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이번에는 난민 위기 (2부)

난민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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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전체 인구 중 해외로 떠난 인구 비율은 약 13.5%로, 400만~450만으로 추산된다. 차베스 혁명으로 경제와 정치에 불어닥친 혼란으로 인해 꾸준한 인구 이동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제 이주 기구(IOM)의 추산에 따르면, 2015년 이래 베네수엘라 국민 230만(전체 인구 중 약 7%)가 해외로 이주한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에 남아있는 고소득층 중 54%, 저소득층 중 43%가 해외 이주를 희망하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2015년 한 해에만 약 70만이 해외로 떠났으며, 그중 73%가 미국, 캐나다 또는 유럽행을 택했다. 목적지를 보면, 아마도 고소득층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의 경우, 164만이 이주했고, 그중 53%의 목적지는 남아메리카였다.

현재 베네수엘라 국민이 가장 많이 이주한 나라는 콜롬비아로, 약 87만이 거주하고 있다. 콜롬비아 인구의 약 1.7%에 해당하며, 콜롬비아에게는 상당한 충격이다. 2010년 당시 콜롬비아에 거주하는 전체 외국인은 10만에 불과했다.

(콜롬비아로 향하는 베네수엘라인들의 행렬>



이 같은 엄청난 인구 유입은 콜롬비아 역사에서 전무한 일이며,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은 해군 병원선 ‘USNS Comfort’를 콜롬비아에 파견해 이주민 관리를 돕고 있다.

브라질 또한 대규모 인구 유입을 겪고 있다. 5만 가량의 베네수엘라 국민이 브라질에 들어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유입을 처리하기 위해 브라질 테머 대통령은 로파이머 국경 지역에 “무방비 상태(state of vulnerability)”를 선언하면서 국경 보호를 강화했다.

페루 또한 마찬가지다. 2015년 난민 신청 건수는 433건에 불과했다. 이후 2년 동안 약 34,000건으로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 월평균 14,000건에 이르고 있다. 페루 당국의 추산으로는 8월 말 당시 40만의 베네수엘라인이 국내에 거주 중이라고 한다.

에콰도르의 경우, 베네수엘라인들이 나라를 탈출하기 위해 거쳐가는 중계국 역할을 하고 있다. 연초부터 8월까지, 약 641,000명의 베네수엘라인들이 에콰도르에 입국했다. 이 중 약 526,000명은 다른 나라로 떠났고, 약 115,000명이 남아있다.

에콰도르는 이런 인구 유입에 대처할 자원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페루 정부는 경제 여력이 있는 베네수엘라인에 한해 2년간 체류를 허용할 계획이다. 페루 정부가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을 국경 근처 난민촌에 모아놓을 계획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카리브해 남부 제도 큐라소와 트리니다드 토바고에도 베네수엘라 난민이 유입되고 있다. 이들 섬까지 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는 숫자가 적긴 해도, 트리니다드 토바고에만 약 6만이 이주했다.

마지막으로 아르헨티나와 칠레에도 베네수엘라 이주민이 증가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20분마다 1명씩 신규 베네수엘라 난민이 아르헨티나에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체 숫자 면에서 콜롬비아와 브라질이 직면한 문제만큼 크진 않는 상황이다.

문제 1: 범죄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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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난민 사태는 사회 안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스웨덴의 선거는 난민과 이주민 문제가 중심에 놓여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콜롬비아로의 난민 유입은 엄청난 수준이다. 하지만 대규모 난민 유입으로 인한 혼란은 이들을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나라 중 한 곳이다. 2016년 마지막 발표된 공식 자료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내에서 21,000명 이상이 살해되었다고 한다. 10만 명당 70건 꼴로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에 이에 세계 3위 살인율을 보인 나라였다.

베네수엘라에는 조직범죄가 만연해 있고, 경제가 붕괴되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들에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범죄 조직은 사법 기관과 연계해 갈취, 밀수 및 기타 범죄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베네수엘라 조직범죄의 핵심 중 하나는 마두로 정부의 가격 통제와 보조금을 폭넓게 활용하는 것이다. 쇠고기 가격을 담합하고, 이를 기화로 소를 대규모로 밀수출했다. 매년 25만 두의 소가 베네수엘라에서 가격이 더 높은 콜롬비아로 밀수출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군인들도 이 밀수출에 관여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물론, 가장 많이 그리고 심각하게 밀수출되는 품목은 석유, 특히 휘발류다. 정부 가격 통제와 통화 가치 하락으로, 베네수엘라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0.01달러에 불과하다.

마두로 대통령은 정부 지출을 줄이기 위해, 휘발유 가격을 시장 수준으로 끌어올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들에게 “조국 카드(fatherland card)”를 발급해, 싼 가격에 휘발유를 살 수 있게 했다. 조국 카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차량을 등록해야 한다.

이 조국 카드는 정부 보조금의 다른 말이며,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다. 매일 최대 10만 배럴의 원유 또는 원유 제품이 밀반출되고 있다.

범죄 조직의 손길이 이제 광산 부문으로 뻗치고 있다. 부패한 공무원들과 결탁한 범죄 조직은 채굴 수익을 얻을 뿐만 아니라, 채굴된 귀금속으로 마약 자금을 세탁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마약 운반에 사용하는 루트를 통해 귀금속을 밀반출하고 있다. 그리고 콜롬비아의 FARC 같은 다른 테러 단체들과도 연계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이들 범죄 조직은 베네수엘라 빈곤층을 성매매와 강제 노동 등에 인신매매하고 있다. 밀수 루트를 통해 총기류 또한 매매되고 있다.



사회 질서가 붕괴되면서 범죄 행위가 만연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난민을 따라 이들 범죄 조직도 다른 나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른 나라의 범죄 조직들도 베네수엘라의 범죄 조직과 연계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인들의 해외 이주가 증가하면서 범죄 조직도 그 뒤를 따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 2: 질병

경제가 붕괴되면서, 베네수엘라인들은 점점 더 기본적인 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극단적인 상황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 몇 년 동안 열대성 질환 퇴치에 최일선에 있었던 베네수엘라가 더 이상 그런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말라리아 관련 질병 증가율)



2017년 3분기까지, 확진 말라리아 환자 수는 거의 320,000명에 이르렀다. 이런 급격한 환자 수 증가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산림 벌채다. 일부 불법 광산 개발을 위한 산림 벌채로 모기의 번식 근거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둘째, 경제 위기로 인해 예방 조치가 어려워진 것이다.

셋째, 외화 보유고의 감소와 세수 부족으로 질병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 고갈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만연해 있는 부패로 인해 있는 의약품마저 암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홍역도 다시 돌아왔다. 경제 위기로 공중 보건이 무너지면서 예방 접종도 부족해졌고, 그로 인해 질병 발병이 불가피해졌다. 같은 이유로 디프테리아 또한 다시 나타났다. 달러 보유고 감소는 곧 백신 수입이 급감으로 이어졌고, 공중 보건 예방 접종 프로그램도 더 이상 실시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베네수엘라인들이 다른 나라로 떠나면서, 이들 질병 또한 함께 따라가기 마련이다. 비정부 기구들은 베네수엘라에 의약품을 들여오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외부 간섭에 강박증이 있는 마두로 정부는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난민 사태는 해당 나라들의 범죄와 질병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난민들은 괄시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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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메리카는 하이퍼인플레이션과 채무 디폴트가 낯설지 않다. 브라질은 1980년대 경제 위기를 겪었고, 아르헨티나 또한 여러 차례 디폴트를 선언했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경우 풍부한 원유 자원을 방패 삼아 경제 위기를 피해 가곤 했다.

대부분의 경우, 군부가 개입해 통제하는 시점이 되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독재 정권은 쿠데타를 불러오고, 종국에는 다시 민주주의가 회복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이런 역사가 반복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럴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조만간 보일 가능성도 낮은 상태다. 군부에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증거는 있지만 (최근 드론 암살 시도도 그 한 예이다)., 차베스와 카스트로의 동맹으로 강화된 군부에 대한 통제가 아직 여전한 상황이다.

차베스는 쿠바에서 정보 요원과 보안 기법을 들여왔고, 이를 통해 정권에 대한 군부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또한, 군부가 밀수와 부패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마두로의 권력 유지에 기꺼이 눈 감고 있다. 마두로는 종종 미국의 간섭과 미국 지원 세력에 의한 국가 전복을 두려워하곤 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쿠데타를 계획하고 있는 군부 내 반체제 인사들과 접촉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은 이들을 신뢰하지 못했고, 결국 물적 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마두로 정부에 지원을 제안한 바 있다. 러시아의 경우, 원유 정제업체 ‘시티고’의 지분 49%를 비롯해, 베네수엘라 원유 부문의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경우, 그러한 지분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또한 베네수엘라 정부와 러시아는 부채를 재조정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를 경제적 관계가 아닌 지정학적 이유로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와 더 돈독한 사업 관계를 맺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대중국 부채는 약 150억 달러에 달하며, 이 중 대부분은 원유로 직접 갚고 있다. 따라서 원유 생산 감소로 베네수엘라의 부채 감당 능력이 점점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개입은 미국의 이익에 위협이 된다. 동시에, 너무나도 힘겨운 베네수엘라의 상황으로 인해,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체제 전복을 도우려는 나라도 없어 보인다. 따라서 마두로의 권력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갈 가능성이 높다. 이것만으로도 베네수엘라인들이 탈출 행렬에 동참할 충분한 동기가 될 것이다.

파급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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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인 우려는 베네수엘라 난민이 계속 유입되어, 이웃 나라들의 경제, 안보 및 보건에 위기 상황이 발생되는 것이다. 이런 위험은 이미 드러나고 있다. 베네수엘라인들의 탈출 모습에 고무된 다른 나라, 특히 에콰도르인들이 탈출 유혹을 받고 있다.

미국을 향한 베네수엘라인들의 행렬은 앞으로도 점점 더 길어질 것이다. 이미 많은 베네수엘라 부유층에 미국에 자리 잡았다. 거의 59,000명의 베네수엘라 망명자가 미국에 정착했다.

하지만, 이미 정치적 복잡해져 있는 미국의 이주민 상황에서, 덜 부유하고, 더 절망적이며 더 건강도 나쁜 베네수엘라인들이 계속 유입되게 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미국은 원조를 비롯해 현재 베네수엘라가 지고 있는 짐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시장 영향과 관련해,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 문제와 더불어 부채 처리 문제도 심각하다. 원유의 경우, 공급 부문에 차질을 주어 유가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제재 위협이 이미 이란의 원유 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 간극을 사우디아라비아가 메꿀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베네수엘라의 상황은 오랜 기간 서서히 진행되어온 만성적인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점점 더 악화되어 온 질병이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조만간 완전히 붕괴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남아메리카 전체에 압박으로 이어져, 이 지역 신흥 국가들이 고통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 한 나라의 문제가 지역의 문제로 비화되는 모습은 결코 환영할 만한 것이 못된다.

자료 출처: Confluence Investment Management, “The Venezuelan Migration Cri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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