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맥케이의 “Extraordinary Popular Delusions and the Madness of Crowds(대중의 미망과 광기)”는 시장을 말해주는 고전 반열에 올라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수많은 시장 거품 뒤에 자리 잡은 군중의 심리를 분석한다. 맥케이의 결론은 여전히 오늘날에도 적용된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군중의 지혜”라는 말이 점점 더 많이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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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지만, “군중의 광기”와 “군중의 지혜” 모두 틀리지 않은 말이다. 따라서 투자자가 이 둘을 잘 이해해야만 시장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다.
지혜에서 광기로
사회과학자 스캇 E. 페이지는 다양성의 힘이 더 나은 의사 결정과 더 나은 조직을 만드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해 왔다. 하지만 다양성의 힘은 진정으로 다양할 경우에만 발휘된다.
개개인보다 서로 다른 지식과 배경을 가진 군중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건 사실이다. 유감스럽게도, 군중의 견해와 행동이 동질화될 때, “군중의 지혜”는 빠르게 “군중의 광기”로 돌변할 수 있다.
목소리가 더 다양하다고 해서 그것 자체로 좋은 것이 아지만, 반대로 군중의 정서가 동질화되면, 맥케이가 오래전에 경고한 것처럼, 엄청난 광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투자자는 군중의 힘을 잘 이해하고 좋은 결정에 도달해야지, 군중의 지식에 의해 판단을 흐려서는 안 된다. 사실과 논리에 입각해서 결정을 내려야 하며, 군중의 심리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군중의 동질화는 거품을 만들고, 다시 붕괴로 이어진다.
군중의 지혜가 군중의 광기로 변하는 과정이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경제학자 블레이크 레바론의 연구에 몇 가지 핵심 단서가 있다. 레바론은 시장에서 군중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에이전트 기반 모델을 만들었다. 그 결과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거품이 붕괴 직전까지 치달리는 동안 군중의 다양성은 줄어든다. 서로가 비슷한 트레이딩 전략을 사용하고 모두가 좋은 수익률을 올리며, 그런 상황이 점점 스스로 강화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군중은 점점 더 취약해지고, 매수세가 조금만 줄어들어도 시장을 크게 불안정하게 만든다. 여기서 나타나는 메커니즘은 분명하다. 모두가 아주 비슷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하락하는 시장에서 사려고 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어진다. 이런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왈라지안 상황에서는 공급을 안정시키기 위해 점점 더 가격이 하락하기 마련이다. 군중의 동질성이 시장의 유동성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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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때 인지적으로나 행동적으로나 다양성을 보이던 군중이 점점 더 동질화되기 시작하면, 군중 내 개개인은 가장 성공한 개인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이런 경향이 잠시 동안은 보상으로 돌아오지만, 결국에는 큰 손실로 이어진다. 시장이 충격을 받게 되면, 그 즉시 동질화되어 있던 군중이 한꺼번에 출구 전략을 찾게 되고, 그러면 팔 사람은 많은데 살 사람은 없어지는 유동성 위기를 일으킨다.
레바론의 결론은 군중 행동이 위기를 악화시키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또한 어떻게 군중이 개개인을 넘어서는 지혜를 가질 수 있는 동시에 극단의 광기를 표출할 수도 있는지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군중에 순응하고 싶은 압박
이제 군중의 지혜가 어떻게 군중의 광기로 바뀌는지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체적인 이해를 얻었다. 하지만 군중의 행동을 이해했다고 해서, 투자자가 군중에 순응하고 군중을 따라 하고 싶은 압박에 계속해서 굴복하고 마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투자자는 군중에 순응하고 싶은 압박을 느낀다. CFA 협회에서 700명 이상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동료 군중에 영향을 받아 시장 추세에 순응하는’ 행동 편향이 투자자의 의사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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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적이기 보다, 아주 매력적인 발견이다. 훌륭한 투자가들은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알파를 사냥하는 반면, 군중은 이리저리로 산만하게 움직인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이들이라고 해서 군중에 순응하고 싶은 압박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이 문제를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훌륭한 성과를 내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를 인식하는 것과 문제를 극복해 활용하는 것의 전혀 다른 별개의 일이다.
투자자의 자세
그렇다면 투자자가 인지 편향과 대중과 함께 움직이는 자연스러운 경향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명확한 답은 없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조언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배운 것과 경험한 대로 용감하게 움직여라. 사실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렸다면, 그리고 그 판단이 옳다고 믿는다면, 비록 다른 사람들이 주저하거나 다르게 행동하더라도, 그대로 행동하라. 의견의 옳고 그름은 군중의 의견이 아니라, 그 바탕이 되는 사실과 논리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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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투자자가 되려면 군중의 행동을 자기 주도적으로 내면화해야 한다. 단순히 군중과 반대로 행동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자신에게 어떤 경향과 편향이 있는지 이해하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군중의 환상이 아니라 실재하는 사실에 집중할 수 있다.
자료 출처: John Engle, “How to Avoid the Madness of Crow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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