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강철의 역사 (1) - 강철이 탄생하기까지의 여정

하늘을 뚫고 내려온 철 덩어리에서부터, 초고층 건물로 이뤄진 마천루에 이르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합금의 역사를 살펴본다.



철(鐵)에 대한 이야기는 철교와 마천루가 있기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별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간이 지구 상에 나타나기 수십억 년 전, 아니 그보다 지구가 존재하기도 전, 불타오르는 별들에서 원자들이 융합되어 철과 탄소가 만들어졌다. 무수한 우주의 폭발과 재탄생을 통해, 이 물질들은 행성과 소행성 안에 자리 잡았고, 이들 행성은 서로 얽혀 충돌을 거듭했다. 마침내, 암석과 금속 중 일부가 뭉쳐져 지구가 탄생했고, 이후 무수한 시간이 흐른 후 걸어다니는 원숭이라는 특이한 종의 운명의 장이 되었다.

역사에는 나오지 않은 어느날, 인간이 우연히 철과 니켈로 이뤄진 반짝이는 운석을 발견했다. 언젠가 대기를 뚫고 땅에 떨어졌던 것이다. 이때부터 인류는 하나의 집착에 사로잡히게 된다.

수천 년 동안 우리 조상은 이 물질을 다루면서, 점점 더 나은 방법으로 땅에서 철을 분리해 냈고, 마침내 철을 제련해 강철로 만들어냈다. 인류는 철을 두고 전쟁을 벌였고, 철로 국가를 세우고 파괴했으며, 세계 경제를 키웠고, 유사이래 가장 위대한 발명품과 건축물을 만드는데 사용했다.

하늘에서 온 금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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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투트(King Tut)는 철로 된 단검을 가지고 있었다. 고대 세계에서 파라오 만큼이나 귀중한 보물이었다.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거의 1세기 전 투탄카멘의 무덤에서 이 단검을 발견했을 때, 첫 눈에 아주 특별했습니다. 당시 고고학자들이 몰랐던 사실은 이 단검이 우주에서 왔다는 것이다.



<투탄카멘의 단검>

운석에서 나온 철은 지구에서 인간이 채굴해 제련한 것보다 니켈 함량이 더 높다. 카터의 발견 이후 몇 년 동안, 학자들은 청동기 시대에 철로 만들어진 거의 모든 물건이 하늘에서 온 철로 만들어졌음을 발견했다.

우리 조상들에게 이 특이한 금속은 저너머 세계의 상상할 수 없는 존재가 보내준 것처럼 보였을 게 틀림없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biz-n-pt”라고, 수메르에서는 “an-bar”로 불렸다. 두 말 모두 “하늘에서 온 금속”이라는 뜻이다. 철-니켈 합금은 연성이 좋기 때문에, 부서뜨리지 않고 망치질로 쉽기 모양을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우주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신이 내려준 금속은 보석이나 금보다 더 가치가 있었다.

인간이 발 아래 땅 속에 관심을 갖기까지 수천 년이 걸렸다. 기원전 2500년경 근동 지역의 부족민들이 땅속에 잠자던 검은 금속 물질을 찾아냈다. 하늘에서 온 금속과 아주 비슷했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이 물질은 돌과 철이 함께 섞인 철광석이었다. 철광석에서 철을 추출하는 것은 금이나 은 조각을 줍는 것과는 달랐다. 그들에게 철광석을 캐기 위해 지하로 들어가는 일은 마치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같은 느낌이었으리라. 따라서 1956년 출간된 책 “The Forge and Crucible”에 따르면, 최초의 광부들은 지하로 내려가기 전에 더 큰 힘을 비는 의식을 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땅 속에서 철광석을 캐내는 것은 긴 여정의 절반에 불과했다. 고대 세계에서 광석에서 금속을 분리하는 방법을 알아내기까지 700년이 더 필요했다. 그러고 나서 청동기 시대가 끝나고, 진정한 철기 시대가 시작되었다.

최초의 강철이 탄생하기까지 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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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철을 이해해야 한다. 이 둘은 거의 같기 때문이다. 철은 98~99% 이상이 철이고, 나머지는 탄소로 구성된다. 이 소량의 탄소가 금속의 성질을 전혀 다르게 바꿔 놓는다. 마천루가 건설되기 까지 수천년 동안, 문명은 철을 만드는 제련 기술을 끊임없이 변형시키면서 점점 더 강철과 비슷한 금속을 만들어 왔다.

기원전 1,800년경, 흑해에 주변에 살던 칼리베스(Chalybes)인들은 청동보다 강한 금속을 만들고 싶었다. 부러지지 않는 무기를 만들 수 있는 특별한 금속이 필요했다. 그들은 철을 화로에 넣어 달구고, 두들긴 다음, 다시 달궈 연화시켰다. 이 과정을 수 차례 반복한 후, 이 철로 더 강한 무기를 만들어냈다.



<고대의 노>

칼리베스인들이 만든 철은 단철로, 근대 강철을 만드는 과정의 몇 가지 주요 전구물질 중 하나다. 그들은 곧 호전적인 힛타이트인들과 힘을 합했고, 고대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대를 만들었다. 어떤 국가도 힛타이트의 칼이나 마차에 맞설만한 무기를 갖고 있지 않았다.

강철의 또 다른 형제는 고대 중국에서 처음 만든 주철이었다. 기원전 500년경 중국인들은 철과 나무를 대량으로 태울 수 있는 2미터가 넘는 크기의 노를 만들었다. 이 노안에서 녹은 액체를 주형에 부어 그릇과 동상 등을 만들었다.

단철이나 주철 모두 완벽한 혼합물은 아니었다. 칼리베스 단철의 탄소 함량은 0.8% 정도였기 때문에, 강철 만큼의 인장 강도를 지니지 못했다. 탄소 함량이 2~4%인 중국 주철은 강철보다 부서지기 쉬웠다. 이윽고 칼리베스인들은 제련한 철을 숯불 속에 집어 넣어보기 시작했고, 이렇게 강철과 좀더 비슷한 단철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남아시아인들이 더 나은 아이디어를 찾아냈고, 진정한 최초의 강철이 인도에서 탄생했다.

BC 400년경, 인도인들은 철과 탄소를 완벽한 비율로 결합시키는 제련 방법을 발명했다. 열쇠는 녹은 금속 액체를 담을 수 있는 용기였습니다. 바로 도가니를 처음 만든 것이다. 작은 단철 덩어리와 숯 조각은 도가니에 넣은 다음 입구를 밀봉하고 용광로에 넣었다. 풀무질로 용광로의 온도를 높이자, 녹은 단철이 숯에서 나온 탄소를 빨아들였다. 도가니를 식히면, 순수한 강철 덩어리가 안쪽에 남았다.



<독일에서 발견된 초기 도가니>

인도인들은 이렇게 만든 “우츠 강철(wootz steel)”을 전 세계에 팔았다. 다마스쿠스의 시리아인들은 이 강철을 사용해 거의 신화적인 “다마스쿠스 강철 검”을 만들었다. 공중에 나르는 깃털을 자를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웠다고 알려져 있다(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발레리안 강철이 아마도 우츠 강철을 모티프로 한 것처럼 보인다). 인도의 강철은 돌고 돌아 스페인의 톨레도에까지 이르게 되었고, 로마 군대를 위한 검으로 탈바꿈 되었다.

이와중에 인도 강철을 로마로 중개하던 에티오피아 제국의 아비시니아 상인들은 로마인들에게 잘못된 사실을 전했다. 이 강철이 세레스(Seres; 라틴어로 중국)에서 온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때문에 로마는 이 강철이 정복하기에는 너무 먼 곳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로마인들은 구입한 강철을 세릭(Seric) 강철이라고 불렀고, 이를 이용해 무기 이외에도 기본적인 공구와 건축 장비를 만들었다.

귀중한 금속으로서 철의 시대는 오래도록 계속되었다. 이제 세계의 전사들은 강철로 된 검을 지니게 될 테니…

<계속….>

2편을 기대해 주세요 ^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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