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필자는 미국에서 가장 큰 뮤추얼 펀드 회사 중 한 곳에서 신출내기 주식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었다. 2002년 크리스마스 한 주 전이었다.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에게 가장 자신 있게 추천한 주식의 주가가 50%나 하락하는 일이 일어났다. 그것도 단 하루 만에 말이다.
회사에 100,000만 달러 정도는 큰 금액이 아니었지만,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을 포함하면 적자 인생이었던 22살 애널리스트에게는 천문학적 금액이었다. 그리고 그것마저도 절반으로 줄어있었다. 다 필자 때문이었다.
2002년 12월 18일 평소 아침처럼 보스턴으로 출근해 하루를 시작했다. 이웃이었던 마이크에게 연락해 잘 지는지 얘기를 나눴다. 그런 다음 내 컴퓨터 화면을 보고는 의자에서 미끄러 떨어졌다. 믿기지 않는 뉴스였다. 내가 추천했던 회사 폴리원(PolyOne)이 막 실적 가이던스를 낮추고 배당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6개월 전
지난해 막 MIT를 졸업한 신입이었지만, 미국 내 최대 투자 기관 중 한 곳의 애널리스트라는 직함으로 관심 있는 기업의 경영진을 마음대로 만날 수 있었다. 리서치 담당 임원들이 설명에 따르면, 필자가 할 일은 담당한 기업에 대해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 더 잘 알아야 하고, 회사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에게 주식을 추천함으로써, 그들이 운용하는 뮤추얼 펀드가 최선의 투자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기업을 마음대로 방문할 수 있는 능력을 십분 활용했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한 폴리원의 CEO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공장을 견학했고, CFO를 닦달해 재무 상황을 알아냈다. 찾아 읽을 수 있는 자료는 전부 읽었다. 경쟁업체들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폴리원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투자 논지는 간단했다. 플라스틱 제품을 제조하는 폴리원은 동종 업계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끼워 팔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때문에 사업이 성장하고 있었다. 아니 적어도 CEO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그랬다. 이 “슈퍼마켓” 전략이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럴듯하게 들렸다. 게다가 잘 차려입고, 고등교육을 받은 리더의 전략적 비전이 틀렸을 리가 없다고 생각됐다.
수치 역시 꽤 호소력이 있었다. 폴리원은 주당 약 1달러의 순이익이 예상된 상황이었고, 시장의 평균 PER 배수는 15배였기 때문에, 끼워 팔기 비즈니스 모델이 궤도에 오르게 된다면 주당 15달러의 가치는 돼야 했다. 따라서 당시 주가 10달러는 필자의 내재가치 추산의 3분의 2에 불과한 헐값이었다.
2주 전
회사 애널리스트 업무에는 고위 임원인 포트폴리오 매니저들(PM)과 회의를 하고, 자신의 추천주에 투자하도록 설득하는 일을 포함되어 있다. 애널리스트는 PM들에게 평가를 받게 되며, 평가 심도만큼이나 빈도도 중요하기 때문에, 평가 전에 여러 애널리스트들 중 어느 한 명이라도 평가 전에 유력 PM과 간담을 갖지 않도록 하고 있다.
평가 기간 동안 폴리원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PM 중 한 명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 폴리원 주식의 성과가 저조했기 때문이었다. 주가는 8달러 위에서 6달러 대로 하락해 있었다. 그 PM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의 글이 조명되고 있었지만, 이렇다 할 만한 실전 경험이 없던 필자로선 그런 “기술적” 분석에 회의적이었다. 우리는 펀더멘탈 투자자라고 자부했기 때문에 다른 시장 참여자들의 생각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 PM은 경영진에게 연락해 사업 진행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장기 투자자로 회사가 1~2분기에 어떻게 될지 신경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 달가운 주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필자로선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고, 연락을 주선하기로 했다.
사 측의 CFO와 통화를 약속하고, 우리 측에서는 PM 몇 명과 필자가 통화에 참여했다. 야구 팀 등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를 한 후, PM들은 사업 현황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그들은 경험 많은 외과 의사들처럼, 선택적 공시에 대한 SEC 규정을 위반하지 않고 경영진에게 질문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질문을 이어 나갔다.
30분간의 통화를 마친 후, PM들 중 노련한 베테랑이 “그들은 이번 분기를 놓칠 것”이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필자는 끼워 팔기 전략, 주당 1달러의 순이익 그리고 순이익 대비 약 6배의 주가는 통계상으로 저렴한 수준이라는 점을 이해시키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우리 같은 펀더멘탈 투자자는 한 개 분기에 신경 써서는 안 된다고 설득했다. 게다가, 그런 사소한 상황으로 기준으로 재빠르게 매도에 나서기에는 우리의 포지션 규모가 너무 컸다. 그들은 그런 상황에 만족하지 않았지만, 동의했다.
2002년 12월 18일
경영진이 발표한 배당 중단과 심각한 실적 전망에 대한 뉴스를 오래 들여다볼 필요도 없었다. 곧이어 주식 시장이 열렸고, 얼마 안 돼 시장의 판단이 내려졌다. 주가가 50%나 급락한 것이다.
몸까지 아픔을 느꼈다. 이 말을 읽으면서 필자의 경험이 정신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확신하건대 실제 비슷한 상황을 당해보지 않았다면 절대 필자의 느낌을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책상 아래에 기어 들어가 울고 싶었다.
하지만 책상 아래에서 운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애널리스트는 침착하게 상황 전개를 분석하고, 주식을 보유 중인 PM들에게 즉시 대응 방법을 알려야 하는 것이 임무였다. 나쁜 뉴스가 나왔을 때, 손실이 생겼다는 사실을 숨기는 것만큼 나쁜 일도 없다.
필자는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도 할 일은 해야 했다. PM들에게 지금까지의 상황 전개를 놓치기 했지만, 주가가 3달러라면 오히려 추가 매수 기회라고 주장하면서 주식을 팔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마음속으로는 지금 이 상황을 만든 것은 필자의 책임이기 때문에 PM들 중 누구도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기억으로는 PM들 중 한 명이 퇴근하고 하루 쉬면서, 읽어보긴 했지만 아직 분명하게 내재화하지 못한 버핏의 메시지를 다시 읽어 보라고 권했다. 필자는 일을 정리하고 그 조언대로 했다.
교훈:
경영진의 전망을 믿지 말고, 실제 성과가 있다는 증거에 따라야 한다.
재무제표에서 헤매는 대신 기업의 품질을 이해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라. 일부 기업이 다른 기업들 보다 더 힘들고, 그런 기업들은 계속해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에 대한 많은 세부 정보를 알고 있다고 해서 과신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몇 가지 큰 줄거리일 뿐이다.
단지 상황이 예상대로 진행되면 얼마를 벌 수 있는지 보다,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나면 기업이 어떻게 될지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라.
이미 몇 차례 그런 경험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면, 자신의 판단 또는 다른 누군가의 판단을 믿지 말라. 자신/다른 누군가가 극심한 압박 하에서도 여전히 합리적일 수 있는 필수적인 정신적 강인함이 있는지 시험해 봐야 하며, 심각한 손실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내보이는 자신감은 감안해서 받아들여야 한다.
결론
폴리원 주식은 10달러에서 절대 추천해서는 안 됐다. 필자는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필자는 자랑스럽지 않은 초년의 실수를 많이 저질렀고, 그 실수에서 배웠다. 그 여파를 처리한 방식에 대해서는 자랑스럽다.
다음 주 동안, 필자는 폴리원의 재정 상태를 분석한 끝에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만일 폴리원이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면야 주가가 3달러까지 하락한 것이 이해할 만했다. 그리고
폴리원의 사업과 대차 대조표를 분석해본 결과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
필자는 폴리원의 포지션 규모를 키우자고 권했고, 몇 개월이 몇 년처럼 느껴진 끝에 주가가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폴리원을 추천한 것은 큰 실수였지만, 초년병 시절 저지른 것이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쁘게 생각한다. 그 실수가 더 나은 투자자가 되는 데 도움이 되었고, 압박 아래에서 위험 부담이 큰 투자 결정을 내릴 만한 정신적 강인함과 기질이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필자의 실수로부터 배운다면,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더 나은 투자자가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자료 출처: Behavioral Value Investor, “What You Can Learn From My 50% L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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