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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경제학의 아버지 중 하나인 대니얼 카너먼 교수가 가장 좋아하는 논문 중 하나는 “예측의 심리학에 대해(On the Psychology of Prediction; 1973년)”라고 한다. 이 논문에서 카너먼 교수는 직관에 의존한 예측은 종종 믿을 수 없다면서, 그 이유는 예측하는 사건과 잘 맞는 이야기만 골라 이를 바탕으로 예측을 내리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행동 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판단 또는 대표성 휴리스틱이라고 부르며, 익숙한 이야기에 터 잡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편향성을 뜻한다. 이것은 예측을 하는 가장 나쁜 방법 중 하나다. 아주 제한적인 데이터를 사용하므로 인해, 작은 수의 법칙에 빠질 수 있고, 그에 따라 오도된 예측을 내놓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 따르면, 수술 환자의 완치율이 50%(기본적으로 동전 던지기 확률 또는 사전 확률)인 의사가 있을 때, “마지막 수술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라는 말만 덧붙이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이 의사에게 수술받는데 동의한다고 한다. 이 의사의 완치 확률을 생각해 봤다면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투자 전략이나 전반적이 시장의 방향 등의 장기적인 결과를 올바르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를 감안해야 한다.
1.평가 대상 전략이 장기적으로 성공 또는 실패할 확률;
2.시장에는 운과 기술 모두가 작용하며, 평균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 및;
3.과거 어떤 극단적인 사건이 일어난 후 상황 전개 자료.
예를 들어, 2009년 3월 “일생일대의 매수 기회”라는 글을 썼는데, 당시 어떤 대단한 통찰이 있어서가 아니라, 과거 시장에서 극한의 변곡점에 도달한 후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데이터를 살펴보고 그런 결론에 이른 것이었다.
투자에서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은 주식 시장이란 복잡한 적응성 시스템이며, 운과 기술 모두가 작용해 전환을 거듭하면서, 방향성을 찾아간다는 점이다. 주식 시장에서 운은 본질적으로 단기간 동안 영향을 미치며, 시장 전체, 개별 주식 또는 포트폴리오에 양 방향(상승 또는 하락)으로 특별한 기회를 만들어 준다. 운은 결과에서 기술을 뺀 나머지다.
결과에 운이 얼마나 개입되었는지는 결과가 어느 정도 기간에 걸쳐 나타난 것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운이 거의 개입되지 않는다면, 과정만 좋으면 거의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운이 개입되는 경우에도, 과정이 좋으면 보통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그러려면 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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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서 운/기술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거의 전적으로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단기간 동안의 결과는 거의 운에 좌우된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그 이유는 과정이 나빴는데도 훌륭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전적으로 운 때문이며, 과정이 좋았는데도 나쁜 결과가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다.
지난 5년 평균 연간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종목 50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고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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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500에 10,000달러를 투자했다면, 16,220달러가 되는데 반해, 이 전략은 33,482달러로 불어나게 된다. 3년 차 수익률(거의 모든 투자자들이 기존 투자 전략을 고수할지를 결정할 때 살펴보는 지표)은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이 전략의 3년 차까지 연평균 수익률은 32.90%인데 반해, S&P 500은 7.3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전략의 수익률이 S&P 500보다 못했던 경우가 한차례도 없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만일 펀드였다면 모닝스타에서 별 다섯 개는 받았을 것이다. 또한 언론 보도에서도 꽤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을 것이고, 직관적인 전략일수록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장기적인” 증거로 사용될 것이며, 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였을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게 있다. 이 수익률은 1964년부터 1968년까지의 기간 동안의 수치다. 당시는 1990년대와 흡사하게, 투기성 주식들의 주가가 급등하던 시절이었다. 1968년의 투자자는 이 투자 전략의 이후 장기적인 결과를 알 노릇이 없기 때문에, 이전 기간의 훌륭한 수익률만 보고 이 전략을 채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바로 그때가 전략이 곤두박질치는 시점일 수도 있다.
이후 이 전략은 아주 장기적으로 미국 국채 수익률보다도 못한 끔찍한 전략이었다. 장기 수익률을 데이터를 갖고 있는 투자자라면 연간 매출 증가율을 기준으로 한 투자가 얼마나 끔찍한 방법인지 알았을 것이다. 이 전략의 1964년부터 2009년까지 연평균 수익률은 고작 3.88%에 불과했다.
이 기간 동안 연평균 매출 증가율 상위 50개 주식에 10,000달러 투자했다면, 2009년 말 고작 57,631달러로 성장했을 것이고, 반면 미국 국채에 10,000달러를 투자했다면 연평균 5.57%의 수익률을 올렸을 것이며, 10,000달러는 120,778달러가 되었을 것이다. 한편, 같은 기간 도안 S&P 500에 투자했다면, 10,000달러는 연평균 9.46%의 수익률로 639,144달러가 되었을 것이다.
주식 전부에 투자했다면, 훨씬 더 성과가 좋았을 것이다. 즉, 연평균 수익률 11.22%로, 10,000달러는 133만 달러가 되었을 것이다. 이 전략이 엄청난 수익률을 올라는 동안 투자자들이 간과한 것은 주가 수준이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이것은 카네만 교수의 논문이 중요한 이유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즉, 사람들은 데이터에 기반해서가 아니라, 자기 예측과 배경 이야기가 얼마나 잘 맞는가에 초점을 맞춰 예측을 한다. 단기간의 데이터를 장기간으로 연결하게 되면, 장기적인 결과에 치명적일 수 있다.
”가장 위험한 방정식(The Most Dangerous Equation)”을 만든 아브라암 드 무아브르는 평균과의 차이는 표본의 크기에 반비례한다고 말했다. 작은 표본은 결과가 어느 방향으로 나타날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작은 표본에만 국한하면, 장기적으로 비싼 대가를 치르는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1. 투자자라면 단기 수익률은 장기적인 결과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못하는 쓸모없는 지표로 보는 것이 현명하다. 실제, 단기 수익률은 투자자를 가장 잘못된 길로 이끌 수 있기 때문에, 무시하는 편이 더 낫다. 주식 시장에는 운과 기술 모두가 작용하며, 단기적으로는 운이 더 큰 작용을 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술이 더 큰 역할을 한다.
2. 투자자라면 장기적인 확률을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즉, 가능성보다는 확률에 입각해야 한다. 만일 모든 가능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생활한다면, 아마도 집 밖을 나갈 엄두가 나지 않을 수도 있고, 오로지 로또를 사러 나가는 게 유일한 외출일 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차를 몰고 마트에 가서 식료품을 산 다음, 아무 사고 없이 집에 돌아와 식탁 위에 풀어 놓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하지만 가능성이란 뭔가? 거의 모든 상황이 다 가능성이 있다. 하늘을 날던 비행기에서 엔진이 떨어져 차 지붕에 떨어져 즉사할 가능성도 있다. 빨간불인데도 반대 차선에서 차가 달려들어 사고로 죽을 수도 있다. 강도가 차로 달려들어 창문을 부수고 총을 쏠 수도 있다.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어떤 일이든 일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대부분이 일어날 확률은 아주 낮다. 차를 타고 출발할 때도 이런 수많은 확률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도, 투자 결정을 내리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
우리의 뇌는 어떤 일이 일어난 후 그에 대한 인과관계를 만들어낸다. 그럴듯해 보이긴 하지만, 그 사건과 확률적 연관성은 없다. 단기간의 훌륭한 수익률을 목격한 후 매출 증가율 상위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3. 주식시장에서 단기적 추세는 대부분 무작위적이고 운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런 단기적 추세는 무시하고, 미래에 성공할 확률(기준율)이 가장 높은 전략으로 투자해야 한다.
4. 로또 1등에 당첨된 확률은 희박하다. 그런 희박한 확률에 기대지도 말고, 로또 같은 주식도 바라지 않는 것이 좋다.
5. 단기적으로, 좋은 투자 전략이 저조한 수익률로 이어질 수 있는 것처럼, 나쁜 투자 전략이 훌륭한 투자 수익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로 마땅히 해야 할 일만 하면 된다. 장기적으로 내 투자 전략이 가져올 결과를 이해하고, 전략을 고수해 나가는 것이다. 이 한 가지만 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다른 대부분의 투자자들보다 앞서갈 수 있을 것이다.
자료 출처: What Works on Wall Street, “Short-term Luck Versus Long-term Sk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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