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위스키, 주주들의 위스키 - 위스키 배당금 세 번째 이야기

대부분의 배당금은 현금으로 지급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주주들에게 주식이나 현물로 배당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물 배당의 사례 중 재미있는 사례가 바로 위스키 배당입니다. 이전 글에서 이미 ‘내셔널 디스틸러스 프로덕트’와 ‘파크 앤드 틸포드’의 위스키 배당 이야기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증권가 사람들이 때론 갈짓자 횡보를 보이곤 하지만, 그렇다고 진짜 술에 취해서는 그런 것이 아니듯이, 배당을 현금 대신 위스키로 하는 경우도, 주주들을 술로 달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위스키 배당의 또 하나의 사례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위스키 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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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10월 15일, ‘내셔널 디스틸러스 프로덕트’의 주주들은 보유 주식 5주당 16년산 위스키 24파인트를 받았다. 금주령 기간 동안 창고에서 썩고 있던 위스키였다. 21차 개정안으로 금주법이 폐지되자, 이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주주들에게 이 위스키를 푼 것이다.

내셔널 디스틸러스의 주가는 1933년 초 19달러에서 1933년 9 월 111.25달러로 급상승했고, 주주들은 공짜로 위스키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주가 급등으로 엄청난 이득을 봤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개입하자, 일본이 점령한 아시아 지역에서 천연고무 수입이 불가능해졌다. 그러자 정부는 위스키 등의 알코올을 주류로 생산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탄약과 합성 고무 생산에 돌리게 만들었다. 1943년이 이 법이 해제되자, 두 회사가 창고에서 숙성되고 있던 위스키를 주주들에게 보상했다.



1943년 12월 ‘파크 앤드 틸포드’는 주주들에게 시중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위스키를 살 수 있는 일종의 ‘할인권’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량은 주주당 6상자였다. 하지만 정부가 개입해 흥을 깨버렸다. 당시 역시 미국은 전쟁 중이었고, 모든 가격을 통제 중이었기 때문이다.

가격 행정처가 나서 이 위스키 ‘할인권’ 유통을 막았고, 할인권으로 구입한 위스키의 재판매도 금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크 앤드 틸포드’의 주가는 1943년 12월 57.625달러에서 1944년 5월 26일 98.25달러로 상승했다. ‘파크 앤드 틸포드’는 주가 상승을 활용해 증권사 ‘아이라 하우프트’에게 주식을 팔았다. 아이라 하우프트가 이 주식을 시장에 풀자, 증권 거래 위원회는 이를 2차 분매로 규정하고, 이 증권사의 나스닥 회원 자격을 20일 동안 정지시켰다. ‘파크 앤드 틸포드’ 주식 매각을 막기 위해서였다.

주주들에게 위스키 배당을 실시한 세 번째 회사는 ‘톰 무어 증류소(Tom Moore Distillery)’였다. 이 회사는 주주들에게 켄터키 버번 위스키 원액 27갤런을 지급했다.

톰 무어의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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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셀빈 무어’는 1853년 3월 18일 태어났다. 아일랜드에서 이주해 온 그의 가족은 1840년대 켄터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톰은 1874년 ‘존 D. 윌렛’ 증류소에서 일을 시작했고, 1876년 ‘벤 매팅글리’와 함께 윌렛 증류소를 인수해 ‘매팅글리 앤드 무어 증류소’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 증류소는 1881년 외부 투자자들에게 팔렸지만, 운영은 계속 무어가 맡았다.



1899년 무어는 다시 독립했다. 켄터키 주 모튼스 스프링의 바즈타운 외곽에 있는 땅 116에이커를 매입해 증류소를 세웠다. 초기 무어는 일간 100부셸의 밀로 위스키 10배럴을 생산했다. 이 증류소에서 “톰 무어,” “대니얼 분”과 “실라스 존스” 같은 위스키가 생산되었다.

1905년이 되자, 이 증류소는 일간 300 부셸을 처리할 수 있었고, 2만 배럴의 위스키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좋은 밀 버번이 되기 위해서는 12년 이상의 숙성 기간이 필요했다. 1916년 무어는 늘어나는 위스키 수요에 맞춰, 모튼스 스프링에 있던 다른 증류소를 매입해 생산을 확대했다.

무어는 금주법이 통과되었던 1919년까지 이 증류소를 운영한 후 은퇴했다. 1933년 금주법이 철회되자, 무어의 아들 콘이 여러 파트너와 함께 증류소의 문을 다시 열었고, 5만 배럴을 숙성시킬 수 있는 규모로 설비를 확장했다.

이 회사는 1944년 ‘바튼 브랜즈’에게 인수되었고, 2009년에 이르러 다시 사제라크에게 인수되어, ‘바튼 1972 증류소’로 사명이 변경되었다. 톰 무어는 1937년 세상을 떠났고, 2007년 ‘켄터키 버번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전쟁의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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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2차 세계대전이 위스키 생산에 미친 영향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쟁 중 알코올은 탄약을 만드는데도 필요했지만, 합성 고무를 만드는데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본이 남태평양을 차지하자, 천연고무의 공급이 중단되었다. 증류소에는 전시 금지법이 적용되었고, 음용 알코올 생산이 금지되었다.



대신 전쟁용 탄약과 합성 고무 생산에 쓰일 고농도 알코올을 생산해야만 했다. 또한 이 알코올은 부동액, 방부제 및 기타 의료용품 같은 다른 많은 필수 품목 생산에도 사용되었다.

위스키 제조를 허용해도 될 정도로 알코올 재고가 쌓이자 1943년 일시적으로 금지법이 해제되었다. 그러면서 배럴 크기는 53갤런으로 늘리고, 배럴의 후프는 8개에서 6개로 줄이라는 조치가 있었다. 더 많은 나무와 철을 전쟁 물품으로 돌리기 위한 조치였다.

위스키 병의 크기도 4/5쿼트로 줄었고, 이 또한 유리를 아끼기 위함이었다. 곡물은 전쟁 물자를 생산하기에 충분했지만, 군대에 소고기를 공급하기 위한 소 사육에 나머지 곡물이 쓰였기 때문에, 위스키 생산에는 쓰이지 못했다. 따라서 시장에서 위스키가 부족해지기 시작했고, 숙성된 원액에 새로 만든 원액을 섞어 파는 경우가 다분했다. 어디서나 위스키를 마실 수 있었지만, 스트레이트로 마시기에는 너무 비쌌다.

주주들의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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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11월 8일, 톰 무어 증류소는 주주들에게 켄터키 버번 위스키 27갤런을 바꿀 수 있는 ‘배당 증서’를 지급했다. 원래, 1943년 11월 26일 자 주주 명부에 있는 주주들에게만 1943년 12월 1일 자로 배당 증서를 지급할 예정이었지만, 디트로이트 순회 재판소는 명령을 발동해 배당 증서 발행을 일시적으로 정지시켰다. 이어 주주 명부 날짜가 12월 16일로 변경되었고, 배당 증서 지급은 1943년 12월 21일이루어졌다.



배당 증서의 내용도 주당 위스키 53갤런(1배럴)으로 변경되었다. 창고 증권을 보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위스키의 양이 적히지 않은 2차 배당 증서가 발행되었다. 주식 100주를 보유한 사람이 2,700갤런의 위스키를 받아 가기도 했다. 약 51배럴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연방과 주 법률 및 규정에 따르면, 창고 증권 보유자들도 배당을 받을 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의 개입이 뒤따랐다. 가격 행정처에서 계산한 위스키 27갤런의 가격은 31.59달러(갤런 당 1.17달러)였다. 애주가들에게는 참 좋은 시절이었다! 톰 무어 주식 100주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3,159달러 상당을 받게 되는 셈이었고, 여기에 합당한 세금을 내야 했다. 따라서 주주들에게 술 취하면 내뱉을 불평거리가 또 하나 생겼다.

주주들은 위스키 배당금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주가 상승으로도 이익을 얻었다. 1942년 12월, 톰 무어는 25대 1로 주식 병합을 실시해, 발행 주식 수를 50만 주에서 2만 주로 줄였다. 켄터키 버번 위스키 540,000갤런(10,000배럴)을 주주들에게 배당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톰 무어의 주가는 1942년 12월 주식 병합으로 1달러에서 25달러가 되었고, 1943년 9월까지 50달러로 상승했으며, 1943년 11월 위스키 배당이 공개되자 200달러가 되었다. 1943년 9월 볼티모어 증권 거래소에서 거래되던 톰 무어 증류소의 주식은 단 40주에 불과했지만, 위스키 배당금 발표로 거래량이 급증했다. 1943년 11월에 사실상 발행 주식 전부라고 할 수 있는 19,760주의 주인이 바뀌었고, 1943년 12월 다시 10,880주의 주인이 바뀌었다. 1943년 12월 31일 배당금 지급이 끝나자 주가는 75달러까지 하락했다.

194 년 바튼 브랜즈는 톰 무어 증류소를 주당 75달러, 총 150만 달러로 인수했다. 아마도 톰 무어의 주주들 대부분이 1943년 배당으로 받은 버번 위스키를 마시면서 회사의 매각을 축하했을 것이다.

자료 출처: Global Financial Data, “Moore Whiskey Divid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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