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뒤집어서, 항상 뒤집어서 생각하라

투자에서 좋은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그 프로세스를 지키기란 더 어려운 일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변수가 너무 많고, 많은 문제에 가로막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투자 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무수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19세기 독일 수학자 칼 야코비가 한 말에 힌트가 있습니다.

“뒤집어서, 항상 뒤집어서 생각하라”

​​야코비는 문제를 뒤집어 뒤부터 풀다보면 많은 어려운 문제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연합군은 정기적으로 독일을 폭격했습니다. 여기에 사용된 폭격기는 (대부분의 경우 B-17s) 전쟁에서 전략적으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종종 적의 대공포 공격으로 격추되곤 했습니다. 아주 심각한 문제였죠.



이 날아다니는 요새를 장갑으로 보강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었지만, 그러면 몸체가 무거워져 그만큼 폭탄을 덜 실어야 했습니다.

따라서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대공포 공격에 가장 취약한 부분에만 장갑을 더 덧대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었습니다.

문제는 어디가 가장 취약한지 알 수 있는 자료가 부족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적지에서 격추된 폭격기를 살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입니다.

1943년, 영국 공군은 귀환한 폭격기의 탄흔 위치를 검토하고, 궁여지책으로 가장 손상이 심한 부분에 장갑을 덧대자고 했습니다.

이때 아브라함 왈드가 등장합니다. 그는 1938년 나치를 피해 오스트리아에서 미국으로 탈출한 수학자였습니다. 그는 폭격기가 여러 곳에 대공포 맞고도 버티면서 귀환할 확률을 추정하고, 장갑을 덧댈 가장 효율적인 위치를 제시했습니다.



왈드의 결론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국 공군의 제안과는 정 반대였죠. 당시 왈드 분석의 대부분은 새로운 것이었고, 직관적이었습니다.

왈드는 우선 폭격기의 외관을 그리고, 여기에 귀환한 폭격기의 탄흔을 표시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귀환한 폭격기에는 일부 중요 부분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곳에 수많은 탄흔이 있었고, 다른 어떤 곳보다 꼬리 쪽에 더 많은 탄흔이 있었습니다.

왈도는 이 문제를 거꾸로 생각해 봤습니다. 즉, 귀환한 폭격기의 탄흔을 연구한 것이 아니라. 귀환하지 못한 폭격기들이 어디를 공격받았기에 격추됐는지를 생각해 본 것이죠.

여기서 독특한 통찰이 나오게 됩니다. 왈드의 통찰은 후일 수학적 분석을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셜록 홈즈와 짖지 않은 개에서처럼, 왈드의 뛰어난 직관적 도약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게 해준 것입니다.

왈드는 귀환한 폭격기에서 가장 많이 대공포 구멍이 난 부분이 오히려 가장 안전한 부분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데이터에 따르면, 귀환한 각 B-29 중 적탄으로부터 거의 손상을 입지 않은 부분은 것의 비슷했습니다.



때문에, 왈드는 이 부분(주로 조종석과 연료 탱크의 주위)이야 말로 정말 취약한 지점이며, 이 부분을 보강해야 한다고 결론 내린 것이죠.

귀환한 폭격기가 아니라 격추되어 못쓰게 된 폭격기를 조사하는 것이 더 좋았겠지만, 왈드의 경우처럼 그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귀납법으로 유용한 데이터를 얻어야 합니다.

이런 통찰은 생존 편향이라고 부르는 것 뒤에 숨어있습니다.

생존 편향이란 통계적 분석에 오직 성공한 사례만이 포함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 왜곡, 또는 유효성을 가질 수 없게 되는 인간의 경향을 뜻합니다. 왈드는 문제점을 뒤집어 생각해 봄으로써 정확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고, 결국 많은 폭격기와 많은 목숨을 살리게 되었습니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공한 투자자의 이야기 보다는 실패한 사람들과 이들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고, 그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당장 수익률이 몇 자리 더 늘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자기가 성공했던 투자 사례보다, 실패했던 경우를 살펴보는 것이 앞으로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즉, “성공한 이유”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신중하게 실패를 분석하고 과오를 진단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말입니다. 거기가 바로 장갑을 덧대야 할 부분이며, 대공포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부분입니다.

투자는 대부분의 경우 패자의 게임입니다. 수익률은 기술보다는 운에 의해, 그리고 거래 비용을 얼마나 줄이느냐로 결정됩니다. 잘해서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실수를 줄여야 이기는 게임입니다. 때문에 실패의 원인과 결과를 자세히 살펴봐야만,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아질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뒤집어서, 항상 뒤집어서 생각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pius.p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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