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들은 비금속을 금으로 바꾼다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에 매달렸고, 이것은 그들에게 불행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들은 조명, 폭발물, 미용 제품, 부엌 용품 및 증류주를 남겼고, 이것은 우리들에게 행운이었다.
<연금술사 프란츠 칼 스피츠베그(1808-1885)>
유대인 마리아 또는 선지자 미리암
마리아에 대해 알려진 것은 기독교 그노시스파 작가 파노폴리스의 조시모스(Zosimos of Panopolis)의 작품에 나오는 약간의 내용뿐이지만, 서양 세계 많은 사람들은 그녀를 진정한 최초의 연금술사라고 생각한다. 서기 1세기에서 3세기 사이 고대 이집트에 살았던 마리아는 몇 가지 화학 도구를 발명했고, 최초로 염산을 찾아냈으며, 어두운 보라색 안료인 카풋 모르툼(caput mortuum)을 제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만으로 그녀를 화학의 어머니라 해도 할 말이 없지만, 불행하게 원래 작업 중 어느 것도 현존하지 않기 때문에 그녀가 실존했는지 가 논쟁거리다. 그녀가 실존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중탕 냄비도 그녀가 만들었다고 한다. 중탕 냄비는 실험실에서 화학물질을 서서히 가열하는데 사용되고 있으며, 부엌에서 초콜릿을 녹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녀의 또 다른 공헌은 일종의 증류기로, 액체를 증류시켜 정제하는데 사용하는 장치다. 이 장치는 현대 화학 실험실이라면 어디에나 있으며, 과거 밀주 제조에 사용된 것처럼, 오늘날에도 전 세계적으로 위스키와 브랜디를 생산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연금술사 유태인 마리아. 서기 1세기>
아랍명 자비르 이븐 하이얀, 라틴명 게버 또는 가짜 게버
자비르 이븐 하이얀(Jabir ibn Hayyan), 게버(Geber) 또는 가짜 게버(Pseudo-Geber)로 불렸던 또 한 명의 연금술사 게버는 8세기 이라크 쿠파의 박식가로, 초기 화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처음으로 수은, 황, 안티몬, 비소 및 황산을 포함해 여러 원소와 화학물질의 명칭 목록을 만들었고, 황화수은(진사) 제조법을 발표했다.
그의 저서는 중세 시대 라틴어로 번역되었고, 유럽 연금술사들의 교과서가 되었으며, 불로불사의 묘약(일명 철학자의 돌)을 만들고 싼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실험에 사용되었다. 하지만 일부 역사가들은 13세기 프란체스코회 수사였던 타란토의 폴(Paul of Taranto)이 게버의 가장 유명한 책 “Summa perfectionist magisterii(The Sum of Perfection or the Perfect Magistery)”의 실제 저자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마리아와 마찬가지로, 게버 역시 20종이 넘는 실험용 장치를 발명했고, 와인을 증류해 알코올 농도를 높이는데 사용할 수 있는 증류 장치가 포함되어 있다. 분명 이들 고대 연금술사들은 증류가가 금만큼이나 귀중하게 취급될 날을 예견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랍 연금술사 자비르 이븐 하이얀 게버의 판화. 앙드레 테베. 1584>
갈홍 또는 코흥
3세기 중국의 동진 시대 도사(道士)였던 갈홍(葛洪, gehong)은 평생을 불로불사를 찾기 위해 보냈다. 그가 남긴 유산은 도교와 불교의 정신을 조화시키려고 시도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행한 과학적 실험은 생명을 앗아가는 물질인 화약 탄생의 초석이 되었다.
갈홍은 불로불사의 묘약을 찾는 한편, 다양한 광물을 가열하는 실험을 했다. 처음 폭발력이 있는 검은 분말을 만든 인물은 1세기 중국 과학자 위백양(魏伯陽, Wei Boyang)이었지만, 유황, 숯 가루 및 초석(질산칼륨)을 섞어 화약을 만든 이는 갈홍이었다. 비록 그는 불로불사의 묘약은 만들지 못했지만, 불꽃놀이의 장관으로 오늘날에도 되살아나고 있다.
<갈홍의 초상. 감백종 (618–907)>
이사벨라 코르테즈
16세기는 유럽에서 연금술의 전성기를 맞기 시작한 때였다. 삶을 통째로 바친 연금술사들과 더불어, 부유한 귀족계층 역시 연금술을 취미로 삼았다(진짜 연금술사들은 이들을 무식한 연금술사라고 불렀다). 이탈리아에서는 연금술의 “비결”에 관한 책이 인기를 끌었고, 많은 사람들이 불로장생의 묘약이나 금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이뻐지기 위해서도 연금술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여성이 쓴 연금술 책은 단 한 권뿐이었다. 실제로도 여성 과학자가 쓴 최초의 책이기도 했다. 1561년 출판된 “이사벨라 코르테즈의 비결”이라는 이 책은 코르테즈가 유럽을 여행하면서 고대 연금술 책들을 연구한 과정이 담겨있다. 그녀는 물을 증류하는 방법, 향수를 만드는 방법, 금속을 녹여 보석을 만드는 방법 등 많은 자신만의 비결을 공개했다. 연금술에 기울어 있었지만, 최초의 DIY 미용 서적이었다.
<이사벨라 코르테즈의 비결. 지오반니 바릴레또 1561년>
헤니히 브란트
많은 과학적 발견은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의 결과물이지만, 일반적으로 오줌은 좀 특이한 경우다. 1세대 TV 스크린과 형광등에 들어갔던 화학 원소 인의 발견이 이 특이한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1669년 인을 처음 발견한 독일의 헤니히 브란트(Hennig Brand)는 독학으로 철학자의 돌(Philosopher’s Stone)을 찾으려 했던 비공식 연금술사였다.
브랜드는 명반, 질산칼륨 및 상당량의 오줌을 원료로 하는 연금술 비법을 손에 넣었다. 브란트는 이 셋을 섞어 몇 주 동안 햇볕에 놔둬 썩게 만들고, 이 액체를 끓여 시럽으로 만들어 식힌 다음 다시 끓여 증류시켰다. 증류기에서 떨어진 물질은 희고 빛이 났다. 스스로 타는 백색 인이었다.
브란트는 드디어 꿈을 이뤘다고 확신했고, 이후 6년 동안 그것이 철학자의 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브란트는 빈털터리가 되자, 자기 비법과 만들어놓은 것을 화학자 요한 쿤켈(Johann Kunckel)에게 팔았다. 브란트는 세상을 떠나고 한 참 후까지 인을 발견한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인의 화학 기호는 “P”다.
<철학자의 돌을 만들고 있는 연금술사. 조셉 라이트(1734-1797)>
자료 출처: Larissa Fedunik-Hofman, “Inadvertent alchem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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