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와 투자

오래전 플라이 낚시가 취미인 친구와 경상남도 사천의 가화천으로 송어를 잡으로 간 적이 있었습니다. 가화천이 송어 낚시로 유명한 이유는 동강에서 올라오는 송어들도 있지만 주변 양어장에서 탈출한 송어들이 쏠쏠하게 많기 때문이라는 소문 때문이랍니다. 다른 낚시는 물론 플라이 낚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괜히 따라간다고 한 건 아닌가 생각을 품은 채 차에 오릅니다.



나름 베테랑 조사라고 자부하던 친구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니가 물고기라고 생각하고 캐스팅을 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행운을 빈다”면서 자기 포인트로 돌아갑니다.

흐름은 좀 빠르다고 생각됐지만 종아리 정도되는 물 속에서 처음 3시간은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캐스팅, 허탕, 캐스팅, 허탕, 캐스팅, 허탕의 반복. 조용히 혼자 고독을 씹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에서 벌어지는 매수와 매도 싸움을 보는 듯.

점심 먹을 때가 됩니다. 낚시줄을 감고 뭍으로 발걸음 돌리려는 찰나. 미끄덩하는 느낌과 함께 물 속으로 처박힙니다. “야 수영왔냐!” 이렇게 하길 두 번이나. 바지 장화에 물이 들어차자 미쉐린 타이어 광고의 인형 같다고나 할까요.

땅 위에 올라 바지 장화를 벗었더니 물이 한 10리터는 빠져나온 것 같습니다. 송어 몇 마리 잡으러 왔다가 이꼴이라니. 친구는 “걱정마. 나도 몇 번 넘어진적 있어. 토닥 토닥.“

간딘히 점심을 먹고, 말린 장화를 다시 신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갑니다. 캐스팅을 합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10분도 안돼 갈색 송어 한 마리가 딸려 나옵니다. 물론, 기술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운이었죠. 우연이 송어가 노니는 곳에 캐스팅을 한 것 뿐. 오전에 물에 빠졌던 건 이제 머리 속에서 사라집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채비를 접습니다. 잡은 송어를 아이스박스에 넣어들고 유유히 팬션으로 돌아옵니다. 친구와 삼겹살을 굽습니다. 역시 낚시 와서는 삽겹살입니다. 소주 한 잔에 오늘 낚시 얘기와 내일의 전략에 대해 서로 수다를 떱니다.

여기서 왜 송어 낚시 얘기를 하느냐? 친구와 했던 낚시 얘기가 문득 투자에 대해 얘기하는 것과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송어는 어떻고, 붕어는 어떻고, 내일 바람이 좀 있을 거 같으니 어떤 곳에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는 등등. 마치 이 종목은 어떻고, 원유 선물은 어떻고, 내일 이러저러 발표가 있으니 시황에 어떤 영향을 줄거 같다느니 하는 말들이 너무 비슷합니다.

낚시와 투자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낚시처럼 투자에서도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최적의 채비를 갖춰야 합니다. 플라이 낚시에는 플라이 낚시에 맞는 채비를, 또 어종에 맞는 가장 좋은 채비를 갖춰야 하고, 또 그날마다 좋은 포인트를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물고기를 잡는 날이 있으면, 허탕치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날도 많습니다. 찌가 바닥에 걸리기도 하고, 또 저처럼 하루에 두 번이나 물 속에 처박히기도 합니다. 사람으로서 어찌 할 수 없는 일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리고 투자와 낚시에는 모두 운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상한 포인트에서 캐스팅을 해도, 운이 좋으면 송어를 낚을 수 있듯이 말입니다. 수익이 났다고 해서 전적으로 기술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우연히 주가가 상승하기 직전에 매수에 들어갔던 것일 수 있습니다.

투자 과정에서는 수익이 날 수도, 손실을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올바른 채비로, 올바른 곳에서 낚시를 계속하는 것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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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r, too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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