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 속에서 교통 체증만큼 짜증나는 일도 없습니다.
도로가 막히면 조급한 차들이 깜빡이도 켜지 않고 차선을 몇 개나 가로질러 튀어나오면 입에서 저절로 욕이 튀어나오곤 합니다. 또 사람들은 꽉 막힌 도로에서 차안에 갇혀 있을 때 조금은 제정신을 못 차리기도 합니다.
마치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하듯이, 순한 양 같은 사람도 교통 체증 속에서는 미친 사람으로 변하곤 합니다.
갇혀 있다는 느낌이 싫어서 자꾸 차선을 바꾸거나, 샛길을 통해 먼 길을 우회해 돌아가고 싶은 충동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합니다. 도로 위를 쌩쌩 달리라고 만들어진 차안에서 멍하게 앉아있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런 충동이 이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운전하면서 계속 차선을 바꾼다고 해서 목적지까지 더 빨리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사고 위험이 커지고, 딱지를 뗄 가능성만 높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되는 걸까요?
일각에서는 이런 충동적 행동을 “뭔가 해야 하는 편향”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적당한 상황이 아닌데도 뭔가 해야만 한다는 느낌이죠.
이런 편향은 종종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전문가라고 생각할 경우, 또는 불확실성이 생겼을 때,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없애는 데는 움직이는 게 최선이라고 느낄 경우에 드러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편향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인 경우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정말로 자주 일어납니다.
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죠. 미국 심장학회의 심장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는 2차례의 연례 심장학회 전, 중, 후로 나눠 이들이 담당한 심장병 환자들의 치료 상태를 살펴본 것입니다.
먼저 이 연구에서는 학회 기간에 의사가 참석차 자리를 비울 경우, 환자들의 병세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놀랍게도 이들 환자가 실제로 병세가 더 호전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학회 기간 의사가 자리를 비운 급성 심장 질환 환자의 사망률이 8~10%나 떨어졌다고 합니다. 한편, 심장 질환 환자들은 30일 동안 입원해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를 받게 되면 사망률이 2~3%까지 낮아진다고 합니다.
따라서 연구 결과를 보면, 의사가 자리를 비웠을 경우, 환자들의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나아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연구 결과의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지만, 더 적은 편이 더 낫다는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연구진은 담당 의사가 자리를 비웠을 때, 대신 치료를 담당한 임시 의사들이 더 보수적인 방법으로 환자를 돌봤다고 설명합니다.
이들 임시 의사들은 환자를 수술실로 보내거나 하는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며, 담당 전문의가 돌아올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면서 기다립니다. 즉, 일을 덜 했더니, 오히려 상황이 더 호전되었다는 말입니다.
투자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보통 투자자들은 뭔가를 더 많이 할수록 수익률이 더 나아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필요 이상으로 더 빈번하게 매매에 매달리곤 합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투자자들은 자신의 궁극적인 투자 목표가 신중한 의사 결정을 통한 장기적인 성공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매매가 빈번해지면 질수록, 이에 비례해 비용 또한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거래 비용이 소소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복리로 늘어나게 되면, 수익률의 상당 부분을 갉아먹어버릴 수 있습니다.
때문에서 투자자들은 자기 포트폴리오의 회전율, 즉 자신이 얼마나 자주 포트폴리오의 구성을 바꾸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회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시간이 흐르면서 포트폴리오 유지비용이 점점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일상생활과 마찬가지로, 투자에서도 적극적인 행동이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실제로 최선의 행동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일 경우가 많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pius.p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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