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상에 아직도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은 아주 드물다. 손바닥 만 한 섬과 도시 국가도 세금과 시민권 같은 목적을 위해 법률을 가지고 있다.
현실 속 대부분의 세계에서는 정부의 통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곳 옆의 도시가 무법천지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형태의 산업이 등장할 것이며, 이 환경 안에서 기본 생활이 계속 가능하도록 사람들은 어떻게 협력할까?
근대 역사의 한 사례를 보면, 이러한 상황이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단서를 얻을 수 있다. 바로 구룡 성채 얘기다.
구룡 성채
근대 역사에서 가장 이상한 변동 사회 중 하나로 불리는 이 기괴한 지역은 지구 상의 다른 어떤 도시보다 인구밀도가 높다.
이야기는 송 왕조(960-1297)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소금 거래를 보호하던 군인들의 숙소로 작은 요새가 건설된다. 이 작은 요새는 19세기 후반 영국의 중국 침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완전한 주둔지로 확장된다.
1898년, 구룡과 신계에 대한 99년간의 조차 계약이 체결된다. 여기서 빠진 곳이 2.7헥타르의 벽으로 둘러싸인 요새였다. 중국은 이 지역에 대한 소유를 굽히지 않았고, 이에 영국은 손을 떼는 전략을 취했기 때문에, 이 지역은 일종의 무법지대가 되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무단 거주자들이 이곳을 채우기 시작했고, 보다 영구적인 건축물들이 들어섰다. 1950년이 되자, 이곳의 인구는 17,000명으로 늘었으며, 1990년 50,000명을 넘는 사람들이 럭비장 2개 크기의 땅 안에 살고 있었다.
무단 거주자들의 수용소에서 어엿한 거주 지역으로
구룡 성채를 도시 내에 고립된 부패 집단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 지역 내에서 벌어지는 상거래 규모가 아주 컸기 때문에, 밖에 사는 사람들도 이곳에서 싼 가격에 물품을 구입하고, 여러 서비스를 받았다. 근대 역사에서 이런 공생 관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제와서 돌이켜 보면 구룡 성채는 아주 매력적인 곳이었다.
구룡 성채 모습은 범죄, 매춘, 도박, 불법 사업은 온상으로 비쳐 왔지만, 이것은 한 면만 보고하는 소리다. 이 지역은 공간이 부족하고, 외부의 공공 설비를 이용하기 어려웠지만, 아주 생산적으로 돌아갔다. 실제, 구룡 성채는 종종 홍콩의 그림자 경제로 묘사되곤 했다. 지역 전체에 흩어져있는 수백 개의 작은 공방과 공장이 홍콩 전역의 업체들에게 물품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구룡 성채로 들어온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파산, 가난, 또는 강제 추방이 그랬다. 법 집행과 단속이 없다는 점을 이용하기 위해 들어온 이들도 있었다.
단속 부재를 이용했던 가장 비근한 사례가 구룡 성채 안에서 영업하는 치과 의사와 내과 의사가 아주 많았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홍콩으로 이주해 의사들은 저렴한 임대료 외에도 식민지 정부가 요구하는 비싼 면허세와 재교육을 피할 수 있었다. 산업체들은 화재, 노동 및 안전 규정을 무시하고 자유롭게 저렴한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하거나, 공식 경제에서 금기시되는 품목(예: 개고기 식당)을 판매할 수 있었다.
법과 질서
사실상 삼합회가 시의회 역할을 했다. 주민 갈등을 해결하고, 자원봉사 소방대를 만들고, 돌아가면서 쓰레기를 치우도록 했다. 또한 긴밀하게 연결된 이 정착촌 공동체는 전기를 아껴 쓰고, 함께 쓰는 시설을 함께 고쳤다.
토지 소유권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구룡 성채 내의 부동산을 사고팔았다. 한 건설 업체는 4층 건물 소유자와 거래를 맺기도 했다. 기존 건물 소유주는 새로 진은 13층짜리 건물 1층을 차지했다.
씁쓸한 결말
1993년, 구룡 성채는 여러 차례에 걸친 강력한 매수 제안과 강제 이주가 있은 후, 철거되어 공원으로 변했다. 구룡 성채를 나온 많은 업체들에게 홍콩 다른 지역의 임대료는 너무 비쌌기 때문에 이들은 영원히 문을 닫았다.
<현재 구룡 성채 공원의 모습>
출처: Visual Capitalist, “This Fascinating City Within Hong Kong Was Lawless For Decades”
http://www.visualcapitalist.com/kowloon-walled-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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