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이기기 위한 전제 조건

투자의 전설 존 네프가 30년 이상 운용하던 펀드를 떠나고, 펀드의 성과가 냉정하게 평가된 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네프의 성과가 인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하지만 그가 훌륭한 투자 기술로 전반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올렸지만, 펀드를 떠난 직전의 성과를 보면 모양이 사나울 수 있다.​

네프는 지난 6월 4일 87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64년부터 1995년까지 뱅가드 그룹의 윈저 펀드를 운용했다. 31년 동안 펀드를 운용하면서, S&P 500보다 연평균 3.1% 더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사실, 이렇게 긴 기간 동안 시장을 이길 수 있는 펀드 매니저는 거의 없고, 시장을 이겼더라도 대부분 소소한 차이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네프는 분명 투자의 전설이라고 불리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프의 펀드 운용 기간 중반에 참여한 투자자라면 시장을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아래 차트에서 알 수 있듯이, 네프의 알파(시장보다 우수한 성과의 크기)는 1980년대 들어 꾸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윈저 펀드를 그만둔 1995년까지 10년 동안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S&P 500보다 1.4% 낮았다.


뛰어난 성과를 보여 유명세를 치른 다음 펀드에 자금이 밀려 들어왔던 펀드 매니저는 네프 만이 아니다. 같은 경험을 한 유명 펀드 매니저 두 명을 들자면 다음과 같다:​

  • 빌 밀러는 레그 메이슨 밸류 트러스트를 운용하면서 15년 연속으로 S&P 500보다 우수한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그 후 펀드를 떠날 때까지 상당한 손실을 입으면서, 펀드를 운용했던 전체 기간을 놓고 볼 때 시장보다 저조한 성과를 보이도록 만들었다.​

  • 페어홈 펀드를 운용했던 브루스 버코위츠 1999년 이후 미국 시장보다 우수한 성과를 보였지만, 지난 10년 동안은 뒤처지고 있다.​

따라서 네프의 후반기 성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투자의 전설이라는 명성에 누가 되는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중반 이전까지 윈저 펀드의 수익률은 인상적일 정도로 좋았기 때문에 오히려 후반기 10년 동안의 수익률이 초라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평생 동안의 연평균 수익률은 시장보다 3.1% 더 높았다는 점에서 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자자들의 투자 시간 지평이 10년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펀드 매니저들이 장기 투자로 저조한 성과를 만회할 기회를 바랄 수 없다. 그리고 시장보다 뒤처지게 되면 그것이 전부고, 펀드 매니저가 누구든 상관없이 펀드에서 빠져나온다.​

물론 중단기적인 성과는 종종 기술보다는 운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으며, 기술과 운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 투자자들이 대면하고 있는 근본적인 현실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현명한 투자자” 4판 후기에서 “단 한 번의 행운이나 한 번의 기민한 결정(양자를 구별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평생 공을 들인 전문가의 결정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레이엄은 “다만 단 한 번의 행운이나 결정이 아무런 준비 없이 실행되는 것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반드시 일정한 준비 기간과 훈련을 통해 배양된 능력이 뒷받침되어 있어야 한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 순간을 포착하고 잡을 수 있으려면 충분히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즉, 기회를 살릴 수 있는 수단과 판단력, 그리고 용기를 갖추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네프가 가르쳐 준 투자 교훈과 관련이 있는 말이다.​

결국, 네프가 투자의 전설이 된 이유는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려서가 아니라, 그의 준비와 훈련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자질이 있다고 해서 곧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길 수 있는 능력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없이는 결코 시장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네프의 유산이다.​

자료 출처: Market Watch, “This legendary Vanguard fund manager had the right stuff to beat the 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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