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귀성은 시장 어디에나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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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소로스는 영국 중앙은행을 “이기고”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은 전설적인 헤지 펀드 매니저로 유명하며, 좌파의 거두라는 정치적 음모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투자자로서 소로스의 재귀성 이론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책 “The Alchemy of Finance(번역서: 금융의 연금술)”에서는 어디에나 재귀성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실제 지금 이 순간에도 재귀성 사건이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재귀성이란?



재귀성(Reflexivity)이란 간단히 말해 순환고리 이론이다. 소로스는 더 넓게 적용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이 향후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기존 효율적 시장 가설과 현대 금융 이론을 지배하고 있던 합리적인 기대 이론들과 대척점에 있는 주장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을 주장하는 이들은 시장 가격은 현재의 모든 알려진 정보를 반영한다면서 트레이딩 무용론을 펼친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거품이 생기고 붕괴되는 모습에서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역사적으로 언제나 존재해 왔다. 오히려 재귀성 이론이 시장의 거품과 붕괴를 더 잘 설명해 준다.



금융 시장은 편향이 만연되어 있다는 언제나 틀리다고 주장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편향은 시장 가격뿐만이 아니라 시장 가격을 반영하는 소위 펀더멘탈에도 영향을 미침으로써 실제로 스스로를 입증하기도 한다.



재귀성은 시장 행동에 대한 모델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복잡성 이론, 복잡 적응계 분석 또는 그 밖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긴 하지만, 모두가 하나의 연구 분야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제도상의 미비와 수학적 깔끔함에 있어서 계속 힘을 유지하고 있다. 재귀성에는 복잡한 추상화가 필요하고, 미지의 것들이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효율적 시장 가설을 시장 행동에 대한 하나의 근사치로써 사용할 수는 있어도, 그 이상으로 확대해서는 곤란하다. 그 이상을 설명하는데 재귀성으로 바라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아주 다르다.



투자자들을 합리적이며, 정보에 입각해 동질성을 이루고 있다고 봐야 하는지, 아니면 비합리적이며, 불완전한 정보로 움직이며, 서로 다른 의사 결정 규칙을 따른다고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후자의 경우가 복잡 적응계라는 이름으로 비교적 새롭게 연구되고 있다.



마이클 모부신의 연구에 따르면, 효율적 시장 가설이 갖고 있는 많은 핵심적인 단점을 재귀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첫째, 수익를 분포의 “팻 테일(fat tails)”(즉 거품의 생성과 붕괴)를 더 잘 설명할 수 있다. 효율적 시장 가설에서는 수익률은 정규 분포를 보인다고 가정하지만, 데이터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효율적 시장 가설에서는 수익률은 “무작위(random walk)”하다고 말하지만, 재귀성은 특정 조건의 수익률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재귀성은 투자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시장보다 저조한 성과를 보이는 반면, 일부는 이례적인 수익률을 올리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효율적 시장 가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다음의 재귀성이 나타난 사례다.



비트코인의 재귀성



비트코인의 가치는 용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 가치가 커진다. 결국, 사용할 비트코인 토큰이 필요하다. 즉, 필요에 따라 비트코인을 사고 판다는 말이다. 따라서 비트코인의 가치와 사용자 규모는 순환고리 같은 재귀성을 이루고 있다.



비트코인의 고정된 양과 도입 초기 단계라는 점이 완벽한 투기 조건을 만들어냈다. 재귀성으로 거품의 생성과 붕괴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비트코인의 가격 추세는 교과서적인 자산 거품과 유사하다.)

모멘텀의 재귀성

모멘텀은 수익률이 우수한 자산이 앞으로도 좋은 성과를 이어가고, 수익률이 저조한 자산이 앞으로도 나쁜 성과를 이어가는 시장 현상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에 따르면 모멘텀은 존재할 수 없다. 다양한 학계 연구에서도 모멘텀의 존재를 입증하고 있고, 퀀트 투자 전략의 일반적인 팩터로 자리 잡았다.

실제, 모멘텀 전략에서는 승자를 사고, 패자는 공매도한다. 따라서 모멘텀은 스스로 강해지면서 순환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시장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면서도 주기적으로 조정을 겪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실제 시가총액 가중 패시브 투자 전략도 마찬가지다.

“페드 풋”의 재귀성

“패드 풋(Fed Put)”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앨런 그린스펀이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ed)를 운영했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그린스펀 풋(Greenspan Put)”라는 별칭으로 불렸는데, 통화 정책이 거시 경제 요인보다는 주식 시장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을 의미한다. 연준(Fed)이 주어진 임무를 다하는 것보다 주식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움직이며(행동하며), 특히 주기 하락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이다. 연준은 부정하지만, 많은 연구 논문에서 페드 풋이 존재함을 보여주었다.

연방 기금 금리 목표치가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38가지 거시 경제 변수를 전부 합한 것보다 주식 시장 하락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안나 시슬랙 및 아네트 비싱-요르겐센, 페드 풋의 경제학

많은 트레이더들이 연준의 행동을 옳게 든 그르게 든 예측하려고 노력한다. 통화 정책이 (단기적으로) 시장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주식 시장의 성과 역시 통화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재귀적 관계가 성립된다. 연준은 주식 시장에 신호를 주고, 주식 시장은 연준을 바라본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환의 연속이다.

신용 시장의 재귀성

기업(그리고 사람)은 청구를 결제하지 못하면 채무 불이행에 빠진다. 그러면 유동성이 부족해진다. 이런 일이 우연히 일어나는 것은 드물다.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으면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거친 물살을 헤쳐나갈 수 있는 시간을 준다. 하지만 필요한 유동성이 커질수록 채무 불이행에 빠질 위험도 커지고, 신용 기관이 신용을 연장해 줄 여지도 줄어들게 된다. 또한 재정적 고통이 심해질수록 대출 조건은 점점 더 엄격해진다. 신용 기관은 더 높은 이자율을 요구하고, 경영 상의 융통성을 줄일 것이다. 이러한 조치가 신용 기관에게는 중요한 보호 장치지만, 기업의 대출 상환 능력을 저해하여 채무 불이행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렇게 신용 시장에도 재귀성이 자리 잡고 있다.

장단기 금리차에도 재귀성이?

최근 미국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었다. 3개월 만기 국채 금리가 10년 만기 국채 금리보다 높아진 것이다. 드물게 생기는 일이며,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의 전조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 1960년대 이래 장단기 금리차 역전은 경기 침체의 훌륭한 지표 역할을 했다.



(최근 미국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을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장단기 금리차 역전과 경기 침체의 인과 관계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집고 넘어가야 한다. 아직까지는 이론일 뿐이라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과도하게 인상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쩌면 역사적 원인이 부적절할 수도 있다. 이런 사건에 대한 우리 지식이 재귀성의 가능성을 만든다.

장단기 금리차가 예측력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식이다. 그렇다면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자기 강화를 거쳐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것일까? 과거 역사를 아는 투자자라면,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미리 주식을 팔아야 할까?

요즘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흥미로운 질문 중 하나일 것이다. 내가 펀드 매니저라면 지금 상황을 투자 결정에 어떻게 반영할까? 이런 가능성 있는 유력한 신호를 무시하다가 엄청난 손실을 자리에서 쫓겨날 위험을 생각해 보라. 아니면, 이성적이고 분별 있게 사람이라면 지나치게 조심한다고 뭐라 하지 않을까?

이제 한 걸음 더 나가 보자. 주가 하락에 민감한 연준의 입장을 고려해보자. 시장이 하락하면, 연준이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 두 반대되는 힘 부딪혀 어떤 해결점을 찾게 될까?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 심각할 필요는 없다.

재귀성은 매력적인 분야인 동시에, 아직 초기 연구 단계에 있는 분야기도 하다. 재귀성은 어드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재귀성을 통해 시장의 현상에 잘 이해할 수 있지만, 투자 과정에서 적용하기란 그리 간단치가 않다. 그러려면 소로스만큼의 타고난 재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첫 번째로 강한 원칙을 만들고, 믿을 수 있을 만큼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귀납적인 사고와 연역적인 사고 모두에 숙달되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유감스럽게도 현재의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란 수수께끼를 풀만한 깔끔한 답은 없는 상황이다. 오직 시간 만이 그 의미를 알려줄 것이다. 소로스가 30년 전에 밝힌 바와 같이, 그 결과는 오롯이 우리의 집단행동에 달려있다. 재귀성이 적용된다면,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답이 맞을 것이다.

자료 출처: The Integrating Investor, “Reflexivity Here In The Yield Curve & Every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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