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유층이 다음 세대로 부를 물려줄 경우 70%가 재산을 소진하며, 그다음 세대에는 90%가 그렇게 된다고 한다. 일부는 과소비, 중독, 불운, 레버리지 또는 잘못된 결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돈을 투자한 방식 때문이었다. - 메브 파버
#
이 문제를 좀 더 깊이 살펴보자. 수중에 100만 달러가 있고, 100년 동안 구매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해보자. 이 돈을 낭비할 자손이 없다고 했을 때, 이 100만 달러를 구매력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아주 답하기 까다로운 질문이다. 본래 미래란 불확실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더 쉬운 질문부터 시작해 볼 수 있다. 100년 전인 1919년 100만 달러가 있었다면, 현재까지 구매력을 유지하려면 어디에 투자해야 했을까?
안전한 곳에?
안전한 곳에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를지 모른다. 미국 단기 국채가 가장 안전하지 않았을까? 아니다. 파버가 지적했듯이, 미국 단기 국채는 장기간 동안 상당한 손실구간에 있을 수 있다. 미국 주식과 단기 국채의 과거 손실구간의 추세를 보면, 비슷한 결론이 나온다:
<미국 주식(붉은색)과 단기 국채(푸른색)의 손실구간 추세>
#
차트에 나타난 것처럼, 물가 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미국 주식은 하락은 빠르고, 회복은 느린 경향을 보였던 반면, 미국 단기 국채는 서서히 손실구간에 접어들지만 장기간 동안 회복하리란 보장이 없다. 실제 미국 단기 국채는 68년 동안이나 실질 손실구간에 있었다. 미국 5년 만기 국채를 장기간 동안 분석해 봐도 단기 국채와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따라서 단기 및 중기 국채를 믿을 수 없다. 그러면, 어디에 의지해야 할까?
금에?
금 1온스면 언제나 근사한 양복 한 벌을 살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금은 역사상 대부분의 기간 동안 돈으로 쓰였기 때문에, 구매력을 유지하는데 금을 이용하는 것도 타당해 보인다. 금의 한 가지 문제는 미국 단기 국채와 마찬가지로 장기간 동안 손실구간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은 1980년부터 2012년까지 실질적인 손실구간에 있었다.
#
이런 성과를 토대로 볼 때, 금 배제하지 않는다 해도, 포트폴리오에 상당 부분으로 가져갈 수는 없어 보인다.
주식은?
글로벌 파이낸셜 데이터에서 1601년 이후 세계 주가 지수를 집계한 결과, 주식이 좋은 수익률을 보여주긴 했지만, 몇 차례 장기간 동안 횡보를 겪었던 모습이 나타났다.
#
1700년부터 1800년까지 세계 주식 시장은 계속해서 횡보했다. 주식 시장이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수익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산업 혁명 이후였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자금을 장기적으로 주식에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바턴 빅스는 “Wealth, War, and Wisdom”에서 ‘그리 서두르지 말라.’라고 말한다. 그는 전쟁과 다른 재앙에 가까운 사건들이 진행되는 동안 주식 시장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심도 있게 분석했다. 예를 들어, 2차 세계대전 기간 중 독일 주식 시장은 폐쇄되었다가 전쟁이 끝나고 80% 이상 급락한 모습으로 개장되었다.
#
그리고 전쟁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던 주식 시장은 독일만이 아니다. 러시아의 경우, 2차 세계대전으로 25%의 주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추산된다. S&P 500이 S&P 375가 되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갈등의 시대에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안전한 피난처?
자금을 주식에 상당 부분 배분하면 장점이 있지만, 가끔씩 세상에 닥치는 혼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빅스는 아직 살펴보지 않은 또 하나의 자산군을 소개한다:
부유층이라면, 재산 중 5%는 안전한 피난처에 맡겨놔야 한다. 그리고 또 다른 5%로 농장을 사둬야 한다.
#
빅스는 국내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들어가 지낼 수 있는 농장과 더불어 안전한 피난처(예를 들어, 자금을 넣어둘 수 있는 접근 가능한 국내외 안전 자산)을 권한다. 바짝 엎드려 갈등이 해결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런 생각도 나쁘지 않지만,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농장을 운영하거나 농사를 지을 줄 모르는 사람도 있다. 재산 중 10%를 안전한 피난처/농장에 넣어두고 싶지만, 대부분에게는 실용적인 방법이 아니다. 또한 최근 미국 중서부 지역의 홍수를 보면, 안전한 피난처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음이 나타났다.
그러면 안전하다는 것은 무얼까? 아무것도 안전하지 않다. 채권도, 주식도, 금도, 농장도 안전하지 않다. 시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이들 자산이 안전해서는 안 된다. 현금이 가치 저장 수단이라면, 이들 자산이 안전해서는 안 된다.
생명체의 어떤 한 가지 생물학적 특성이 몇 세대에 걸쳐 전해지리란 보장이 없는 것처럼, 어떤 한 가지 자산으로만 몇 세대에 걸쳐 구매력을 지킬 수 없다.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투자 환경 역시 항상 진화하고, 항상 변화하기 때문이다. 따라 하기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응해야 한다.
앞으로 100년
그렇다면 구매력을 유지하면서 2119년까지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세계 주식에 상당 부분 투자하고 일부를 물질적 자산(예를 들어, 토지, 금 등)에 투자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충분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세상에 종말이 올지도 모른다는 말이 아니다. 세상에 종종 엄청난 재앙이 닥치곤 한다는 점에서 건강한 비관론도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세계 주식/채권 시장이 지금 일반 투자자들의 여생 동안(즉, 향후 40년 동안) 투자 목적을 달성시켜 줄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는다. 하지만 지난 몇 백 년 동안의 시장 모습을 보면,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확실한 것은 없다. 안전한 것도 없다.
이런 입장에 동의한다면, 바턴 빅스의 책 “Wealth, War, and Wisdom”을 추천한다.
자료 출처: Of Dollar & Data, “Nothing is Safe”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안전한 것은 없다 - 자손 대대로 재산을 지키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