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바이러스는 사냥꾼 같았다. 인류를 사냥하는 사냥꾼 말이다. 그들은 여러 도시에서 쉽게 사람을 찾았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시골 마을들, 그리고 촌락들 그리고 한적한 농가까지 모조리 찾아들어갔다. 지구상 것의 모든 곳으로 스며들었다. 숲에서도, 정글에서도 심지어 얼음에서도 사냥을 멈추지 않았다. - 존 배리
아래 미국인 장기 기대수명 차트를 살펴보면, 지난 200년 이상 동안 사람들은 점점 더 오래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00년대 초반에 눈에 띄는 하락이 있었다는 것만 빼면. 1918년 모습을 드러낸 인플루엔자로 미국인의 평균 수명이 10년 이상 단축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한 통계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 전문가들은 현재 스페인 독감(Spanish Flu)으로 알려진 바이러스 인해 미국에서만 거의 70만 명이 사망했다고 믿는다. 오늘날의 인구 규모로 볼 때, 거의 200만 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냈다는 의미다.
- 유행병학자들은 이 독감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5천만 명에서 1억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1918년 전 세계 인구의 약 5%였다.
- 일반적으로 노인과 유아가 독감에 취약하지만, 1918년의 경우에는 20대와 30대의 젊은이들도 그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 당시 살고 있던 모든 젊은 성인의 8~10%가 독감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 그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24주 동안 전체 사망자의 3분의 2를 차지했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 단연코 그 독감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나라는 단연 인도였다. 2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으면, 장의사에는 관이 다 떨어졌고, 병원에는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한 침대와 의사가 부족했다. 많은 도시의 거리에는 시체들이 쌓여 있었다.
- 2년도 채 되지 않아, 독감은 1300년대 한 세기 동안 흑사병이 앗아간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1918년 전 세계적인 유행병은 인류 역사상 어떤 질병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사람들이 이 사실을 잘 알지 못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직접 겪은 사람들이 사실을 밝힌 글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시를 잊고 싶어 했다. 제1차 세계 대전과 동시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역사적 관점에서 독감 발병을 덮어버렸다. 제1차 세계대전이 독감을 더 멀리 그리고 더 넓게 퍼지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1918년 유행한 인플루엔자 발병이 흔히 스페인 독감(스페인 신문들이 자국에서 크게 확산되면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실제 이 바이러스는 군 기지가 있었던 캔자스의 작은 마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곳에서부터 독감이 군인들에게 퍼졌고, 그 군인들이 다른 나라들의 전선으로 파병되면서 독감도 전 세계를 여행했다.
1918년 유행병이 그렇게 많은 지역 사회를 심각하게 타격했던 이유 중 하나는 나라의 자원이 전쟁에 총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전쟁에는 의사, 간호사, 의료 물자가 필요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독감은 불편함에 지나지 않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치명적이다. 미국 질병관리 센터에서는 2010년 이후 독감으로 인한 연간 입원 건수가 14만~81만 건에 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매년 12,000명에서 61,0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독감 그 자체는 의학적인 설명 보다 훨씬 더 무섭다. 존 배리는 “The Great Influenza: The Story of the Deadliest Pandemic in History”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어디에서 시작되었든 간에, 다음에 벌어진 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바이러스와 그 돌연변이 무리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바이러스는 그 자체로 생명의 가장자리에 존재하는 수수께끼다. 단순히 작은 세균과는 전혀 다르다. 세균은 단 하나의 세포로 구성되지만 완전히 독립적으로 살아간다. 각각 신진대사를 하고, 음식이 필요하며, 배설을 하고, 분열로 복제된다. 반면 바이러스는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먹거나 산소를 태우지 않는다. 그들은 신진대사로 간주될 수 있는 어떤 과정도 하지 않는다. 배설도 하지 않고, 교배도 하지 않는다. 우연히든 의도적이든 어떤 부산물도 만들지 않는다. 독립적으로 번식하지도 않는다. 완전히 살아있는 유기체라기 보다, 비활성 화학물질의 집합체에 더 가깝다. 그 기원에 대한 몇 가지 이론이 존재하며, 그 이론들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 모든 이론은 뒷받침할 증거가 존재하며, 서로 다른 바이러스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발전했을지도 모른다.
기원이 어떻든 간에, 바이러스는 오직 한 가지 기능만 있다.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생명체들과는 달리(바이러스를 생명체라고 여긴다면), 바이러스는 복제 자체도 스스로 하지 않는다. 에너지를 지닌 세포에 침입한 다음, 그 세포를 숙주 삼아 수천 개, 어떤 경우에는 수십만 개의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게 한다. 이럴 수 있는 힘은 그들의 유전자에 있다.
바이러스가 한 가지 일만 한다지만, 그리 간단한 존재가 아니다. 원시적이지도 않고, 고도로 진화되어 있으며, 자기가 할 일에 집중하고, 그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완전한 생명체 보다 더 효율적이며, 거의 완벽한 전염성 유기체가 되었다. 그리고 독감 바이러스는 이 완벽한 유기체 중에서도 가장 완벽한 것이었다.
마치 독감이 사상 최고의 공포 영화의 주인공 악당처럼 들린다.
1918년 퍼져나간 바이러스가 가장 무서웠던 것은 젊은이들을 감염시킨 후 몸의 면역 체계가 대항하도록 만든 것이다.
면역 체계는 나이가 들수록 변한다. 젊은 성인들은 인구 중 가장 강력한 면역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가장 큰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구 중에서 가장 건강한 계층이다. 하지만 어떤 조건에서는 바로 그 힘이 약점이 된다. 1918년, 젊은 성인들의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에 대해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 그 면역 반응이 폐를 액체와 쓰레기로 가득 채웠고, 산소 교환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면역 반응이 스스로를 죽인 것이다.
바이러스는 항상 변화하고 적응하기 때문에, 어디까지 진행될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918년 말경 미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도시 중 하나가 필라델피아였다. 1918년 10월 5일, 254명의 사람들이 독감으로 사망했다. 다음날 현지 신문들은 “인플루엔자 유행병, 정점 도달”이라는 보건 당국의 말을 인용했다.
바로 다음날 필라델피아에서만 289명이 추가로 사망했고, 당국은 다시 유행병이 정점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 후로 이틀 동안 300명 이상이 추가로 사망했다. 그런데도 지역 지도자들은 도시의 공포를 달래기 위해 사망률은 지금이 최대라고 말했다.
다음날 428명이 더 사망했다.
그 후로 일주일 정도 동안 사망자 수는 매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필라델피아에서만 10월 16일 한 주 동안에만 약 4,600명이 사망했다. 이것이 정점이긴 했지만, 이쯤에서 시민들은 더 이상 전문가, 신문, 지역 지도자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 시점에서 그들은 너무 많은 거짓과 거짓 약속을 목격했다.
비록 독감이 1년이 훨씬 넘게 지속되었지만,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결코 그 질병에 대해 국민들에게 담화를 발표하지 않았다. 사실, 지도자들은 전쟁 기간 동안 나라의 분위기가 어지러워질까 봐 대중에게 아무런 소식도 알리지 않았다.
많은 의사들이 바이러스용 백신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그 자신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배리는 이렇게 설명한다.
하지만 1918년 바이러스는, 다른 모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돌연변이 무리를 만들어내는 다른 모든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수학에는 “평균 회귀”라는 개념이 있다. 즉, 단순하게 말하면, 극단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덜 극단적인 사건에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법칙이 아니라 단지 가능성일 뿐이다. 1918년 바이러스는 극단적(치명적) 이었다. 따라서 다음번 돌연변이들은 더 극단적이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대체로 그것이 맞았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문명을 무릎 꿇게 하고, 중세 시대에 벌어졌던 것 같은 재앙을 만들 것이고, 세상을 뒤바꿔 놓을 것처럼 보였지만, 돌연변이 된 바이러스의 힘은 평균으로 회귀했고, 대부분의 독감 바이러스 같은 행동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치사율은 낮아졌다.
결국, 바이러스에서 이미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에 대한 면역력을 어느 정도 갖게 되었다.
모든 유행성 독감이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히 병에 걸렸다가 회복된다.
아무리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하더라도, 유행병이 발생하면, 바이러스 자체보다 공포가 훨씬 더 빨리 퍼지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예측이 불가능한 데도 바이러스의 경로를 예측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고, 대중은 그들의 입에서 끊임없이 안도감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코로나19의 결과가 어느 범위가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다. 변수가 너무 많고, 이 바이러스 자체가 수수께끼로 포장된 또 하나의 수수께끼다.
이번 바이러스로 인한 공급망 문제나 기업의 침체 정도를 정량화하려고 할 수는 있지만, 그로 인해 공포가 얼마나 멀리 또 넓게 확산될지는 가늠할 수 없다. 독감이란 것이 원래 예측할 수 없는 것이지만, 공포 역시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를 감염시킨다.
이 역시 시장 침체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다. 누구도 공포의 확산이나 완화를 정확히 모델링 할 수 없다.
좋은 소식은 시장과 경제 모두 스스로 평균으로 회귀하기 마련이란 것이다. 즉, 결국 상황은 나아질 것이다.
나쁜 소식은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언제 평균으로 회귀할지 일정표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이다.
자료 출처: A Wealth of Common Sense, “Fear and Influenza: How Viruses Spread”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공포와 바이러스 - 그들은 어떻게 퍼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