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투자자의 고뇌




(뉴욕 메츠는 창단 첫해인 1962년 시즌 160경기 중 120패 40승을 기록했다.)

1962년 4월, ‘조안 휘트니 페이슨’ 여사는 뉴욕 메츠가 창단 시즌 첫 경기에서 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메츠의 구단주였던 여사는 그 해 여름 그리스로 떠났다. 이후 전보를 통해 메츠의 연이은 패배 소식이 여사에 전해졌다. 패배 소식에 지겨웠던지, 메츠가 이겼을 때만 소식을 전하라고 지시했다. 여사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그때가 메츠 소식을 들은 마지막이었어요. 그해 메츠는 120번이나 졌으니까요.

페이슨 여사는 연패 소식보다 더 나빴던 건 연패가 언제 끝날지 몰랐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소위 “가치주”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이 느낌이 뭔지 알 것이다. 가치주는 보통 기업 자산의 장부 가치 대비 주가가 낮은 주식을 칭하는데, 지난 10년 동안 아주 저조한 실적을 보며 왔다(아래 차트 참조). 직관적으로나, 과거의 오랜 역사를 통해서나, 내재 가치보다 싼 주식을 산 경우 보상을 받기 마련이다. 다만 승전 전보가 도착하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할 뿐.




(지난 10년 동안 가치주는 성장주는 물론, 시장보다 저조한 성과를 보여왔다.)

또한 패배가 연속되면, 의심을 낳기 마련이다. 브랜드 가치와 특허권 같은 무형 자산의 경제성이 점점 더 중요해지면서, “어쩌면 장부 가치의 신뢰할 수 없는 지표가 되어가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 말이다.

1990년대 후반 닷컴 호황기에도 이와 비슷한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이후 가치 투자가 옳았음이 입증되었긴 하지만. 사실 가치 투자는 역발상 전략이다. 즉, 운이 나쁘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된다는 뜻이다. 그 기간 동안 고뇌와 의심은 오롯이 가치 투자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주가와 가치 사이의 기본적은 구분은 가치 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레이엄은 주가란 시장의 변덕이 만들어낸 피조물이라고 썼다. 상승장에서는 가장 탐욕스러운 매수자에 의해 결정되고, 하락장에서는 가장 공포에 떠는 매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반대로 주식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기업의 자산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그레이엄은 진취적인 투자자만이 가치보다 훨씬 낮은 주가에 거래되는 주식을 찾아 수익을 남길 수 있다고 말한다. 이후 가치주가, 그와 대조되는, “성장주” 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인다는 셀 수 없는 연구 결과가 쏟아졌다.

그레이엄 시대에 가치 프리미엄은 정말로 싼 주식을 찾아낸 데 대한 보상이었다. 하지만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당시보다 훨씬 더 쉽게 기업들의 장부를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왜 가치 투자 전략이 아직도 효과를 유지한다 하는 것일까? 한 가지 이유를 들자면 이렇다.

경기에 불황이 닥치면, 값비싼 돈을 들여 만든 공장과 설비를 제대로 가동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 유형 자산에서 비롯되는 기업의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당연히 주가 하락이 동반된다. 여기서 가치 프리미엄이 생겨난다. 경기 사이클이 전환되면 기업 수익도 늘어나고, 주가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치 프리미엄은 경기 사이클 상의 위험을 감내하는데 따른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다른 투자자들의 실수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성장주의 아찔하고 스릴 있는 상승에 열광하면서, 상승이 영원할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유행에 맞지 않는 가치주는 소외된 채로 남겨진다. 온당한 평가를 받기 전까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오랜 기간 실망스러운 결과는 가치 투자자들의 믿음을 시험하고 있다. 가치 투자 전략이 너무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하게 된 거 아니냐고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AQR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클리프 애즈니스’는 최근 글에서 이런 의심을 가볍게 반박한다. 싼 가치주와 비싼 성장주 사이의 가치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이 맞는다면, 그런 과실은 어디에 있을까?

장부 가치에 숨어있는 결함에서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회계 기준에 따르면, 공장이나 사무실 건물은 회사 장부 상 고정 자산으로 간주된다.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의 영업 비밀과 브랜드가 자산으로 취급되는 상황에서도, 연구개발과 광고 지출은 임금이나 전기료 같은 운영 자금으로 취급된다. 즉, 무형이란 이유로 상당한 실질 자산이 주가 순자산 배수(PBR) 계산에 누락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단순히 장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척도에서 기업을 분석해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가치 펀드들의 최근 투자자 서신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직설적인 자아비판도 마다하지 않는다. 가치 지향 헤지 펀드인 그린라이트 캐피털의 데이비드 아인혼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펀드의 성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저조했습니다. 시장은 우리에게 자꾸 틀렸다고, 거의 모른 게 틀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투자 전략을 다시 되돌아보라고 말합니다.

애즈니스가 투자 노트에서 지적한 것처럼, “우리가 손실을 보고 있는 이유는 다른 모든 이들이 어리석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소수 있다. 믿음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의심이 있기 마련이니까. 자기 투자 전략에서 손실이 계속된다면, 1962년 팀을 점검해본 후, “쓸만한 놈이 하나도 없네”라고 되뇌었던 뉴욕 메츠의 창단 감독이었던 케이시 스텡겔 같은 생각이 들 것이다.

펀드 운용 회사 GMO의 제임스 몬티어는 얼마가 걸리든 자기 전략을 고수하는 진정한 대다수의 가치 투자자들에게는 그런 고민이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가치 투자자들의 바람은 대부분의 투자 기간 동안 다른 모든 이들과 어긋난 입장을 취한데 따른 보상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견딜 수 (그리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사람들이 말로 몇 개월 동안 연패를 거듭하는 모습을 보고도 꿋꿋하게 메츠 팬을 자청할 수 있는 이들이다.

참고 자료: Economist, “The agony of the value inve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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