남을 만큼 뛰어나다. 반면, 후자는 엄연한 투기에 해당한다. 기대 수익률이 위험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이 내기는 로또를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실력이 아니라 운에 성공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정부 국채라 해도 기대 수익률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는 없다. (가능성은 낮지만,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정할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투자에 대한 개인적인 정의를 내릴 수 있다. “합리적으로 판단할 때 기대 수익률이 플러스(+)인 곳에 돈을 쓰는 행위”는 투자이며, 기대 수익률을 추정하기가 너무 불확실하거나, 추정할 수 있다 해도 마이너스(-)인 행위는 투기다.
물론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정의다. 그중 하나가 자산 효과가 무시되어 있다. 기대 수익률이 플러스(+)라고 해도, 첫 번째 내기는 지갑에 100달러뿐이 없는 사람에게는 투기라고 해야 맞다. 또한 다각화의 이점도 간과되어 있다. 첫 번째 내기는 반복해서 할수록 안전성은 점점 더 커지는 반면, 두 번째 내기는 위험이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이다.
위험-수익률의 관계도 포함되지 않았다. 포트폴리오의 다른 자산과 음(-)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지 않는 한, 기대 수익률은 거의 없고 변동성은 아주 높은 유가 증권은 투기성 자산이다.
하지만 암호화폐의 특징을 평가하는 데는 아주 단순한 정의로도 충분하다.
현금(및 현금 등가물)을 지급하는 자산
가장 확실한 투자 대상은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채권 쿠폰, 주식 배당금 또는 임대료같이 명시적일 수도 있고, 국채 가격에 내재된 할인율같이 묵시적일 수도 있다. 불이행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어느 쪽이든 꾸준히 현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다음으로 현금을 지급할 수도 않을 수도 있는 종류가 있다. 수익성 있는 회사의 주식이지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 주식, 남에게 임대하지 않고 주인이 사용하는 부동산이 그 예다. 이러한 유가증권의 가치 평가는 현금을 지급하는 유가증권과 조금 다르다. 그중 하나가 경영진이 절대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을 가능성을 분석에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현금을 지급할 잠재성이 있는 자산
투자를 한 단계 더 들여다보자면, 현재 상태로는 현금을 지급할 수 없는 자산(예를 들어, 미개발 토지)이다. 분명히 그러한 특성상 투기적일 수 있다. 언젠가는 부동산으로서 가치가 생길 것이라는 모호한 희망으로 플로리다 늪지대를 구입하는 것이 투기의 본질이다. 하지만 투자일 수도 있다. 19세기에 일반적인 경우였던 것처럼, 기차역 부근의 땅을 구입하는 것은 투기가 아니었다. 막 시작된 수요를 현명한 고려한 투자였다.
또한 현금을 지급하지 않는 땅이지만, 다른 이들은 주목하지 않는 특별한 가치가 내재되어 있을 수 있다는 통찰을 바탕으로 구입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전문 지질학자가 어떤 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조사해 다른 이들의 생각보다 더 많은 광물이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이유로 해당 지역의 땅을 구입하는 경우는 투자로 간주할 수 있다. 다른 이들은 모르는 사실을 알고 하는 행위는 투기가 아니다.
절대 현금을 지급하지 않는 자산
여기서 다시 암호화폐로 돌아온다. 암호화폐는 금괴, 다이아몬드, 와인 및 예술품처럼 현금을 지급하지 않는 자산으로 분류된다. 이자, 배당금 또는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숨겨진 자원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이런 자산의 가치는 오로지 어떻게 인식되느냐에 달려 있다. 다른 사람들이 사주는 금액만큼만 가치가 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적당한 규모로 소유하는 경우, 이런 자산도 투자가 될 수 있다. 그들의 기대 수익률은 종종 거의 플러스(+)가 못되지만(지난 몇 세기 동안 금의 실질 수익률은 별로 인상적이지 않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수단으로서는 의미가 있다. 또한 암호화폐에는 지불 수단이라는 목적이 있다.
암호화폐를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들 중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에서 언급한 사기에 해당하는 이들은 운이 나빴다고 해야 한다. 이것은 투자 손실이다. 또한 지불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사용하면서 사기를 당한 이들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겠다. 아마도 새로운 화폐라는 잘못된 믿음이 있었을 수는 있지만, 적어도 투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 더 높은 가격에 사줄 것을 바라고 암호화폐를 매수했는데 사기를 당한 이들은 투기꾼이다. 평범하고 단순하다. 그들은 자신이 매수한 자산의 기대 수익률이 플러스(+)인지 알아보지도 않았고, 특별한 통찰을 갖고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들은 포커 판의 호구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처음으로 돌아가서, 투기꾼이 부자가 될 자격이 없지만, 사기를 당해도 싸다고 말할 수도 없다. 사기를 벌인 가해자들이 체포되어 감옥에 가기를 바란다.
자료 출처: Morning Star, “When Does Investing Become Speculation?”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투자가 투기로 변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