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공황 장세에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면서 유능한 투기 실력을 입증한 인물이 있다. 바로 제시 리버모어. 그는 당시 신용 경색과 주식 시장의 탐욕이 위험할 정도로 혼재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는 그해 가을부터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이윽고 10월 24일 시장은 붕괴되었지만, 이미 리버모어는 100만 달러(현재로 환산하면 2,700만 달러)의 수익을 남기고 시장에서 나온 후였다. 이후 그는 투자 방식을 바꿨다.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주 저렴한 가격에 말이다. 그러자 시장은 다시 랠리를 시작했다. 그해 말까지 리버모어는 300만 달러의 수익을 더 추가했다.
주식에 투자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리버모어처럼 시장 타이밍을 잘 잡을 수 있다는 환상(?)에 한 번은 빠져 본 적이 있을 게다. 그러면서 경기조정 주가 수익 비율, 즉 “CAPE” 같은 주가 척도가 길 안내를 잘 해주만 바란다.
1920년대, 1960년대 및 1990년대처럼 기업 수익보다 주가가 훨씬 빠르게 상승하는 경우, 이어서 다시 추락하는 경향이 있음을 역사는 보여준다. 따라서 그래서 “마켓 타이머(market-timer)”들은 CAPE 수치가 낮을 때 사서 높아지면 팔라고 말한다.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실전에 돌입하면, 주가 배수를 이용해 시장 타이밍을 잡는 일이 그리 녹녹하지 않다. 실전에서는 너무 일찍 팔아버리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 그 결과, 더 상승하는 주가를 손가락 빨면서 쳐다보고만 있는 모습 또한 흔하게 나타난다.
모든 이들이 계속 사고 있을 때, 주식을 파는 건 사실 쉬운 일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공황에 빠져 주식을 팔고 있을 때, 주식을 사려고 용기를 내는 것이 오히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시장 타이밍은 쓸데없는 짓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식이란 술 취한 사람처럼 이리저리 종잡을 수없이 움직이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과거의 지표는 미래의 행로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1980년대 학계에서는 이런 주장에 물음표를 들고 나왔었다. 주가는 평균 가치로 되돌아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말이다. 그리고 주가가 적정 가치에서 벗어나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뉴스에 지나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업의 수익이 강해지고, 주가가 상승하면, 가치에 관계없이 질풍노도의 매수세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하락장에서는 이와 반대 상황이 벌어진다. 이러한 군중 심리(더 점잖게 말하자면, 위험의 합리적인 가격 결정)가 시장 타이밍의 기회를 만들어 준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 주가의 역사를 통틀어 놓고 볼 때, “싸다” 또는 “비싸다”를 무엇으로 정의하느냐는 문제가 있다. 어느 시대 어떤 투자자라도 미리 그걸 알 도리는 없다.
CAPE 값이 고점인지, 아니면 저점인지, 해당 시점에서는 전혀 분명하지가 않다. 따라서 미래를 미리 볼 수 없는 이상, 시장 타이밍은 실망스러운 결과로 이어진다.
2017년 AQR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클리프 애즈니스와 토머스 맬로니는 시장 타이밍 전략을 시험해 보았다. CAPE의 60년 이동 평균을 척도로 삼았다. CAPE 값이 이 이동 평균을 상향 돌파할 때(즉, 주가가 적정 가치 이상이 될 경우) 주식을 매수하고, 하향 돌파할 때 주식을 매도해 현금화하는 방식이었다.
전체 기간(1900~2015년) 동안, 이 시장 타이밍 전략의 수익률은 매수 후 보유 전략 보다 거의 나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후반기(1958-2015) 동안에는 매수 후 보유보다 더 저조했다.
이 전략의 가장 큰 단점은 주식을 보유하지 않는 기간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1950년대 이후 CAPE 값은 평균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60년 이동 평균을 기준으로, 주가가 비싼 던 경우도 너무 많았다.
시장 타이밍은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더 작동하지 않는다. 엘로이 딤슨, 폴 마시 및 마이크 스턴튼 2013년 연구에 따르면, 23개 주식 시장에서 주가 배수와 이어진 수익률 간의 일관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주가 배수를 시장 타이밍의 신호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약했다. 하지만 개선의 여지는 있었다. AQR의 연구진은 주가 배수와 주가 추세의 “모멘텀” 신호와 결합했을 때, 더 나은 결과를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직관적인 결과였다.
주가 배수의 문제점은 장기간 동안 주가가 상승 추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주가 배수에 모멘텀을 조합하면, 연구진의 표현대로, “촉매” 역할을 나타낸다.
이 전략으로 일반 투자가들이 믿을 만한 수익률을 얻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하지만 경험적 근거로 볼 때, 더 단순한 형태의 시장 타이밍 전략이 있다. 바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리밸런싱 해 나가는 것이다. 이 전략에서는 먼저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를 우선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을 같은 비중으로 가져갈 수 있다. 정확한 비중(%)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정기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기존 비중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즉, 상승을 많이 한 주식은 덜어내고, 상승이 적은 주식은 더 담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전략의 장점은 간단하다는 것이다. 보다 더 복잡한 전략을 사용할 때보다, 실수를 저질러 비싼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더 낮다. 단점은 당신이 리버모어처럼 시장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리버모어처럼 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보기 드문 감각과 배짱이 있어야 한다. 자신도 그런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하지만 희망 사항에 불과한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자료 출처: Buttonwood, “The perils of trying to time the market”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시장 타이밍의 위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