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투기는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주식 시장에 참여한 이들 대부분이 승리를 꿈꿀 때, 투자와 투기의 경계선은 모호해집니다. 큰돈을 쉽게 버는 일처럼 이성을 마비시키는 것도 없습니다. 그런 짜릿한 경험을 한번 겪고 나면 평소에는 분별 있던 사람도 무도회에 온 신데렐라처럼 굴기 시작합니다. 무도회에 너무 오래 머물면 결국 남는 건 호박과 생쥐뿐이라는 걸 신데렐라도 잘 알듯이, 미래의 현금 창출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주가배수를 형성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투기라는 것을 이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화려한 무도회의 한 순간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아슬아슬함을 즐기는 이 사람들은 자정 직전에 무도회를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무도회장의 시계에는 시계바늘이 없다는 것입니다. - 워런 버핏, 주주서한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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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서 투자자들이 경계해야 할 가장 위험한 생각은 무엇일까요?
약세장일까요? 높은 변동성일까요? 아니면 기술적 분석일까요? 아닙니다.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생각은 “이.번.에.는.다.르.다.” 이 일곱 글자입니다.
“이번에는 다르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열정이 지나쳐, 자신감을 넘어 오만해졌기 때문입니다. 투자에 대한 기존의 사고방식, 믿음, 개념 또는 아이디어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르다.”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하는 소리가 들리거든, 가능하면 멀리 떨어져서 다시는 뒤돌아보지 말길 바랍니다. 이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 강도를 당하는 것보다 더 큰 손실을 입을 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투자 열풍이 과거와는 얼마나 다른지, 어떤 기술이 얼마나 혁신적으로 발전하고 있는지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지금의 투자 환경과 과거에 겪었던 투자 환경 사이에는 적어도 약간은 비슷한 점이 항상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비슷할 지도 모릅니다.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투자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분들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암호화폐에도 “기본 바탕(fundamental)”이 적용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10-15년 후에도 실질적인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지; 장기적으로 보유할 만하게 설계되었는지; 개발자들이 경험 있고, 평판이 좋으며, 신뢰할 수 있는지;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쓸데없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건 아닌지(예를 들어, 말 앞에 마차를 묶어 두는 것) 등이 암호화폐의 기본 바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향후 몇 년 동안 안정적이고 강력한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암호화폐를 고르고 싶다면, 이러한 기본 바탕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라야 합니다.
물론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심리에 빠지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심리는 엄청난 부자가 되고 싶은 꿈과 이번에는 정말로 다르다는 믿음에 관련이 있기 때문에, 기존 일어난 비슷한 사건(예를 들어, 닷컴 버블)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니까요.
닷컴 버블 기간 동안의 투자자들도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심리를 가졌습니다. 기술의 혁신과 이를 통한 장기적인 영향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 버블이 커가면서, 많은 투자자들은 이름 뒤에 “.com”만 붙어 있으면 주가가 얼마든 투자할 의사가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정보 기술에 투자하는 “온-라인 피엘씨(On-line plc)”라는 영국 기업이 이름을 “온라인 블록체인 피엘씨(On-line Blockchain Plc)”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주가가 하루만에 394%나 상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일부 극단적인 사례가 아닙니다. “바이옵틱스(Bioptix)라는 생명공학 기업이 이름을 “라이엇 블록체인(Riot Blockchain)”으로 변경하기로 하자, 주가가 발표 전에 50% 이상, 공식 발표 후에는 17% 상승했습니다.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어떤 기업이 이름에 단어 하나를 추가했다고 해서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은, 시장이 블록체인/암호화폐와 관련해 얼마나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였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사례입니다. 닷컴 버블 동안 더 바보가 나타나 내 주식을 더 비싼 가격에 사줄 거라고 생각한 바보 이야기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마크 트웨인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지만, 그 흐름은 반복된다.”
투자만큼 이 말이 맞는 분야도 없습니다.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에서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금융 및 규제 시스템이 지속적인 대규모 자본 유입에 견딜 능력이 있다는 미국의 자만심이 2000년대 세계 금융 위기의 단초가 되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암호화폐 시장의 경우도 이 말이 해당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 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그리고 시장 위험
“세상에는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경우가 있고,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 도널드 럼스펠드
“시장 위험(systemic risk)”에 대해 이해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시장 위험이란 일개 기업이나 부문이 전체 시장에 엄청난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합니다. 이 점에서 암호화폐와 토큰 시장에서도 시장 위험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시장 위험이 있는 기업이나 부문을 다른 말로 하면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즉, 너무 엉망이지만, 너무 커서 오히려 무너질 수 없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 위험에는 여러 유형이 있으며, 관련 산업 또는 업계에 따라 모습이 달라집니다. 특정 시장의 시장 위험은 단순히 해당 시장에 국한될 수도 있고, 전반적인 경제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시장 위험으로 인해 전체 경제가 불안정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염려해야 할 시장 위험입니다.
시장 위험에 대해 특히 우려해야 할 점은 사람들이 의도적이건 의도적이지 않건 자주 시장 위험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의도적으로 시장 위험을 외면하는 이유는 무얼까요? 그런 투자자들은 시장 위험에 대비하고 영향을 받고 싶어 하지 않은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투자자들은 눈에 보이는 시장 위험도 애써 무시하려 하는데, 그 이유는 ‘시장 위험’이라는 개념을 염두에 두기에는 현재 너무 많은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고, ‘시장 위험’이 대체 무언인지 신경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보기에 ‘시장 위험’이란 경제학자란 작자들이 더 많은 돈을 벌지 못하게 하려고 만든 개념입니다. 이들에게 ‘시장 위험’이란 다른 이들이 걱정할 문제지, 자신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시장 위험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내부 정보가 있지 않고서는, 시장 위험이 실제로 자기에게 영향이 있을지,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 해도 어느 정도가 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장 위험에 대한 예측이 정확하면 할수록, 시장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어집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시장 위험이 있다고 말하기를 꺼리게 됩니다. 왜? 시장 위험을 외쳤는데 실제 실현되지 않았을 때 바보가 되는 꼴을 피하고 싶어서 입니다. 이것이 바로 가장 우려되고 확실해 보이는 시장 위험인데도 애써 무시되는 이유입니다.
누군가 시장에 분명한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모든 이들이 이 말을 듣고 혼란에 빠졌다고 생각해 봅시다. 어쩌면 이 주장이 틀려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제 이 사람의 평판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중요하지도 않은 일로 소란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이 실현되길 바란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종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이들이 시장 위험을 지적하고 나서게 됩니다. 주장이 틀린다 해도 명성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장이 맞아 떨어지게 되면, 명성을 얻을 것이며, 책을 내자는 제안을 받을 것이고, CNBC에 초대될 것이며, 그가 주장한 시장 위험이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면 영화로도 제작될 지도 모릅니다(빅 숏을 쓴 마이클 루이스처럼 말이죠).
시장 위험의 또 한 가지 측면이 ‘카산드라’의 예언입니다. 카산드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인으로, 아폴론에게 예언 능력을 받았지만 그의 사랑을 거절한 대가로 그녀의 진정한 예언은 누구도 믿지 않게 됩니다.
오늘날에도 카산드라는 존재합니다. 이들은 오늘도 금융 시장에서 시장 위험을 외치지만 사람들은 그 외침을 애써 무시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을 기껏해야 불쾌해하고, 심한 경우 해를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예언(즉, 시장 위험)은 현실이 되어 재앙으로 변하기 전까지는 믿음을 얻지 못합니다.
금융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진정한 카산드라와 세치 혀의 장사치의 말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어떤 사람의 행운의 전령인지 아니면 완전한 거짓말쟁이인지 판단하기 위한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합니다.
아래 질문들로도 완전하지는 않겠지만,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일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금융 시장에서 어떤 경우에도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돌팔이, 사기꾼 또는 협잡꾼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할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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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들이 해당 분야에 경험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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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주제에 대한 상호심사 논문/서적을 출판한 적이 있는가?
해당 분야 전문가로서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인정을 받고 있는가?
해당 분야의 최신 문헌 및 정보에 정통한가?
2. 그들의 주장에 동기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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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적인 동기가 있는가?
금전적인 동기가 있는가?
이해관계가 있는가? (예를 들어, 잘못되면 틀리면 영향이 있는가?)
3. 그들이 사용하는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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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데이터를 통해 주장을 뒷받침하는가, 아니면 대부분 추측에 의존하는가?
자기주장에 맞는 적절한 팩트를 사용하고 있는가?
믿을만한 출처를 인용하고 있는가?
4. 비슷한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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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이 좋은 다른 이들도 같은 말을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해당 분야에 전문가는 어는 정도나 되는가?
5. 그들의 주장이 틀리면, 명성에 얼마나 금이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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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른 이들의 반론에 얼마나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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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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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경우에도 시장 위험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자만과 오만을 갖지 말고, 암호화폐의 기본 바탕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소위 블록체인/암호화폐 전문가라는 이들이 어떤 주장이나 예측을 내놓거든, 위에서 언급한 질문을 떠올려 보고, 그들의 의견에 얼마나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파악해 보기 바랍니다.
투자에 행운이 깃들길 기원하면, 기본 바탕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출처: Hacker Noon, “Hubris and Systemic Risk in Cryptocurrenc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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