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하락, 골이 깊으면 산도 높은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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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에서 북서쪽으로 100km 떨어진 블루 마운틴. 그곳에서 자닌 셰퍼드는 자전거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삶을 영원히 바꿔놓을 사고가 기다리고 있었다.

​셰퍼드는 1988년 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종목의 호주 국가대표 선수로, 동료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길을 달리던 중 빠르게 질주하던 소형 트럭이 그녀의 자전거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셰퍼드는 목과 등에 6곳, 왼쪽 갈비뼈에 5곳이 부러졌고, 온몸에 자갈이 박혔다. 의식을 잃은 그녀가 시드니의 프린스 헨리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피를 5리터나 쏟아냈다.

수술로 생명을 건지기는 했지만, 하반신 마비로 다시는 걷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미래는 아주 암울했다. 몇 주 후 퇴원한 그녀는 휠체어를 타고 있었고, 허리 아래로는 아무런 감각도 없었으며, 카테터 병을 차고 있었다.

셰퍼드는 삶에서 소중한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했다. 정체성도 산산조각이 났다. 이 절망의 구덩이에서 셰퍼드에게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최악의 상황이 어쩌면 시작하기 가장 좋은 자리일지도 몰라.” 셰퍼드가 다시 회복을 마음먹은 시점이었다.

​그 어두운 순간을 지나고 셰퍼드의 상태는 서서히 호전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발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비록 좌우에서 두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걸을 수도 있게 되었다. 이어서 한 사람의 도움만으로도 걸을 수 있는 상태로 좋아졌다. 이윽고, 주변의 가구만 잡고도 걸을 수 있었다. 현재 그녀는 어떤 도움 없이도 걸을 수 있고, 전 세계를 여행하는 대중 연설가로서 믿을 수 없을 만큼 화려하게 복귀했다.

셰퍼드의 이야기는 삶과 시장에 대해서 귀중한 교훈이 된다. 즉, 때때로 가장 큰 하락은 가장 큰 회복으로 이어지며, 하락 다음에는 반드시 상승이 온다.

“ The Happiness Hypothesis: Finding Modern Truth in Ancient Wisdom(번역서: 행복의 가설)”에서 조너선 하이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가족의 죽음이나 정신적 충격으로부터 얻는 가장 일반적인 교훈 중 하나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이며, 그런 새로운 깨달음이 미래에 도전에 직면하더라고 헤쳐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준다. 전쟁, 강간, 강제 수용소 또는 정신적 피해로 고통받았던 사람들은 미래의 스트레스에 대비한 예방접종을 받았던 것 같다. 그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된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그럴 수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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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겪은 후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극적인 변화를 외상 후 성장이라고 표현한다. 외상 후 성장은 자신의 정신적 강인함을 깨닫게 하는 것 외에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강화하고, 지금으로 삶의 우선순위를 바꾸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트라우마만큼 사람들을 서로 결속시키고, 매 순간을 감사하게 만드는 것도 드물다.

​시장은 사람과 똑같은 모습으로 트라우마에 반응하지는 않지만, 가장 심한 하락이 있은 후 가장 강한 상승이 일어난다는 증거가 있다. 비록 이 “외상 후 성장”이 모든 기간 동안 모든 시장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예를 들어, 일본, 그리스 등), 여러 가지 사례가 존재한다. 아래 차트는 1932년, 1974년, 1987년, 2003년 및 2009년 급격한 하락 후 5년 동안 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회복했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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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2차례 최악의 하락(1932년 및 2009년)이 있은 후 5년 동안 가장 강력한 상승세로 이어졌다. 물론 표본 크기 상 결정적인 증거라고 하기에는 곤란하지만, 이 몇 가지 증거로도, 하락이 크면 클수록, 이어진 상승도 더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제 지금을 보자. 연말을 기준으로, S&P 500은 2018년 9월 21일 장중 사상 최고치 대비 14.75%나 하락했다. 지금 우리는 2019년에 들어섰고, 아마 이런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14.75%나 하락하고 새로운 해를 맞았을 경우 시장은 보통 어떤 모습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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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이후 시장이 14.75% 이상으로 하락한 후 새해를 맞았던 경우가 42차례 있었다. 다음 표는 이들 해당 연도의 6개월 및 12개월 수익률과 시장이 14.75% 이하로 하락한 연도의 같은 기간 수익률을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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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시장이 14.75% 이하로 하락한 경우가 14.75% 이상으로 하락한 경우보다 이후 6개월 및 12개월 수익률이 더 좋았다. 하지만 시장이 그보다 훨씬 더 하락한 경우와 함께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시장이 사상 최고치 대비 30% 이상 하락한 후 새해를 맞았던 18개 연도를 함께 보면 아래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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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30% 이상 하락하는 연도의 수익률이 14.75% 이하로 하락한 연도보다 좋았다. 즉, 적어도 미국에서는 하락 규모가 크면 클수록, 그에 따른 상승 규모도 더 큼을 알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논리적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시장 참가자들이 감정에 휩쓸려 투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기업의 기본 가치보다 시장이 훨씬 더 과매도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는 다시 역사적으로 기업 실적보다 주가가 훨씬 더 큰 변동성을 보인 이유이기도 하다.

윌리엄 번스타인이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s)”에서 지적한 것처럼, 대공황 기간 동안 주가는 90% 하락했지만, 배당금은 절반으로 밖에 줄지 않았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누구도 모르지만, 주식 시장이 다시 트라우마를 딛고 성장하리라고 믿는다.

자료 출처: Of Dollars and Data, “The Rise After the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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