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키 위기의 이해 1부 - 터키의 지정학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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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부에서는 먼저 터키의 지정학과 역사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2부에서는 터키의 경제 상황과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터키 정의개발당(AKP)의 경제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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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의 경제 정책은 분명 터키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위 차트는 터키의 GDP를 나타낸 것이다. 2001년 이전 캐말리스트 정권과 비교했을 때, 2002년 이후 정의개발당 정권에서 터키 GDP는 상승 추세를 이어왔다.
이런 성장세는 1인당 실질 GDP에서도 분명히 나타난다. 케말리스트 정권의 연평균 성장률은 1.1%였던 반면, 정의개발당에서는 연평균 4.2%였다.
물가 상황도 좋았다.
마찬가지로, 가운데 선을 기준으로 케말리스트 정권과 정의개발당 정권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정의개발당이 분명 인플레이션 관리를 더 잘 해왔다.
그렇다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어떻게 이런 경제 “기적”을 뒤엎어 버렸을까? 답은 해외 자금을 끌어와 밀어붙인 공격적인 건설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이 차트는 터키의 총 부가가치(GVA) 대비 건설 부문의 비중을 보여준다. GVA는 GDP와 세수를 더하고 여기서 보조금을 제외한 금액이다. 이는 국가 계정에서 GDP를 보완하는 척도이다. 정의개발당이 2002년 집권했을 당시, 건설 부문이 GVA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였다. 정의개발당이 집권하면서 이 비중이 두 배로 뛰었다. 2002년 GVA에서 건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번째였다. 현재 제조업과 도소매업 부문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신흥 시장 국가들의 경우, 대외 부채는 필요하기도 하지만, 저주이기도 하다. 신흥 시장 국가들은 산업 기반 구축을 위한 투자 자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길이 있다. 첫째 독일과 극동 지역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한 방법으로, 소비세 부과를 통한 내수 소비를 억누르고, 통화 가치를 절하시켜 수출 산업을 키우는 것이다.
내수 소비를 억제하면 저축이 증가하고, 이는 다시 산업 기반에 사용할 수 있다. 이 모델에서는 “마지막 수입의 보루(importer of last resort)” 역할을 할, 즉 자국 상품을 사줄 국가가 필요하다. 새로 구축된 산업 기반을 통해 더 많은 상품이 생산될 것이고, 이는 일반적으로 국내 수요를 넘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수출 능력이 좋지 못하면 이 모델은 실패하게 된다.
두 번째 모델은 외국 자금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남미에서 사용되었다. 이 개발 모델에서, 신흥 시장 국가들은 외국에서 빚을 내거나 또는 주식 시장 투자를 유지해 해외 자금을 끌어들여 투자에 사용한다. 신흥 시장 국가들에게 직접 투자가 매력적인 요인은 더 오래 머무는 경향이 있고, 문제가 생겨도 빼내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의 직접 투자가 지닌 문제점은 이로 인해 신흥 시장 국가들의 주권이 어느 정도 상실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의 주식 투자는 직접 투자보다 해당 국가에 다소 덜 매력적인데 그 이유는 자본 통제가 부실하게 되면, 쉽게 주식을 팔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수단인 외국에서 자금을 빌려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해외 대출 기관에서 직접 대출을 받는 방식이나, 금융 수단(일반적으로 국채 발행)의 형식이 될 수 있다. 외국 대출 기관은 일반적으로 자국 통화를 통한 대출 방식을 선호한다. 금리 면에서도 이득이 되고, 환전 비용도 절감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출받은 국가의 금리가 상승하거나, 통화가 절상될수록, 대출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이 모델의 위험은 외국 투자자의 변덕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외화 대출을 갚기 위서는 외화 보유고를 유지해야 한다. 경제 전체로 볼 때, 무역 흑자를 내야만 빚을 갚아 나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무역 흑자를 내지 못하면, 빚을 갚기 위해 외화 보유고를 축내거나 새로 빚을 얻어오는 수밖에 없다.
다음 차트는 터키의 대외 부채와 경상 수지를 GDP 대비(%)로 나타낸 것이다. 정의개발당이 집권했을 당시 대외 부채는 아주 높았다. 하지만 케말리스트 정부는 경상 수지 흑자를 내고 있었고, 부채 관리도 잘 하고 있었다. 따라서 현재 터키의 문제는 경상 수지 적자와 대외 부채가 증가라고 할 수 있다.
경상 수지 적자 확대되고, 대외 부채 증가하는 국가는 언젠가는 무너지게 마련이다.
위 차트에서 상단은 터키의 외화 보유고를, 하단은 경상 수지를 보여줍니다. 일반적으로, 경상 수지는 적자이며, 외화 보유고는 증가하는 경우, 외국 투자 유입은 경상 수지 적자에 의해 상쇄되어 버리고, 국내 저축/투자 잔고에 불과하다는 의미가 된다. 즉, 경상 수지 적자는 국내 투자가 국내 저축보다 크다는 의미다. 경상 수지 적자는 외국 투자 유입 또는 외화 보유고 감소로 충당된다.
터키의 외화 보유고는 2013년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경상 수지는 지속해서 적자를 보이고 있다. 외화 보유고가 상대적으로 많기는 하지만, 외국 투자자가 터키를 포기하면 급격한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란 원래 시장 정서의 변화에 따라 급변할 수 있는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에 의해 움직인다. “미국식” 발전 모델을 사용하는 국가는 경상 수지 적자가 발생하는 한 외국 투자자들에게 휘둘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외국 투자자의 신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터키의 외화 보유고는 특이한 변화를 겪어왔다. 현대 은행은 채무 불이행 발생 시 각 대출마다 할당된 유동성 비율을 의미하는 지급준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터키 은행법에 따르면, 터키 중앙은행에 외화 자산을 유치해 놓은 은행은 대출 확대에 필요한 대손 충당금으로 외화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중앙은행은 이 대손 충당금을 외화 보유고의 일부고 잡는다. 따라서 터키의 가용 외화 보유고는, 일부가 대손 충당금이란 “제약”에 묶여 있기 때문에, 공식 자료에 나타나 있는 것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즉, 터키의 외화 보유고는 예상보다 적을 지도 모른다.
2016년의 쿠데타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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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현재 위기를 가져온 또 다른 핵심 요인은 2016년 시도된 쿠데타의 실패이다. 이 쿠데타는 정의개발당 정권을 전복하고, 터키를 다시 세속주의 정부로 돌려놓기 위한 케말리스트들의 마지막 노력이었다. 케말리스트들은 오래전부터 “너무 종교적”이란 이유로 지도자들을 갈아치워 왔지만, 이번 권력 장악에 실패는 이들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고, 군부가 더 이상 정부에 도전할 만큼 충분히 세속주의를 표방하지 못하거나, 충분히 결속하지 못한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이번 쿠데타는 거의 성공할뻔했지만,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지 세력을 결집해 반란군에 대항할 수 있었다. 보안군은 광범위한 숙청을 통해 군부의 케말리스트들을 제거했을 뿐만 아니라, 에르도안에 반대하는 모든 실질적이고 잠재적인 세력을 축출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귈렌주의자들은 특별 조사를 받고 있다. 펫훌라흐 귈렌은 에르도안 체제에 잠재적 위협이다. 그는 이슬람주의자들에게 정의개발당의 대안이며, 귈렌주의자들은 터키 사회에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정계에서 귈렌주의 동조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과감한 시도를 해왔다.
쿠데타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꾸준히 권력을 통합했다. 앞서 언급한, 개정 헌법과 최근 선거는 그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정부의 구조조정과 권력 통합 결정은 쿠데타 실패에 대한 반응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위기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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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터키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20년 넘게 소규모 기독교 집단을 이끌어 온 50세의 복음주의 기독교 목사 앤드류 브런슨(Andrew Brunson)의 억류이다. 쿠데타가 실패하고 3개월 후인 2016년 10월, 브런슨과 그의 아내는 지역 경찰서에서 출두 요구를 받았다. 일상적인 거주 허가 연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체포되어 “국가 안보 위협” 혐의로 기소됐다. 아내는 2주 후 풀려났지만, 브런슨 목사는 최근에 감옥에 수감되었다.
그의 혐의에는 쿠데타 당시 기독교 쿠르드인들에게 분리주의를 조장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브런슨의 운명은 미국 정치권이 얼마나 그의 호소를 받아들이느냐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미국에서 그의 핵심 지지층은 복음주의자들로, 그들에게 브런슨은 호감 가는 인물이다. 특히 복음주의 기독교인인 펜스 부통령은 브런슨의 석방을 강력하게 외치고 있다. 반면, 에르도안의 지지 기반인 이슬람주의자들은 브런스의 선교 활동을 백안시하고 있다.
브런슨이 쿠데타의 연루되었다는 어떠한 증거도 나타나지 않았다. 실제로, 그의 체포는 쿠데타 이후에 터키 정부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또한 브런슨 목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로 하여금 브러슨을 위해 테러리스트들을 도운 혐의로 구금되어 있는 터키 국민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브런슨의 석방을 확보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합의는 결렬되었다. 에르도안이 브런슨과 귈렌을 교환하자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제재를 우회해 이란을 도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터키 은행 임원을 요구했다. 또한 이란 제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할크방크에 벌금 부과를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감옥에 있는 은행 임원이 이 은행에서 일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제재를 추가로 강화하려는 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런슨을 돌아오게 하기 위해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훨씬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고 있다. IMF를 압박해 터키의 구제 금융 요구를 거부하게 할 수도 있고, 유럽 부흥 개발은행이 터키에게 대출을 해주지 못하게 막을 수도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은행 간 금융 통신 협회(S.W.I.F.T.)가 터키 은행들과 교류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터키에게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다.
결국 에르도안이 굽히고, 브런슨을 석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에르도안이 체면을 살리면서 이번 위기의 일부를 끝낼 계획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브런슨이 석방되더라도, 터키가 직면하고 있는 다른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3부에서는 현재 터키의 다른 위기 상황과 그에 따른 터키의 선택지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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