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
쓰레기: 2017년 4월 4일. 7.4 BTC = 8,384달러
우리는 3월 24일 도쿄에서 돌아왔고, 제인의 베개 밑에 메모를 남기고 온 것을 기억한 4월 4일까지 오렌지색 종이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웃긴 일이었다고 생각했다. 제인은 1주일 넘게 집에 있었고, 메모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 방에 들어가 베개 밑을 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휴대폰의 불빛을 비추면서 침대 밑도 샅샅이 살펴봤다.
아내에게 물었다. “칼라? 비트코인 비밀번호를 적어놓은 오렌지색 종이 못 봤어? 제인 방에도 없네.”
“제인이 책상 서랍에 넣어 놨겠지.” 아내가 대답했다. 제인은 학교에 가 있었지만, 문자를 보내 물어봤다. 오렌지색 종이를 본 적 없다고 문자가 왔다.
“기다려요” 아내가 말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난 동안 집 청소를 맡겼잖아요. 전화해 볼게요.”
칼라가 청소 업체에 전화를 했고, 우리 집을 청소했던 여성과 통화가 되었다. 그 여성은 오렌지색 종이를 본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어디 있어요?” 칼라가 물었다.
“버렸죠.”
쓰레기는 벌써 치워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장갑을 끼고 바깥 쓰레기 통과 재활용 쓰레기통을 뒤졌다. 달걀 상자, 에스프레소 찌꺼기, 아마존 상자뿐이 없었다. 오렌지색 종이는 로스앤젤레스 매립지 쓰레기 더미 아래 어딘가에서 분해되고 있었을 것이다.
칼라는 그 종이가 중요한 거냐고 물었다.
“아니야, 조금 번거로워져서 그렇지. 트레조 안에 든 비트코인을 온라인 지갑으로 보내고, 트레조를 다시 초기화하고, 새 단어 목록을 생성한 다음, 비트코인을 다시 트레조로 옮기면 돼. 핀 번호를 모르면 몰라도, 551445란 걸 잘 기억해 놓았지.”
……….
잊음: 2017년 4월 4일. 7.4 BTC = 8,384달러
트레조를 컴퓨터에 연결해 “551445”를 처넣었다.
- 잘못된 핀 번호를 입력했습니다.
핀 번호를 잘 못 눌렀던 모양이다. 이 번에는 천천히 또박또박 “551445”를 입력했다.
- 잘못된 핀 번호를 입력했습니다.
번호가 틀렸나? “554445”를 다시 입력했다.
- 잘못된 핀 번호를 입력했습니다.
바보 같은 놈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핀 번호를 알고 있었다. 최근 몇 달 동안 종이를 보지 않고도 최소한 12번은 번호를 눌렀었다. 좋아, 아마 “554145”였던 모양이었다.
- 잘못된 핀 번호를 입력했습니다.
이 비트코인 지갑에 있는 작은 흑백 화면에 카운트다운 타이머가 나타났다. 다른 핀 번호를 입력하기 위해서는 몇 초 기다려야 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트레조 제조사의 웹 사이트로 들어가 핀 번호 입력 지연에 대해 알아보니 상황이 좀 심각했다. 잘못된 핀 번호를 입력할 때마다 지연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그 사이트에 따르면, “핀 번호 입력 실패 횟수는 트레조 메모리에 저장된다. 즉, 트레조를 껐다 켜도 지연 시간이 0으로 되지 않는다. 최선의 방법은 트레조를 다시 껐다 켜고 타이머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도둑이 그러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사이에, 종이에 적어둔 번호로 새 장치나 지갑에 자금을 옮길 충분한 시간이 있다.”(트레조는 체코 업체라서 설명이 좀 이상하긴 했다.)
문제는, 내가 바로 그 도둑 같았고, 내 비트코인을 내 트레조에서 훔치려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여섯 번째로 잘못된 핀 번호를 입력한 후, 가슴이 두방망이 칠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정녕 7.4 비트코인과 작별의 키스를 해야 한단 말인가?
몇 번 더 기억을 더듬었고, 실패할 때마다 핀 번호 입력 지연 시간이 늘어났고, 걱정이 현실로 되는 것이었다. 이제 2,048초(약 34분)으로 지연 시간이 늘었다. 컴퓨터에 있는 계산기 프로그램을 열었다. 31번째 추측이 틀리면 평생 내 비트코인을 만나지 못할 거라고 나왔다. 34년이 걸리게 될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100번 틀리면 800 해년이 넘게 걸린단다.
아내에게 이 얘기를 말했다. 핀 번호를 모르겠다고 말했고, 잘못된 핀 번호를 입력할 때마다 벌을 받고 있다고 했다. 아내는 혹시 암호 저장 앱에 번호를 저장해 놓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런 기억이 없었다. 돌아온 왜 안 그랬냐는 물음에 할 말이 없었다.
지금처럼 불안한 마음으로는 귀중한 추측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미 마음속은 수많은 번호가 뒤섞여 어지러워져 있었다. 저녁으로 커리를 해 먹기 위해 부엌에서 야채를 잘랐다. 하지만 핀 번호 말고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감자를 썰면서도 마음속에서는 번호를 뒤적이고 있었다. 조금 있자, 머릿속에서 번호 하나가 튀어나왔다. 55144545였다. 이건 가 보다! 부엌에서 나와 사무실로 들어갔다. 트레조의 카운트다운 타이머에는 아직도 수백 초가 남아 있었다. 시간이 될 때까지 이메일을 읽었다. 이윽고 “55144545”를 두드렸다.
- 잘못된 핀 번호를 입력했습니다. 계속하려면 4,096초를 기다려주세요 …
그날 밤 한 잠도 자지 못했다. 잠시 잠이 들어도 1, 4와 5를 조합하는 악몽으로 깨나곤 했다. 나를 괴롭혔던 것은 8,000달러가 아니었다. 종이를 잃어버리고, 핀 번호를 기억하지 못한 어리석음 때문이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상승할 수 있다는 생각이 싫었고, 내 비트코인에 접근할 수 없다는 생각은 더 싫었다. 핀 번호를 기억해 내지 못하면, 평생 동안 트레조가 나를 괴롭히게 될 것이다.
(…. 계속)
<출처: Wired, “‘I FORGOT MY PIN’: AN EPIC TALE OF LOSING $30,000 IN BIT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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