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매장량은 어떤 의미일까?

우선 혹시 모를까 봐 하는 말인데, 사우디아라비아의 땅덩어리 중 상당 부분이 원유를 깔고 앉아있다. 지난 40년 만에 처음으로 원유 매장량에 대한 독립적인 평가가 증명해낸 결과다. 문제는 이 왕국이 그 많은 원유를 점점 더 많이 생산해 낼 경우다. 나머지 산유국들을 제발 그러지 말기를 기도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미국 댈러스의 컨설턴트 드골리어와 맥노튼이 지난 2년 반 동안 수행한 연구는 사우디 아람코가 국영화된 후 처음 실시된 것이었다. 2017년 말 사우디의 원유 매장량이 2,631억 배럴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우디 아람코가 자체 평가한 2,609억 배럴보다 약간 많은 양이었다. 쿠웨이트와 공유하고 있는 내추럴 존의 절반을 감안하면 54억 배럴이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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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평가는 사우디가 아람코의 IPO를 계획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 IPO는 적지 않은 비판을 불러일으켰으며, 그 이유 중 하나는 오랫동안 공식적인 매장량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1980년대 이후 오랫동안 정치적 이유로 매장량을 부풀렸다고 의심받는 상황이었다. 페르시아 만 5개국과 베네수엘라 모두 1982년에서 1988년 사이 어떻게 생산량 쿼터를 정할지를 모색하면서, 매장량을 엄청나게 늘려 발표했다. 그러면서 매장량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다.

​이 기간 동안 6개국은 원유 탐사 규모를 크게 늘리지 않았으면서도, 검증된 매장량이 86%나 더 많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이들 국가 전 세계 원유 매장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전 56%에서 1988년 68%로 증가했다. 그 이후로 매년 약 100억 배럴이 땅 밖으로 쏟아져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매장량은 그냥 그대로 유지되었다.

​1980년대의 원유 매장량 수정은 탐사 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던 규모를 단순하게 합산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0억 배럴이 넘는 매장량과 국영으로 운영되고 있는 업계가 매년 독립적으로 매장량 수치를 평가해 발표할 의무나 인센티브는 없다. 사담 후세인 치하의 이라크에서는, 원유 매장량과 탐사 규모는 국가 기밀이었고, 만일 폭로하게 되면 중범죄로 다뤄졌다.

​아람코의 IPO가 상황을 바꿨다. 원유 매장량 평가는 처음 수치의 진실성에 대한 의혹을 잠재웠을 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최대 전통 원유 보유국이란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베네수엘라의 매장량이 더 많긴 하지만, 그중 거의 75%는 오리노코 벨트의 초중질유로, 생산을 통해 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정제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들고, 탄소 집약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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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땅속에 있는 원유가 정말로 가치가 있을까? 이 평가는 아람코의 IPO에서 또 다른 논쟁거리다.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원유는 고갈되는 자원으로 간주되었다. 특히 매장량이 많은 국가들은 땅속에 있는 원유의 가치는 계속 상승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갈이 진행되고 전 세계적인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므로, 원유는 점점 더 희귀 자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 또한 이제 바뀌었다. 2020년 이후 10년 동안, 원유 매장량 중 일부는 전혀 생산되지 않아,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또한 현재 세계 원유 수요는 2050년 이전에 최고조에 달한 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셰일 원유라는 새로운 엄청난 공급원이 출현했다. 블룸버그 NEF에 따르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량이 이미 최고조에 달했고, 앞으로는 하락세 달릴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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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우디 아람코의 CEO는 걱정하지 않는다. 아민 나세르는 지난해 3월 열린 IHS 마킷 콘퍼런스에서 “이제 우리는 세계가 검증되고 신뢰할 수 있는 이 에너지원 없이도 지낼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원유 매장량이 표면화되고, 그 잠재력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가 지구상에서 땅에서 가장 저렴하고, 가장 낮은 탄소 집약도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마지막이 아니라 가장 먼저 생산될 대상일 뿐이다. 세계에서 가장 싼 원료가 땅 밑에 묻혀 있고, 더 비싼 원료가 생산된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원유 생산을 줄여 세계 원유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출 의무는 없다.

​미국, 캐나다, 베네수엘라, 서아프리카 등지의 산유국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유전에 내부 투자를 늘려 생산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생산 원가가 높은 산유국을 시장에서 고사시키려는 마음을 먹지 않는 데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료 출처: Bloomberg, “What All That Oil Really Means for the Saud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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