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CNBC와의 인터뷰에서 버핏은 크래프트에 너무 많은 돈을 썼다면서 실수를 솔직히 인정했다. 크래프트는 2015년 하인즈와 합병해, 크래프트 하인즈가 되었다. 그보다 2년 먼저 버크셔는 브라질 투자 회사 3G 캐피털과 손을 잡고 하인즈에 투자했다. 버핏은 여전히 하인즈를 위대한 기업으로 생각하지만, 주목할 점은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코멘트였다.
하인즈는 1869년 출범했습니다. 이후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왔습니다. 특히 케첩으로 유명하죠.
하인즈의 제품은 전 세계 수백만 개의 매장을 통해 팔려나갔습니다. 그러면서 광고에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매출은 260억 달러입니다. 한편 27년 전인 1992년에 코스트코에서 커클랜드(Kirkland)라는 브랜드를 내놓았고, 지난해 이 브랜드로 390억 달러나 제품을 팔았습니다.
하인즈는 백여 년 동안 수많은 광고를 통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파고든 반면, 현재 커클랜드는 고작 750개 내외의 매장을 통해 크래프트 하인즈보다 50%나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판매자 브랜드와 자가 상표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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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은 일정 부분 그레이엄과 도드의 원칙을 바탕으로 성공의 길을 걸어왔다. 이후 너무 내재가치 대비 할인된 가격만 찾다 보면, 브랜드라는 무형의 가치가 간과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1988년 코카콜라에 투자한 것이 그런 사례였다. 코카콜라는 장부가치 대비 11배의 주가로 거래되고 있다. 자본 수익률을 꾸준히 높게 올리고 있기 때문에 이런 높은 주가 배수가 지탱되는 것이다. 브랜드가 바로 코카콜라의 “해자”이며, 이를 통해 무명 브랜드의 탄산음료보다 훨씬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한다.
크래프트 하인즈 역시 상징적인 브랜드이긴 하지만,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저비용 경쟁에 훨씬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핏이 크래프트와 하인즈의 합병에 과도하게 지불한 이유도 어느 정도 코카콜라 브랜드의 계속된 성공을 지켜봤기 때문일 수 있다.
버핏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크래프트 하인즈에 흥미로운 점은 약 70억 달러의 유형 자산으로 60억 달러의 세전 이익을 창출하는 여전히 훌륭한 기업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와 기존 투자자들은(주로 우리죠) 이런 유형 자산보다 1,000억 달러를 더 지불했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사업에 사용되는 자산이 70억 달러가 아니라, 1,070억 달러이며,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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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는 비할 데가 없는 유통망을 가지고 있다. 세계 어디에나 코카콜라병이 없는 곳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오스카 마이어 핫도그 같은 크래프트 하인즈의 일부 제품의 소비자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 발암 물질을 들어있다는 생각으로 많은 가정이 이 핫도그를 먹지 않고 있다. 하지만 코스트코의 커클랜드 브랜드의 큰 성공을 보면, 크래프트 하인즈 브랜드가 기존의 생각보다 더 취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3G 캐피털의 공격적인 비용 절감이 크래프트 하인즈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버핏은 비용 절감은 대부분 간접비에서 일어난 것이라면서, “혁신 또는 제품 품질 또는 그와 비슷한 목적을 위한 예산을 절감하지는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판매비와 관리비에서 비용 절감이 이뤄졌습니다.”라고 말한다.
크래프트 하인즈의 브랜드 가치 하락은 월마트, 코스트코 및 아마존의 성장세를 반영한다. 크래프트 하인즈가 손상차손을 실시한 2018년 4분에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손상차손 문제가 더 관심을 받았을 뿐이다. 어쩌면 이 때문에 버핏의 생각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해자는 경쟁자의 침입을 잘 막아줘야 한다.
이에 비해 에너지 인프라 부문이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는데 취약하지 않은 부문 중 하나로, 버핏 역시 이점에 동의한다. 기존 송유관은 새로운 송유관이 설치된다고 해서 위협을 받지 않는다. 이 부문에서는 오늘을 승자가 내일을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원유와 천연가스 송유관 부문에 드리워진 큰 불확실성이 있다면, 바로 기후 변화다. 버핏은 전기 자동차에 대해, “미국의 미래에 아주 중요하다.”라고 생각한다. 에너지 부문이 이런 변화를 두고 씨름하고 있지만, 미국의 에너지 인프라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혜택을 누리고 있다:
발전량 증가는 천연가스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불확실한 장기 원유 수요로 인해, 단기 이익에 치우친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
미국 셰일 업체들은 일간 5백만 배럴에 상당하는 액화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석유 화학 산업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에너지 인프라 부문은 튼튼한 해자를 가지고 있다.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당금을 늘리면서,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자료 출처: SL Advisors, “Buffett Rethinks Brands; He Should Consider Pipel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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