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같은 상황이 낯설고 어색해 보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며 그저 겪어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떤 기회가 있는지에만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몇 주 동안 경기 민감한 주식들이 두들겨 맞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수혜를 입은 주식들이 승리를 거두고 있다.
마이클 모부신의 책 “Think Twice(번역서: 판단의 버릇”에서 소개한 2008년 벨몬트 스테이크스에서 트리플크라운에 도전했던 전설의 경주마 “빅 브라운(Big Brown)”이 떠오른다. 모부신은 빅 브라운을 통해 상황을 바라보는 내부 관점과 외부 관점을 설명한다. 경마에서 내부 관점은 돈을 거는 사람들, 조련사, 기수 및 경주마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관점이다. 이들은 빅 브라운이 이전 2차례 경주에서 우승했기 때문에 다음 벨몬트 스테이크스에서도 우승할 것이라는데 베팅했다. 조련사는 “지금보다 더 상태가 좋을 수는 없다. 빅 브라운에게 어떤 결점도 찾을 수 없다. 지금보다 아름다운 모습은 없었다. 우승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확신한다.”라면서 자신했다. 이런 내부 관점으로 인해 빅 브라운의 승률은 75%로 높아졌다.
빅 브라운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투자자들이 얼마나 내부 관점을 과신하고 있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시장의 분석가, 전략가 및 펀드 매니저들이 공히 동의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2020년 지금의 공황 상태에서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이다. 몇 가지 주식을 들자면, 사람들의 사재기에 수혜를 볼 것이라는 코스트코,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넷플릭스, 원격 화상 회의 시장이 커지면 그 소프트웨어를 제공해서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마이크로소프트, 온라인 쇼핑 증가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아마존 등이다. 이들 기업은 현재 내부 관점에 영향을 받고 있는 일부에 불과하다. 이들 기업의 주가 배수는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꾸준한 수익성도 가장 높다. 모두가 훌륭해 보인다.
반면 외부 관점으로는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보다 다른 요소들을 살펴보게 될 것이다. 첫째, 지금부터 1년 동안 이들 기업의 매출 증가는 어떻게 될 것인가? 과거와 변함이 없다면, 다른 곳에 실망할 여지는 없는가? 둘째, 현재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에게 훨씬 더 변동성이 높아졌다. 앞으로도 투자자들이 훌륭한 기업들에게 과거와 같은 높은 주가 배수를 지불할 것인가? 역사는 그 반대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의 주가는 1972년 순이익 대비 46배에서 1980년 6배로 떨어졌고, 이 지루한 기업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큰 타격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인기에 편승하거나 훌륭한 기업이 계속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으로 계속 연료를 주입해 주가를 높일수록 수익률은 그렇게 훌륭하지 않게 된다. S&P 500 가중치에도 좋지 않다. 아래 차트는 가정의 주식 비중과 S&P 500의 향후 10년 수익률을 보여준다.
검은색 실선 - 미국 가정의 주식 비중(좌 축, 2019년 9월 30일 기준 53.8%)
빨간색 점선 - 향후 10년 동안의 S&P 500 수익률(우 축, 역상, 2009년 12월 31일 기준 13.4%)
보시다시피, 양자는 부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미국 가정의 주식 보유 비중이 높을수록 주식시장에는 좋은 징조가 아니다. 또한 S&P 500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식에게도 좋은 징조가 아니다. 분명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코스트코, 아마존이 점점 더 커지고, 시장 가중치도 더 커지고 있다. 이들이 2020년의 공황 상태에서 시장 수익률을 붕괴시켰다.
왜 낮은 승률인가?
2020년의 시장 붕괴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기업들은 주가가 50% 내지 75% 하락했다. 경제에 민감한 기업일수록, 주가가 더 크게 하락했다. 또한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일수록, 주가가 더 크게 하락했다. 주가가 낮은 기업일수록, 주가가 더 크게 하락했다. 마치 우량주를 제외하고는 모든 주식에서 자금이 빠져나오는 모습이었다. 레그메이슨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회장 빌 밀러는 지난주 인터뷰에서 지금이 자기 생애에서 다섯 번째로 중요한 매수 기회라고 밝혔다. 1974년, 1981~1982년, 1987년, 2008~2009년 그리고 지금이라는 것이었다.
가장 센 처벌을 받은 기업들이 향후 3년 동안 가장 높은 수익률을 가져올 확률이 높다. 이들 기업이 가장 좋은 기업이라서가 아니다. 단지 주식시장에서는 그런 기업들의 배당률이 높기 때문이다. 2020년 시장 붕괴가 일어나기 전 배런스지와의 인터뷰에서 피터 린치가 원유 및 천연가스 관련 주식이 세 배의 수익률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만일 그런 기업들이 승리하면, 커다란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빅 브라운은 승률이 75%로 높았지만, 그만큼 배당률은 1.3배로 낮았다. 자금을 100% 위험에 빠지게 하고도, 승리했을 경우 고작 30%의 수익밖에 올리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식을 고르는 능력이 좋아서, 70%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해도 배당률이 1.3배라면, 즉 10개 주식을 골라 각각 10달러씩 투자한다면(총 160달러), 전체적으로 손에 쥐는 돈은 145.60달러로 9% 손실을 기록하게 된다(160 X 0.7 X 1.3 = 145.6).
반면 승률이 낮은 경주마에 베팅해 그중 70%만 맞혀도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벨몬트 스테이크스 참가한 나머지 경주마 8마리에 2달러씩 16달러를 베팅했다고 하자. 이 경주마들의 평균 배당률은 22.625배였다. 따라서 어느 경주마가 1착을 하던, 16달러 베팅으로 45.25달러를 벌게 된다(2 X 22.625 = 47.25). 이렇게 10번 160달러를 베팅하고 그중 4번만 맞는다고 해도, 181달러를 벌게 되고, 약 13%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이렇게 승률이 낮을수록 배당률은 높아지고, 성공률이 낮더라고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은 모두의 마음속에 최악의 비관론을 새겨놓지만, 당시 존 템플턴은 행동에 나섰다. 1939년 템플턴은 주가가 1달러 아래에서 거래되던 104개 기업의 주식을 각각 100주씩 매수했다. 사실, 돈을 빌려다가 주식을 매수했다. 소위 동전주는 본래 투기적이고 위험하다. 승리할 확률이 낮은 주식일 수 있다.
그 104개 기업 중 34개는 파산했지만, 템플턴은 다른 기업에서 올린 수익으로 부자가 되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투자 원금 대비 4배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승률이 낮은 기업은 처음에는 경기 침체로 심각한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전쟁 지출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경기가 좋아지자, 누적되던 손실은 잉여 현금 흐름 증가로 바뀌었다. 전쟁으로 인한 경제 도약으로 승리 확률이 낮은 기업은 세후 현금 흐름이 많아졌지만, 최고의 기업은 그렇지 못했다.
요약하자면, 빅 브라운은 벨몬트 스테이크스에서 꼴찌로 들어온 후 신체검사를 받았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모습이었다는 조련사 더트로의 말처럼 녀석은 건강했다. 최고의 기업들은 지난 5년 동안처럼 좋은 모습을 보이겠지만(즉, 승률이 높겠지만), 평범한 수익률(낮은 배당률)에 그칠 것이다. 경기와 관련된 기업들에 대한 비관주의가 극에 달한 현시점에서는 승률이 낮은 기업에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 어떤 투자는 실패할 수도 있지만, 감수한 위험만큼 보상이 돌아올 것이다. 2020년의 공황 상태를 전쟁이라고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들으면서, 독일군의 폴란드 침공 당시 템플턴이 느꼈던 기분을 느껴야 한다. 정부의 재정 부양책이 당시 같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면 어느 기업이 가장 큰 혜택을 입게 될까?
자료 출처: Smead Capital Management, “Betting the Long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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