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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역사상 다섯 차례의 대멸종 사태가 있었다고 한다. 각각 4억 4,400만 년 전, 3억 7,500만 년 전, 2억 5,100만 년 전, 2억 200만 년 전 및 6,600만 년 전에 있었다. 가장 최근의 대멸종 사태로 공룡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서라고 하는데, 우리는 소행성 충돌이 어느 만큼 충격을 주는지 상상하기 어렵다. “The Ends of the World”에서 피터 브래넌은 이렇게 설명한다.
에베레스트산 보다 큰 바윗덩어리가 총알보다 20배나 더 빠른 속도록 움직이는 지구에 부딪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747 점보 제트기가 순항 고도에서 단 0.3초 만에 지상으로 내려오는 빠른 속도다. 소행성은 그 자체로 너무 컸기 때문에, 그 끝은 지구에 충돌한 후에도 747 점보 제트기의 순항 고도보다 1마일 이상 더 높은 곳에 있었을 것이다. 거의 순간적으로 추락하면서 소행성 아랫부분의 공기는 엄청나게 압축되어 태양 표면 보다 몇 배나 더 뜨거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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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파로 지구상의 전체 생물종 중 75%가 멸종했으며, 생물체 중 99.9999% 이상이 죽은 것으로 추산된다. 엄청나게 암울했던 상황처럼 보이겠지만, 이 백악기 말의 멸종 사태가 지구 역사상 최악은 아니었다. 그보다 2억 5,100만 년 전에 발생한 페름기의 대멸종 사태는 전체 생물종 중 96%를 멸종시켰고, 거의 모든 생물체를 죽였다.
온라인 데이터를 통해 지구 역사상 대멸종 사태를 차트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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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에 나타난 것처럼, 지구상의 생명체를 파괴한 정도로 볼 때 페름기의 대멸종 사태를 따라올 시기는 없다. 60℃의 폭염, 섭씨)의 혹서, 시속 500마일의 허리케인(박찬호 최고 구속의 5배) 그리고 전례 없는 화산 활동에 사로잡힌 페름기 말기는 거의 지옥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전 세계 바다가 40℃의 열탕이 되었을 것이고, 그 안에 살던 생명체 대부분이 죽었을 것이다. 땅에 살던 동물, 식물 및 곤충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지구는 생명체의 사체로 뒤덮였을 것이다.
이런 생태사의 교훈은 두 가지다. 첫째, 멸종 사태는 일반적이란 것이다. 자연은 탄생시키는 것만큼 또 파괴한다. 그리고 때로는 거의 모든 것을 파괴한다. 둘째, 반복되는 대학살에도, 생명은 살아남을 길을 찾는다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여기 있다. 오늘 여기에 살고 있는 모든 동물, 모든 식물 및 모든 미생물은 지구 역사상 가장 소름 끼치는 시대에서 살아남아 진화해 온 것이다.
같은 교훈이 금융 시장의 역사에도 적용된다. 전 세계 금융 시장은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도 굴하지 않고 지금까지 헤쳐 나왔다. 1871년 이후로 미국 주식 시장이 겪어왔던 수많은 붕괴를 생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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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붕괴될 때마다 투자자의 재산도 사라졌다. 시장의 가치가 3분의 1, 절반 또는 90%까지 사라진 때가 있었다. 그때에 기업들도 역시 사라져갔다.
지난 금융 위기 당시 미국 기업들의 탄생과 소멸을 살펴보면, 이 사실이 더 극명하게 알 수 있다. 2008년 2분기에서 2010년 2분기까지 2년 동안 미국 경제에서 241,000개 기업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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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도 미국의 은행 중 절반이 파산했고, 수백만의 미국인이 평생 저축한 돈을 잃었던 대공황 시절과 비교하면 애들 장난에 불과하다. 벤저민 로스의 책 “The Great Depression: A Diary”을 읽어보면, 얼마나 상황이 심각했는지 잘 보여준다.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쓸 돈이 있던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주린 배를 부여잡고 식량 배급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났던 때는 채 100년도 되기 전이었다.
하지만 이런 시대의 황폐함, 잃어버린 재산, 피폐해진 삶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융 시스템은 살아남았다. 워런 버핏의 말이 잘 대변해주고 있다:
20세기에 미국은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다른 여러 나라에서 값비싼 전쟁, 대공황, 수십 차례의 경기 침체와 금융 공황, 오일 쇼크, 유행성 독감 그리고 대통령의 불명예 퇴임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다우 지수는 66에서 11,497까지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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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에서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스스로 저지른 전쟁의 황폐에서 벗어나 세계 최악의 자산 거품 중 하나를 만들어 냈다. 과거 심각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고도 오늘날에 이른 독일도 있다. 부채 위기를 겪은 아르헨티나도 있다. 이들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었고, 그러고도 모두가 지금 살아남아 있다.
이것이 바로 금융 시장의 본성이다. 금융 시장은 소속 기업들의 파산 등으로 충격을 겪지만, 어떻게든 견뎌낸다. 금융 시장에게는 계속 살아남으려는, 생존하려는 의지가 있다
그저 살아남으라
투자의 세계에서 우리는 굳이 대담해질 필요가 없다. 알파를 찾으려 할 필요도 없다. 그저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 메브 파버는 이렇게 말한다:
전문 펀드 매니저들뿐만 아니라 투자자들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계속 게임에 남아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아남아 내일도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가장 기본적이고 어리석은 실수들 대부분이 이런 가장 중요한 일을 간과해서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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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버의 생각은 찰스 엘리스가 “Winning the Loser’s Game”에서 밝힌 것과 비슷하다. 엘리스는 투자자로 성공하기 위한 열쇠는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손실을 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저지르는 큰 실수만 피할 수만 있어도 장기적으로 앞서갈 수 있다. 즉 레버리지, 단기적 사고 및 자본 시장이 생긴 이래 끊임없이 투자자들을 괴롭혀 온 여러 가지 행동 편향을 피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굳이 이기려고 애쓰지 말고, 그저 살아남으라.
자료 출처: Of Dollar & Data, “The Will To Surv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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