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예측에는 모든 결과가 망라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말할 뿐입니다.
<권투 선수 앤서니 조슈아(좌층)은 2015년 도전자 타이슨 퓨리가 챔피언 블라디미르 클리첸코에게 이길 확률이 40%라고 예측했습니다. (결과는 퓨리의 승리)>
여러분이 이 글을 읽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약 40%입니다.
여러분이 이 글을 끝까지 다 읽는다면, 확률이 맞은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중간에 멈춘다면, 반대의 확률이 맞는 것입니다.
시장의 분석가와 다른 분야의 예측가들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과감한 주장을 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것이 바로 이 “40%의 규칙”입니다.
전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는 지난달 브렉시트가 뒤집어질 확률이 40%라고 말했습니다. 시티 그룹의 분석가 짐 수바는 애플이 넷플릭스를 인수할 확률이 40%라고 밝혔으며, 노무라 홀딩스의 이코노미스트 루이스 알렉산더는 나프타가 해체될 확률이 40%라고 했습니다.
아카데미 증권의 시장 전략가 피터 치어에 따르면, 약 40%의 확률이 좋은 점은 자신의 예측이 틀렸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이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가 연말까지 30,000포인트를 기록할 확률이 40%라고 예측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치어는 이렇게 말합니다.
“실제로 이 예측이 맞으면, 여러분은 ‘봤지. 내가 그럴 거라고 말했잖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측이 벗어나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 확실히 그럴 거라고 말한 적인 없잖아.’라면서 자신의 변호할 수 있습니다.”
<수정 구슬>
케이블 뉴스 채널에서부터 각종 신문에 이르기까지 24시간 돌아가는 언론 매체들은 항상 전문가들의 말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들 전문가가 대담한 예측을 내놓아 해당 기사의 클릭을 이끌어내면 그만큼 더 좋습니다. 이런 경향으로 선거 결과에서부터 기업의 실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예측해 내는 분석가와 전문가의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한 번의 헛발질로도 전문가들의 평판을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네이트 실버는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50개 주 전체의 선거 결과를 맞춤으로써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선거 예측가로 떠올랐습니다. 4년 후 그는 도널드 트럼프는 공화당 예비 선거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없고,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 확률이 71%라고 전망한 것에 대해 반복적인 비판을 받았습니다.
실버는 자신의 예비 선거 전망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본선 예측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다른 이들보다 트럼프의 당선 확률을 더 높게 잡은 “아주 올바르고 유익한 것”이었다는 주장입니다.
전문가들은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비책을 강구해 둡니다. 예측이 일어날 날 같은 건 밝히지 않는 것이 그렇습니다. 또한 종종 “컨센서스” 수치라는 명목 하에 자기 의견을 다른 이들의 예측과 함께 “버무려” 놓기 때문에 모든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곤 합니다.
시티 그룹의 수바는 대비책을 준비하지 않았던 사례입니다. 그는 애플이 넷플릭스를 인수할 확률은 40%라고 밝힌 한편, 애플이 월트 디즈니를 인수할 확률은 25%이며, 3개 비디오 게임 제작업체 중 하나를 인수할 확률은 각각 10%이고, 테슬라를 인수할 확률은 5%라고 했습니다. 모두 합하면 100%로, 수학적으로 애플이 이들 중 하나를 반드시 인수한다는 뜻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시티 그룹의 대변인은 수바가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수바의 예측은 실제 애플이 엄청난 보유 현금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확률보다 소위 “메가 딜”에 나설 확률이 높다는 점을 전제로 한 ‘조건부’ 확률이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바의 연구 보고서 어디에도 이런 조건부 확률이라는 언급은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예측을 잘하고 또 왜 그런지를 분석해 온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필립 테틀록 교수는 “전문가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척하면서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기술의 전문가들입니다.”라고 말합니다.
테틀록 교수의 불만 중 하나는 어떻게 전문가라는 이들이 확률을 설명하면서 퍼센트(%)를 사용하지 않고 “뚜렷한 가능성” 같은 모호한 말을 사용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뚜렷한 가능성의 뭔지 전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예측이 틀리면 결과를 책임지지 않을 수 있고, 예측이 맞으면 자기 공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확률은 퍼센트(%)로 밝히는 것도 단점이 있습니다. 테틀록 교수는 사람들은 종종 그 퍼센트(%)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네이트 실버의 경우가 그럴 수 있습니다. 그를 가장 가혹하게 비판하는 이들은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 확률이 71%라는 것은 그녀가 이길 것이 확실하다는 말 아니냐고 비판합니다. “사고 날 확률이 30%라면 길을 건너지 않을 것입니다.”
<전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는 지난달 브렉시트가 뒤집어질 확률이 40%라고 말했습니다.>
예측가가 대중의 관심을 받고, TV에 출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용감하게 반대 의견을 내놓는 것입니다.
뉴욕 대학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금융 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닥터 둠(Dr. Doom)”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 후 2010년 미국이 “더블 딥 경기 침체”를 겪을 확률이 40%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루비니 교수는 그런 전망을 내놓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역사상 가장 큰 거품이고, 가격도 제로(0)가 될 것이라는 최근 주장에 대해서는 모든 걸 건 모험이었다고 자랑합니다.
루비니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도 40% 규칙이라는 죄를 저질렀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합니다.”
원자재 헤지 펀드 어게인 캐피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존 킬더프는 시장의 예측가들이 항상 염두에 둬야할 것은 예측에는 “정보와 재미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킬더프는 2015년 9월 CNBC에 출현해 “유가가 20달러 선까지 하락할 확률이 40%”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45달러였던 유기는 이후 하락세를 거듭한 끝에 30달러 선에서 저점을 찍었습니다.
킬더프 교수는 “우리는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재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라면서, 우리 모두는 싫어하는 사람이 많고, 오늘날 트위터에서 더 많이 눈에 띠곤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개인적으로 자신의 예측을 비판한 한 기자를 예로 듭니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그러면 매도하세요. 그리고 모든 걸 잃길 바랍니다.”라고 비난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킬더프 교수를 추하다고 까지 불렀다고 합니다.
모건 스탠리의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이렇게 말합니다.
“40% 규칙은 오래된 트릭입니다. 예측이 바뀔 수 있음을 어렴풋이 경계하고, 위험 수준이 변할 수 있을 말해주며, 퇴로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 아니면 이 세 가지의 조합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로치는 결과의 가능성을 40% 확률로 정해 놓으면, 상황이 바뀌어도 자신의 원래 예측을 바꾸지 않고도 고객들의 관심을 반대의 60% 상황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로치가 과거에 내놓은 예측을 살펴보면, 2002년과 2004년 두 차례, 그리고 2010년 한 차례 경기 침체 확률이 40%라고 예측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예측 모두 틀렸거나, 실제에서 다소 벗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맞을 확률이 불리했기 때문입니다.
40% 규칙은 모든 종류의 전문가적 의견에도 유용할 수 있습니다. 2015년 영국 권투 선수 앤서니 조슈아는 약체인 타이슨 퓨리가 챔피언 블라디미르 클리첸코를 이길 확률이 40%라고 예측했습니다. 경기 결과는 퓨리가 이겼고, 지금은 조슈와와 싸우고 싶어 합니다. 조슈아의 대변인은 죠수아가 퓨리와의 대결을 거절할 확률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그렇고, 여러분이 여기까지 읽었다면, 우리의 예측이 맞은 것 아닐까요?
<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 “How Do Pundits Never Get It Wrong? Call a 40% Ch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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