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얼음으로 덮여 있곤 했었다. 사실상 거의 전부가 덮이곤 했다. 그런 다음 녹았다, 다시 얼기를 반복했다. 지난 수 십 억년 동안 다섯 차례 그런 일이 일어났다.
과학자들은 빙하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어 그 이유를 밝혀냈다. 처음에는 황당한 얘기였다. 이어서 100년 전 세르비아의 과학자 밀루틴 밀란코비치(Milutin Milankovic)는 태양에 비례한 지구의 위치를 연구하고, 지금 우리가 정확히 알고 있는 이론을 도출해 냈다.
지구의 공전 궤도가 불안정해서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복사열의 양이 때에 따라 변화시키고, 어떤 경우에는 심각한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는 것이다.
몇 년 후, 러시아 기상학자 블라디미르 코펜(Wladimir Koppen)은 밀란코비치의 연구를 통해 좀 더 파고들어 대단히 흥미로운 미묘한 차이를 발견했다.
코펜의 발견 이전에 우세했던 주장은 지구의 기울기가 추운 겨울에 지나치게 될 때 빙하기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코펜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덥지 않은 여름이 범인이라는 것이었다.
여름이 이전 겨울에 내린 눈을 녹일 만큼 충분히 덥지 않을 때 빙하기가 시작된다. 녹지 않고 남은 얼음 층 위에 다음 겨울에 눈이 더 쉽게 쌓이고, 이는 그 다음 여름에도 겨울에 쌓인 눈이 녹지 않을 확률을 높이며, 그 다음 겨울에는 더 많은 눈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눈이 쌓이면 쌓일수록 더 많은 태양광을 반사하고, 이는 기온 하락을 더 심화시키며, 다시 더 많은 눈이 내리게 된다.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시원한 여름에 남은 얇은 눈 층에서부터 시작해, 그런 해가 수만 년 반복되면, 지구 전체가 두꺼운 얼음으로 뒤 덥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자연이 보여주는 복리 효과다. 그리고 이 복리 효과는 아주 하찮고 작은 기반 위에서 일어난다.
…….
워런 버핏의 자산 증식 과정을 이야기한 책은 무려 2천 권 이상 나와 있다. 그중 상당수가 훌륭한 책이다.
하지만 가장 간단한 사실에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바로 버핏의 자산이 단순히 그가 좋은 투자자였기 때문에 얻어진 것이 아니라, 그가 글자 그대로 어릴 적부터 좋은 투자자였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워런 버핏의 순 자산 810억 달러 중 807억 달러는 50세 생일 이후에 벌어들인 것이었다. 또한 810억 달러 중 780억 달러는 60대 중반 사회 보장 자격을 얻은 후에 벌어들인 것이었다.
이것만 해도 충분히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 숫자들을 정말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세기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서른 살은 중요한 나이다. 야심찬 노동자가 신참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저축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10대와 20대 시절에는 순 자산이 크게 늘지 않지만, 30세 즈음에 늘기 시작한다. 20대에 여분의 순 자산 10만 달러가 있는 사람이라면 상위 5%에 든다. 30세에 상위 5%에 들려면 여분의 39만 달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버핏은 사춘기에 접어들기 몇 년 전 벌써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30세가 되었을 때 그의 순 자산은 1백만 달러에 이르렀고,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930만 달러에 이르는 규모였다. 상위 0.01%였다는 말이다.
이제 사고 실험 하나를 해보자.
만일 버핏이 10세 때가 아니라 22세 시절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 20대를 투자에 대해 배우면서 보냈다면 30세가 되었을 때 순 자산 규모는 상위 10%에 들었을 것이다. 이것도 인상적인 것이다. 현재의 순 자산 순위를 이용해 이를 1960년대 물가 상승률로 조정해 보면, 30세에 그의 순 자산은 24,000달러가 된다.
이제 재미있는 계산을 해 볼 수 있다.
버핏이 30세에 손에 쥐고 있던 순 자산이 1백만 달러가 아니라 24,000달러였고, 이후 동일한 수익률을 올렸다면, 현재 지닌 순 자산 규모는 얼마일까?
19억 달러다.
실제 그의 순 자산 규모 810억 달러에 비해 97.6%나 낮다.
여기서 핵심은 버핏의 성공 중 97.6%가 10대와 20대에 만들어 놓은 기반 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다. 2차 세계 대전 시절에 쌓은 기반 말이다.
19억 달러도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블룸버그가 집계한 세계 500대 부자 명단에 들기 위해서는 이보다 두 배의 돈이 필요하다. 즉, 버핏이 수염도 나기 전에 만든 자본이 없었다면, 우리는 그의 이름을 들어볼 기회조차 없었을지 모른다는 말이다.
이렇게 사업과 투자의 많은 것들이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
기업, 브랜드, 순 자산 등을 살펴볼 때 우리는 아웃라이어에만 주목하기 쉽고, 성공의 기반이 된 가장 최근의 원인만을 연구하기 쉽다. 빙하기 시대를 떠올릴 때 잔인한 겨울을 생각하는 것이나, 또한 버핏의 투자를 연구할 때 지난 10년을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그런 규모로 성장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처음의 작은 기반부터 연구해야 한다. 매력적이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기반 말이다.
아마존은 왜 책 장사로 시작했을까? 제프 베조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책 시장에는 아주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책 시장에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많고 다양한 품목이 있었으니까요. 온라인 상점을 통해 고객들에게 확실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할 수 있는 확실한 일 중 하나는 고객들의 선택을 훨씬 더 쉽게 해주는 것입니다.”
1990년대 전자 상거래 시장은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느렸고, 사람들의 신뢰도 낮았다. “매장에 가는 것보다 더 편리합니다.”라는 광고에 혹했다면, 호구가 되던 시절이었다. 절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존처럼 “우리는 귀하의 지역 매장보다 더 많은 품목을 갖추고 있습니다.”라고 광고를 본다면, 실제 가치 제안을 받은 것이다. 이 가치 제안은 2000년대 초반 닷컴 붕괴 기간에도 고객들을 붙잡아 두는 수단이 되었다. 이 기반에 관심을 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아마존이 지금처럼 성공한 이유를 대부분 설명해 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브랜드도 이와 같다. 브랜드의 효과는 일관성에 힘입어 커진다. 소비자들은 양질의 제품을 중시하긴 하지만, 구매 전에 미리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알아보는 걸 더 중요시한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예측 가능한 경험이 필요하다. 애플은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만 아니라, 1980년대부터 꾸준히 좋은 제품을 생산해 왔기 때문에 강력한 브랜드를 지니게 된 것이다. 뿌리 깊고, 기반이 강한 브랜드 말이다.
2015년 의사들은 2억 5천8배만 회의 항생제를 처방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1940년대 초반 육군 군의관들은 혼란에 빠졌다. 전쟁 중에 수백만의 병사들이 총알보다 전염병으로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10년 전에 발견되어 페트리 접시의 박테리아를 전부 죽였던 이상한 곰팡이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최초로 대량 생산된 페니실린을 접종할 준비가 된 것이다. 레이더, 조립 라인, 제트기, 로켓 같은 많은 현대 발명품들은 “우리는 이 일을 지금 당장 정확하게 해내야 한다.”라는 모토로 움직였던 1940년대 군대 엔지니어들 덕분으로 탄생한 것들이었다. 이것들이 기술의 기반이 되어 20세기 동안 믿을 수 없는 복리 효과를 발휘했다.
행동도 마찬가지다. 19세기 후반 미국의 흡연율이 급증하기 시작했으며, 1940년대 초반에도 반복되었는데 그 이유는 무얼까? 바로 세계 대전 중이었으며, 군대는 오래전부터 군인들에게 담배를 지급하는 것이 잠시나마 기쁨을 누리게 하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담배는 군대 보급품에 포함되었다. 부모의 흡연 성향은 자녀의 흡연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군인들의 흡연이 그들이 귀국 한 후 여러 세대에 걸쳐 복리 효과를 나타냈으며, 1차 세계 대전 시작부터 1960년대부터 흡연율은 5배 증가했다.
하지만 복리 효과는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쉽게 간과되고 과소평가된다. “8 + 8 + 8 + 8 + 8 + 8 + 8 + 8 + 8”을 암산해 보라고 하면 몇 초 안에 답(72)을 알 수 있는 반면 “8 x 8 x 8 x 8 x 8 x 8 x 8 x 8 x 8” 암산해 보라고 하면, 머리가 폭발할지도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134,217,728).
무언가 작은 것을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지 간과하기 쉽다. 그렇게 간과하기 쉽기 때문에, 우리는 커다란 것이 그렇게 크게 된 원인의 핵심 요소를 놓치게 된다. 버핏의 성공 대부분이 십 대 때 했던 일이 원인이었다고 말한다면, 미쳤다는 답이 돌아올지 모른다. 직관에 반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친 것 같고, 직관에 반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에, 우리는 올바른 교훈을 간과하는 것이다. 때문에 버핏에 관한 2천여 권의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귀중한 교훈은 버핏의 성공이 “초등학교 3학년 때 투자를 시작한 것”이라는 것이다.
물리학자 앨버트 바틀렛은 이렇게 말했다: “인류의 가장 큰 단점은 지수 함수를 이해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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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이 이점이 될 수 있다. 과거 결정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 항상 변화하는 세상에서 핵심 요소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라해 보이는 것이 있다면 그냥 무심한 척 놔둬야 할 때가 있다. 복리 효과가 발휘되어 엄청나게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찰리 멍거는 이렇게 설명한다. “복리의 첫 번째 원칙은 절대 불필요하게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할 수 있는 한 어릴 때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그렇게 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작고 일관된 행동이 쌓이면 커다란 평판이 된다. 거대한 모든 것들이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출처: Collaborative Fund, “The Freakishly Strong B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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