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발병이 계속 파급력을 넓혀가고 있으며, 가계, 투자자, 기업, 정책 입안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취약한 개인과 기관에 타격을 주고 있다. 통화 정책과 더불어, 이탈리아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는 재정 정책도 함께 고려되고 있다. 이번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시진핑 중국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를 판가름 지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는 원유의 공급과 수요 모두에 파열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세계 2위 경제 중국의 사실상 폐쇄와 세계 경제 성장 전망의 하향 조정이 기존보다 원유 수요를 낮추고 있다. 그것은 OPEC와 그 동맹국들, 특히 러시아와의 협력에 근본적으로 존재하는 문제를 노출시켰다. 기존 합의 내용은 20개 산유국에서 일간 210만 배럴을 감산하는 것이었다. 그 합의는 이달 말로 만료된다. 러시아가 이 합의를 위반하고 있었던 것으로 여기지는 상황에서, 감산 대부분은 사우디에서 이뤄졌다.
사우디는 지난주 자기 역량을 너무 과신한 모습이었고, 향후 유가를 지탱할 수 있는 추가의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고사하고, 기존 합의를 연장시키는데도 실패했다. 항상 의심스러웠던 러시아 참여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우디는 주도권을 러시아에게 넘겼다. 비대한 왕실 내에 충성을 강요하기 또 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의 모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에너지 장과 칼리드 알 팔리흐 모두 강대국들 간의 게임에서 상대적으로 초보 축에 속한다.
2014년, 미국 셰일 원유 생산 업체들의 부상으로 공급 과잉 문제가 일어났다. 이런 근본적인 공급 문제에 코로나19로 비롯된 수요 급감이 더해져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 사우디에게는 애증이 엇갈리고 있다. 이럴 때면 사우디가 취했던 내재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은 감산이었고, OPEC 최대 산유국으로서 상당 부분의 조정을 감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새 지도부는 무임승차자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특히 민감해 보인다. OPEC 회원국 대부분은 계속해서 거의 최대 용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비 OPEC 산유국들은, 러시아의 콘덴세이트 생산에 예외가 적용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기존 합의를 준수해 왔다.
OPEC+의 지배 구조 공백이 시작되는 4월 1일부터 각 산유국이 마음대로 원유를 생산해낼 것이란 의미다. 사우디는 2월 일간 약 970만 배럴을 생산했으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간 1,250만 배럴까지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외부 관측통들은 최대 일간 약 1,100만 배럴까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 외에,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다른 두 국가는 UAE와 러시아일 것이며, 현재 생산량에 일간 약 10만 배럴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의 경우, 사우디가 원유 시장에 대한 지배력/영향력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미국 셰일 원유 생산 업체들은 놀라운 탄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셰일 혁명은 혁신, 값싼 신용,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태도, 이 세 가지 요인에 의해 촉진되었다. 사우디가 땅속에 빨대를 꽂아 원유를 뽑아내고 있었다면, 프랙킹, 수평 시추 및 기타 기술 발전이 바윗 속에서도 원유를 생산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값싼 신용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아주 중요했다. 은행과 다른 투자자들은 차입자의 신용도가 아니라 담보물의 가치에 근거해 기꺼이 자금을 빌려주었고, 이전 금융 기관들이 주택에서 담보 대출을 해주었던 것과 유사했다.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은 자본 집약적이며, 고정 비용이 높아 부채에 의존한다. 최근의 충격 이전에도 셰일 원유 생산 업체들은 이미 고전 중에 있었다. 2019년의 경우, 42개 회사가 260억 달러를 부도냈고, 금액으로 2018년의 두 배를 기록했다.
셰일 원유 지대 모두가 환경을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뉴욕은 환경을 이유로 프랙킹을 금지하고 있다. 역량(셰일 원유 지대와 자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환경과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다른 계산법이 필요하다.
푸틴은 새로운 사우디 지도자들보다 더 똑똑할지도 모르거나, 운이 더 좋을 지도 모른다. 2014년 사우디 주도 하에 벌인 미국 원유 생산업체 축출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지만, 2020년의 시도는 더 성공적일 수도 있다. 미국 셰일 원유 생산량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EIA)에서는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약 30만 배럴 증가한 일간 1,320만 배럴로 예상한다. 전체적인 증가분은 퍼미언 배신에서 나온 것이다. 몇몇 대형 생산 업체들은 일시 중단을 발표했다. 3월 6일 기준 베이커-휴즈가 집계한 시추공 개수는 682개로 1년 전보다 20% 가까이 줄었다. EIA에 따르면, 시추는 되었지만 완성되지 않은 유정이 약 10% 감소했다고 한다. 기업들이 프랙킹 유정의 총비용 중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시추 비용을 이연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셰일 원유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보도에 따르면, 유전의 생산력이 다 되어감에 따라, 이 유정들 간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지고 있다고 한다. 프랙킹 유정은 종종 생산량이 급격히 하락하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일부 추정에 따른 기존 생산량인 일간 150만 배럴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생산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한다. 투자자들은 기대했던 수익률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과거 3차례 미국의 경기 침체(1991년, 2001년 및 2008년)은 급격한 유가 상승(각각 약 135%, 200% 및 100%) 이후에 발생했다. 미국이 원유 및 천연가스 순수출국이 되었고,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자본 지출과 성장에서 셰일 원유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역학 관계가 변했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나 미래의 유가 하락은 파산과 인수를 통해 원유 산업의 통합을 가속화하고, 중기적으로 원유 산업을 다음 사이클에 더 탄력 있게 만들 수 있다.
인플레이션 전망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시장 지표가 유가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유가 급락은 인플레이션 표제 지표를 압박하고,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유지하려는 통화 당국자들의 노력을 방해한다. 비록 대부분의 미국 국채 금리 하락이 오버나이트 머니(즉, 연준의 정책)의 전망이 급격히 변함으로써 발생하지만,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전망의 하락이 금리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
원유는 주로 미국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유가 급락은 미국 달러에 압박을 가한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 요인이 과장되어서는 안 된다. 달러로 거래되는 상품과 서비스 시장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으며, 일간 6.6조 달러 외환 시장 거래의 한 방향의 약 90%에 해당하는 달러의 수요에서도 작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급락의 영향은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로 전이된다. 중국은 최대 원유 수입국이며, 1월~2월까지 전반적인 수입이 줄어들었지만,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은 증가했다. 하지만 보도에 따르면, 정유업계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고, 재고도 늘어나고 있다고 있다. 동아시아 전체로도 엄청난 원유를 수입하고 있으며, 일부 라탐 국가들(예를 들어, 멕시코, 콜롬비아 및 브라질)은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러시아 루블이 유가에 가장 민감한 통화 중 하나다. 지난 60일 동안 루블 변화(%)와 유가 변화(%)의 상관관계는 0.5로, 최근 2년간 가장 많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주요 통화 중 캐나다 달러와 노르웨이 크로네도 유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축에 속한ㄴ다.
자료 출처: Marc Chandler, “What To Know About The Other Shock: Oil Pri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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