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 캔디(See’s Candies)의 해리 시(Harry See)는 자기 회사를 팔고 싶었다. 여기에 워런 버핏 역시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고, 곧 찰리 멍거에게 전화를 걸었다. 멍거옹은 버핏옹의 말에 적극적으로 호응했고, 캘리포니아에서 시즈 캔디의 1위 자리를 차지할 경쟁 회사는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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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아스 칼라일은 “어콰이러스 멀티플(The Acquirer’s Multiple: How the Billionaire Contrarians of Deep Value Beat the Market)”에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시즈 캔디 인수 사례를 통해, 버핏옹의 종목 선정과 매수 과정이 청년 헤지펀드 매니저 시절에 비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여준다.
버핏옹은 벤저민 그레이엄에게 배운 바대로 내재가치 대비 크게 할인된 주식, 즉 “훌륭한 가격의 적당한 기업”에만 투자했었다. 하지만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하고 겪은 뼈아픈 경험과 멍거옹에게서 받은 긍정적인 영향으로 인해, “적당한 가격의 훌륭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게 된다. 그런 훌륭한 기업들이 매력이 있는 이유는 매년 꾸준히 수익을 가져다주는 반면, 적당한 회사들에게는 많은 골칫거리가 있었고, 대개 단 한차례의 주가 상승만 노려볼 수 있을 뿐이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적당한 가격의 훌륭한 기업”의 매력을 잘 보여주었고, 이제 멍거옹은 시즈 캔디 역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칼라일은 시즈 캔디 측에서 요구하는 인수 가격이 “아주 비쌌고”, 젊은 시절 버핏이었다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제 경험이 쌓인 버핏에게 이 캔디 제조회사는 단순한 유형 자산 이상의 브랜드, 상표권 및 영업권 같은 지적 재산도 갖추고 있는 회사로 다가왔다.
다음은 매각 당시 시즈 캔디가 갖추고 있던 유형 자산 관련 수치들이다.
• 요구 인수 가격: 3,000만 달러.
• 유형 자산 가치: 800만 달러.
• 지적 재산 가치: 2,200만 달러.
1972년 1월, 버핏옹과 멍거옹은 사 측에 시즈 캔디의 절대 최대치는 2,500만 달러라고 통보했고, 결국 이 가격에 인수할 수 있었다. 버크셔에서는 시즈 캔디의 “고객 독점권”의 가치를 알아봤다. 이 회사는 뛰어난 품질의 초콜릿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고객 서비스를 바탕으로 훌륭한 평판을 쌓아놓고 있었다.
버핏옹이 시즈 캔디에서 알아본 것은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유형 자산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였다.
• 유형 자산 800만 달러.
• 1971년 수익 500만 달러.
• 따라서 유형 자산 대비 세전 수익률 60%(500만 달러/800만 달러).
이어 버핏옹은 이 회사의 가치를 다음처럼 추산했다.
• 은행 계좌에 돈을 넣어두는 것보다 주식 보유가 더 위험하기 때문에, 은행 금리 6%를 기준으로 10% 내지 12%의 할인율을 적용.
• 60%의 수익을 10%로 나누면, 영업이익 대비 6배, 12%로 나누면 5배이므로, 이 회사의 가치는 유형 자산 대비 5배 내지 6배 평가할 수 있음.
•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이 회사의 가치는 4,000만 내지 5,000만 달러임.
이 같은 분석을 통해, 버핏옹과 멍거옹이 4,000만 달러 내지 5,000만 달러짜리 회사를 2,500만 달러로 크게 할인된 가격에 인수한 것이었다. 25년이 지난 후 2007년까지, 시즈 캔디의 유형 자산 가치는 4,000만 달러의 유형 자산으로 8,2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며, 이것만 해도 195%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었다. 게다가, 이 25년 동안, 시즈 캔디의 유형 자산 역시 3,200만 달러 상당이 증가했으며, 14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시즈 캔디는 성장을 계속하는데 재투자가 거의 필요치 않았기 때문에 버크셔 해서웨이는 수익 대부분을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데 사용할 수 있었다.
버핏은 시즈 캔디를 “꿈의 회사”라고 부르는 데, 그 이유는 아주 작은 자산을 바탕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능력 때문이었다. 칼라일은 이렇게 쓴다. “버핏은 시즈 캔디와 더불어 그레이엄이 내놓은 가치 투자 아이디어를 뛰어넘었다. 버핏은 여전히 내재가치 대비 큰 폭으로 할인된 가격에 주식을 사려고 하지만, 내재가치 계산법은 달라졌다.”
그레이엄은 유형 자산을 통해서만 가치를 구했다. 따라서 그의 투자한 곳 대부분은 부실기업이었다. 이제 버핏은 멍거의 영향 하에서 버핏에게 유형 자산은 계속해서 수익을 창출하게 도와줄 수 있는 하나의 지렛대로 바뀌었다. “자산 대비 수익률이 높을수록, 해당 회사의 가치 역시 더 높아진다.”
칼라일은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각각 가치가 1,000만 달러인 두 회사가 있다.
• 각 회사는 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 500만 달러 상당의 자산을 바탕으로 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회사가 “좋은” 회사다.
• 2,000만 달러 상당의 자산을 바탕으로 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회사는 “나쁜” 회사다.
이제 자본 수익률(ROC) 관점에서 이 상황을 살펴보자.
• 장기 국채 금리는 10%다
• 좋은 회사의 자본 수익률은 20%다.
• 나쁜 회사의 자본 수익률은 5%다.
두 회사 모두 가치는 1,000만 달러로 평가받았지만, 자본 수익률 기준으로 좋은 회사는 두 배의 가치가 있고(20%/10%), 나쁜 회사는 절반의 가치밖에 안된다(5%/10%). 즉 좋은 회사는 국채 보다 두 배의 가치가 있고, 나쁜 회사의 가치는 국채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두 회사는 1,000만 달러라는 동일한 가치가 있다. 이제 두 회사의 주가 배수를 10배라고 하자. 젊은 버핏이라면 “유형 자산 가치의 절반인” 나쁜 회사를 더 선호했을지 모르지만, 경험이 쌓인 버핏은 “유형 자산 가치의 두 배인” 좋은 회사를 택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버핏은 좋은 회사를 선호하게 되었을까?
한 마디로 답은 성장, 즉 복리를 통한 성장이다. 좋은 회사가 재투자한 1달러는 2달러의 가치가 있다. 이렇게 가정해 보자.
• 좋은 회사는 100만 달러의 수익을 재투자한다.
• 이제 자산 기반이 600만 달러가 되었다.
• 자본 수익률은 20%를 유지한다.
• 따라서, 600만 달러를 바탕으로 120만 달러를 벌어들일 것이다.
• 같은 주가 배수(10배)를 적용하면, 현재는 이 회사의 가치는 1,200만 달러(수익의 10배)로 평가할 수 있다. 이듬해에는 1,440만 달러(수익 144만 달러의 10배)로 평가될 것이다.
요약하자면, 이 좋은 회사의 가치는 수익 100만 달러로 200만 달러가 늘었다.
반면, 나쁜 회사가 재투자한 1달러는 0.5달러로 “줄어든다.”
• 나쁜 회사도 100만 달러의 수익을 재투자한다.
• 이제 자산 기반이 2,100만 달러가 되었다.
• 자본 수익률은 5%를 유지한다.
• 따라서, 2,100만 달러를 바탕으로 105만 달러를 벌어들일 것이다.
• 같은 주가 배수(10배)를 적용하면, 현재는 이 회사의 가치는 1,050만 달러(수익의 10배)로 평가할 수 있다. 이듬해에는 1,100만 달러(수익 110만 달러의 10배)로 평가될 것이다.
요약하자면, 이 나쁜 회사의 가치는 수익 100만 달러로 50만 달러가 늘었을 뿐이다. 즉, 재투자한 100만 달러의 절반이 사라진 셈이다.
책에 첨부된 아래 차트가 나쁜 회사 가치 차이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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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일은 “나쁜 회사가 재투자한 100만 달러는 기업 가치를 50만 달러 증가시켰을 뿐이다. 1달러의 수익이 50센트의 가치로 변한 것이다. 이 경우 재투자가 오히려 가치를 파괴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계속 이렇게 말한다.
버핏의 가치투자 이론 중 가장 놀라운 결과다. 재투자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시장이 바라는 것보다 더 나은 자본 이익률을 갖춘 회사에만 재투자가 좋은 역할을 한다. 자본 이익률이 낮은 회사는 1달러를 재투자해도 기업 가치는 50센트 밖에 증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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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어콰이러스 멀티플’의 4장 첫 부분인 고객 독점권에 대해 살펴봤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평균 회귀와 해자에 대해 알아본다.
자료 출처: Guru Focus, “Tobias Carlisle: How Some Growth Can Destroy Va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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