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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매니저들이 살만한 주식을 찾아내는 건 잘하지만, 팔 시점을 정하는 데는 아주 서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시카고 대학, 카네기 멜론 대학, 투자 데이터 회사 이날리틱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펀드 매니저들이 매도 결정에 서투른 이유는 매수할 때만큼 공을 들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전 연구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살 때와 팔 때 서로 다른 심리 과정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음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펀드 매니저들도 이런 경향이 있음을 발견한 것은 이 논문이 처음이다.
이번 논문 “팔 때는 빨리, 살 때는 느리게: 기관 투자자들의 휴리스틱스와 거래 성과(Selling Fast and Buying Slow: Heuristics and Trading Performance of Institutional Investors)”에서는 2000년부터 2016년까지 기관 펀드 매니저들의 일간 보유고와 거래 내용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783개 포트폴리오를 평가했는데, 평균 규모는 약 5억 7,300만 달러였고, 총 440만 건의 거래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펀드 매니들이 살 때는 상당한 실력을 보여준 반면, 파는 실력은 형편없다는 놀라운 패턴이 발견되었다면서, 그들의 매도 성적은 무작위로 했을 때보다도 좋지 않았다고 말한다.
특히 상당한 수익을 기록 중인 주식과 반대로 상당한 손실을 기록 중인 주식 모두에서 마찬가지였다. 펀드 매니저들은 이런 주식을 단순히 약간 수익(또는 약간 손실) 중인 주식보다 50%나 더 높은 비율로 팔았다.
연구진은 이런 행동은 잘못된 전략이라면서, 같은 금액을 현금화하는 데 그냥 무작위로 골라 파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상당한 손실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하지만 펀드 매니저들이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실제, 기업 정보가 공개되는 실적 발표 시즌의 경우, 펀드 매니저들이 대조군에 비해 일간 90 내지 120bp(0.9 내지 1.2%) 더 나은 매도 성과를 보였다. 동시에 매수에 있어서는 실적 발표 시즌이나 그 밖의 시간에 별 차이가 없었다.
즉, 펀드 매니저들이 기업별 정보에 초점을 맞추면,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펀드 매니저들은 주식 팔 때를 왜 잘 못 잡는 것일까? 연구진은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면서도, 일부 펀드 매니저들을 인터뷰해 본 결과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즉, 펀드 매니저들은 사는 과정과 파는 과정을 별개로 본다는 것이다. 그 결과 두 과정에 들이는 시간과 관심이 달라지게 된다.
한 펀드 매니저에 따르면, 파는 과정은 그저 단지 다른 주식을 사기 위한 자금 마련에 불과하다고 한다.
자료 출처: Selling Fast and Buying Slow: Heuristics and Trading Performance of Institutional Investors
https://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3301277
이 논문의 내용을 좀 더 일반화시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투자자들은 살 때는 잘 사면서도, 팔 때는 아주 서투르다. 그 이유는 살 때만큼 공을 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즉, 주식을 살 때와 팔 때의 사고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말이다.
특히 투자자들은 단순히 약간 수익(또는 약간 손실) 중인 주식보다, 높은 수익(또는 큰 손실)을 기록 중인 주식을 더 자주 파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큰 상승이나 반등의 결과를 누리지 못한다.
너무 성급하게 수익(또는 손실)을 확정하는 행동은 투자에서 결코 바람직한 결과를 얻지 못한다.
하지만 기업 정보가 공개되는 실적 발표 시즌에는 기업의 개별 정보에 의거해 매도 결정을 하지 때문에 좀 더 나은 성과를 올리는 모습이 나온다. 따라서 기타 기간에서도 매도 결정을 내릴 때 주가가 아니라 기업의 펀더멘탈에 기초해야 한다. 즉 정보에 초점을 맞추면,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매도가 다른 주식을 사기 위한 자금 준비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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