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지혜가 아니듯, 시장은 시험관이 아니다.

시장은 실험실의 시험관이 아니다.​

실험실에서는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이를 실제로 적용해보면 재앙에 가까운 결과로 이어지곤 하듯이, 백테스팅으로는 좋은 결과가 나온 전략이지만, 실제 시장에 적용해 보면 아무런 효과가 없거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치명적인 세균성 감염증 치료 방법을 찾아낸 역사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The Demon Under The Microscope”에서 저자 토머스 헤이거(Thomas Hager)는 한 독일 연구진의 헌신적인 노력을 추적한다. 그들은 친지 여럿을 죽음으로 몰고 간 치명적인 세균성 감염증의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아직도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Anti-Vaxxers)이 있지만, 항생제가 발견되어 수많은 목숨을 살리기 전까지 세상은 잔인하고 끔찍한 곳이었다. 헤이거는 이렇게 말한다:

일단 상처에 세균이 감염되고 나면, 치료할 방법이 거의 없었다. 아직 항생제가 없던 시절이었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상처가 세균에 감염되어 수십만 명이 사망했다. 적군의 총탄보다 세균 감염으로 더 많은 장병이 사망했다고 추산하기도 한다.

세균은 사람을 차별해 공격하지 않는다. 어린이와 젊은 엄마들도 패혈성 인두염이나 비후강 염증 같은 세균 감염으로 사망하곤 했다.​

캘빈 쿨리지 대통령의 어린 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국 내 최고 의사들의 진료를 받았음에도 패혈증의 희생양이 되었고, 쾌활했던 쿨리지를 “조용한 캘(Silent Cal)”로 만들어버렸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의 아들 또한 거의 같은 운명을 겪었다.​

1935년 치료제가 발견되긴 했지만, 그동안의 길고 고통스러운 과정의 마지막 장애물을 넘기에는 아직 무리였다.​

이 치료제는 엄격히 통제된 시험관 환경에서는 효과가 있었지만, 실제 인체에 투여하자 아주 실망스러운 결과로 나타났다. 헤이거는 이렇게 말한다:

간단한 시험관 내 시험의 효과가 실제로도 발휘되기에는 인체는 너무 복잡했고, 너무 방대한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너무 복잡한 반응을 보였다. 체내에서 세균을 억제하는 약물이 시험관 속의 세균도 억제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반대로 가정하는 것이 논리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논리 역시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희생자들을 되살리는 일은 단 시일에 이뤄지지 않았다.​

이 사례를 장기 계획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매일 앞에 놓은 함정을 반드시 피해야 하는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위 차트를 실험실의 시험관이라고 할 수 있다. 실험에서처럼 이 차트만 놓고 보면, 아주 산뜻한 결과가 나타났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로는 이 과정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오로지 장기적으로 세계 대전, 경기 침체, 테러 공격, 자연재해 등을 견뎌낸 투자자들만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금융 실험실에서 이와 같은 차트를 가지고 장기 투자 결과를 실험해보기란 아주 손쉬운 일이지만, 실제 우리의 연약한 심리 상태로는 그 과정을 견뎌 내리라고 보장할 수 없다.​

치명적인 세균이 우리의 면역 체계에 계속해서 적응해 가면서 인체의 약점을 노리는 것처럼, 시장은 끊임없이 투자자들을 노리는 복잡한 짐승이다.​

연간 8~12% 면 훌륭한 투자 수익률이다. 아래 차트에 나타난 것처럼, 문제는 연간 이 같은 수익률이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난 89년 동안 단 6개 연도에 이 같은 수익률이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수익률을 연평균으로 하면 10%에 가까운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 이 수치가 나온 해는 드물었다.

다음 번 유사 시장 과학자들이 미래에 대한 예측을 내놓거든 귓등으로 흘려들기 바란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시장 현미경이 있다고 해도,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복잡성을 알아내지 못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세균과의 전쟁에서 거의 패해왔다. 투자에서는 인간의 감정이 세균과 같은 강력한 적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면역 체계를 강화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다. 재정적 관점에서 보자면, 덜 쓰고 더 저축하고, 매의 눈으로 비용을 살펴보고, 다양한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이 바로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투자에서 수치를 지나치게 믿게 되면, 결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아더 에딩턴의 말을 기억하라. “지식은 지혜가 아니다.”​

세균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것처럼, 투자 성공에도 길이 있다.​

하지만 그 길에 쉬울 거라거나, 그 과정에서 난처하고 놀랄만한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말길 바란다.​

자료 출처: The Teachable Moment, “Science Is One Thing, Wisdom Is Another”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지식은 지혜가 아니듯, 시장은 시험관이 아니다.’

Your browser is out-of-date!

Update your browser to view this website correctly. Update my browser no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