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푹푹 찌는 8월이었다. 2주간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짐 차노스(Jim Chanos)는 바빴다. 오후 1시 30 분. 차노스는 웨스트 55번가에 있는 사무실 건물 정문을 들어섰다. 그를 기다리던 기자와 함께 8층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곳에서 기자는 최신 뉴스를 전해 들었다.
“머스크가 다시 일을 저질렀어. 소아성애자란 말을 또 입에 올렸어.” 차노스의 목소리에는 재미있어하는 기색이 묻어 있었다. 몇 분 전 테슬라 모터스의 CEO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에 영국 출신 다이버를 “소아성애자(pedo guy)”라고 지칭하면서 분란을 일으켰다.
머스크는 이미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를 비공개로 돌리겠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미국 증권 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이어 8월 28일 오후 12시 30분 트위터에 “그가 나를 고소하지 않은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테슬라의 주가는 곧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고, 몇 시간 후 다이버의 변호사는 머스크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키니코스 어소시에이츠 사무실에서 짐 차노스, 9월 11일>
최근 몇 달 동안 이 전기 자동차 제조업체와 그 이상한 보스의 구설수가 연일 반복됐다. 차노스는 그 모두를 지켜보고 있었다. 헤지 펀드 키니코스 어소시에이츠(Kynikos Associates)의 창업자 짐 차노스는 2015년 가을 일찌감치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 중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무수한 나쁜 뉴스와 점점 더 기이해져 가고 불법이 될 수도 있는 머스크의 행동이 잇달았음에도, 테슬라의 주가는 상승을 거듭했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카노의 손실은 쌓여만 갔다. 테슬라의 주가가 고점 대비 크게 하락한 상황이긴 해도, 붕괴라고 보기에는 아직 멀었다.
차노스는 8월 9일 뉴욕을 떠나 그리스 미코노스의 섬으로 향하던 중에도 테슬라 공매도 문제를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머스크가 “funding secured(자금은 이미 확보된 상태)”라는 문구로, 테슬라를 비공개로 돌리는 것도 고려 중이라는 트윗을 올린 지 이틀 후였다. 그리고 시장은 과연 그렇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해했다.
차노스는 회의적이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내가 아는 일런 머스크라면, 그렇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사우디의 소극적 투자 발표(사우디의 국부 펀드가 테슬라의 지분 5%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후 장중에 벌어진 일입니다. 너무 무책임한 일이고, 무엇보다 철저한 조사도 없었습니다. 충분히 조사가 이뤄졌다면, 그가 그렇게 하게 놔둘 사람은 없었을 테니까요.”라고 말했다.
키니코스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척 홉스와 데이비드 글레이몬이 뉴욕에서 테슬라의 주가를 살펴보고 있었지만, 미노코스에 있던 차노스도 뉴스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뉴스가 너무 빨리 바뀌고 있었다. 테슬라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자, 그는 더 많은 주식을 공매도했다.
마지막으로, 8월 24일 금요일 오후 11시 머스크는 테슬라 블로그를 통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테슬라를 비공개로 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일론 머스크>
작년 한해 대부분 기간, 시장에서 테슬라의 주식은 엄청나게 공매도되고 있었다. 거의 100억 달러나 되는 돈이 테슬라의 주가 하락에 걸렸다. 이런 베팅에 나선 사람은 차노스만이 아니었다. 현재 차노스의 운용 자산은 20억 달러 미만이며, 위험 관리 목적으로 개별 공매도 포지션의 상한을 5%로 두고 있다. 현재 차노스는 총 65개 종목에 공매도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의 경우 최대 약 1억 달러 상당의 공매도가 가능하다.
테슬라와의 공매도 전투에서 이기든 지든, 키니코스의 대차대조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간에 다른 테슬라 공매도 세력들의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알려진 차노스에게는 돈 이상의 성패가 달려있다.
………
운용 자산 규모에 상관없이 키니코스는 유일한 공매도 주력 헤지 펀드이며, 1985년 이후 꾸준히 공매도 투자를 영위해 온 유일한 곳이다.
키니코스의 데뷔 이후, 미국 주식 시장이 거의 1,500% 상승했다는 점을 놓고 볼 때, 결코 사소한 업적이 아니다. 차노스는 1987년 시장 붕괴, 2000년 닷컴 거품 붕괴 및 2008 년 금융 위기 등 적어도 3차례의 하락장을 거쳐왔고, 참을성을 가지고 다음 번 시장 붕괴를 기다리고 있다.
“시장이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해서, 하락장이 안 온다는 말은 아니다.”
물론 차노스는 이미 전설이다. 그는 최고 경영진들을 감옥으로 몰고 갔던 엔론 사태를 예측한 인물로 월스트리트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런 가혹한 처벌은 그 이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는 2001년이었다. 17년 전 일어났던 사건이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키니코스의 전반적인 공매도는 적자투성이였고, 투자자들은 쪽박을 찼다. 2008년 말 이후 키니코스의 운용 자산은 거의 75%나 줄었다. 올 한 해만 해도, 7월까지 운용 자산이 9% 내지 19%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숏 스퀴즈 장세가 이어져 왔다.
테슬라를 보라. 차노스에게 테슬라는 지난 닷컴 열풍이 사라졌던 “도취된 시장”의 전형이었다. 수익도 내지 못하고 빚더미에 올라 있는 테슬라지만, 시가총액은 라이벌 자동차 제조업체 제너럴 모터스에 버금가고 있다.
올해 중저가 모델 3 세단의 생산 목표치 달성을 위해 서두르면서, 많은 결함이 발견되었고, 내부 고발자가 속출했으며, 경영진들도 하나 둘 회사를 떠났다. 주주들에게 약속한 전망을 달성하라는 엄청난 압력 앞에서도 이상하게 헛발질을 하는 CEO는 말할 것도 없다.
<테슬라 주가>
현재 299달러가량인 주가는 차노스의 평균 공매도 주가 250달러보다 높다. 이는 야심찬 미래 계획이 평가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놓치고 있는 점은 테슬라가 이런 야망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자본 투자를 중단되었다는 것이다. 더 이상 그렇게 할 여력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 중요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차노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가면에 가려진 왜곡된 세계”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은 곧 투자자들도 기꺼이 불신을 저만치 밀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지도자들에게 기준을 요구하지 않는 상황에서, 유독 투자 사업에게만 기준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다.
차노스는 자신의 자유주의적 견해를 월스트리트에서는 무정부주의자로 생각하는 모양이라면서, 결코 견해를 바꿀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공매도에 대해 증권 거래 위원회에 편지를 보내거나, 구구절절이 늘어놓지 않는다. 그는 정치 환경이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지만, 증권 거래 위원회가 악당들을 몰아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들은 수사관이 아니라 고고학자들 같다.”라고 비웃는다.
차노스가 염세적이고, 다소 신중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속담에도 있듯이, 마음이 무른 이상주의 보다 완전한 냉소주의가 더 낫다. 그랜츠 인터레스트 레이트 옵저버(Grant’s Interest Rate Observer)의 편집자 제임스 그랜트는 이렇게 말한다.
차노스는 월스트리트가 정리되길 바란다. 기업 보고서의 질이 개선되길 바란다. 월스트리트에서 악당들이 사라지고, 기업 경영진이 정리되길 바란다.
올여름 초반 있었던 일로 설명할 수 있다.
6월 21일, 거의 6개월간 소식이 없었던 트위터 @WallStcynic에 갑자기 새 트윗이 올라왔다.
6개월 동안 떠나 있었지만, 그 간 있었던 일은 모두 알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디오게네스’라는 사용자가 트위터를 떠난다면서, 한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친해하는 ‘FinTwit’에게, 12월 31일 무거운 마음으로 트위터를 떠나 고대 그리스로 돌아갑니다. 2018년부터 증권 거래 위원회는 투자 자문사들에게 소셜 미디어 상의 모든 익명 계정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헤지 펀드 업계의 변호사들에 따르면, 증권 거래 위원회는 소셜 미디어를 일종의 영업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헤지 펀드 거물들이 자기 책에 대해 말하고 싶다면, 반드시 먼저 공개해야 한다.
금융 트위터의 세계에서, (견유학파로 알려진 그리스의 철학 유파를 이끌었던 인물) ‘디오게네스’ 뒤에는 차노스가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차노스는 그리스계 미국인 3세대로, 키니코스라는 이들도 그리스어 “chinic”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월스트리트의 정직함을 찾고 있다.”라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차노스가 트위터를 다시 시작한 지 3일 만에, 올 초 250달러 아래까지 하락했던 테슬라 주가가 370달러까지 치솟아, 2017년 여름 고점인 389달러에 근접했다. 차노스는 트위터 계정에 대한 설명을 거부했다. 하지만 키니코스 측에서는 내년 3월 제출 예정인 연례 ADV를 통해 해당 계정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디오게네스는 6월 이후로 거의 매일 테슬라와 머스크에 대한 트윗을 올려왔고, 그보다 더 자주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위터를 찍었으며 때로는 훨씬 더 자주 트위터에 올랐습니다. 차노스가 디오게네스라는 닉네임으로 올린 트윗은 테슬라 망하길 바라는 다른 많은 이들보다 더 많았고, 그의 유머 감각을 과시하기도 했다.
다시 말하지만, 모델 3를 햇볕에도 우중에도 주차해 두지 마십시오, 창문이나 와이퍼를 조작하지도 말고, 주차해 두고 떠나지도 마십시오.
디오게네스가 8월 29일 올린 트윗이다. 테슬라의 최신 모델 3에 대해 보도되고 있는 갖가지 문제점을 비꼰 것이다.
기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밝혀왔던 차노스는 트위터가 머스크뿐 아니라, 자기 같은 약세론자들에게도 테슬라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임을 알고 있다.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사기가 진행되는 최초의 사례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차오스는 테슬라가 금융 시장의 현재 모습을 잘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는 예일 경영 대학원에서 금융 시장 사기의 역사에 대해 가르치기도 했다.
오늘날 테슬라처럼 미친 회사들이 나쁜 사업을 펼치고 있을 뿐 아니라, 정말로 미친 주가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일입니다. 파산할지도 모르는 회사로서는 가히 엄청난 주가입니다.
(2부에서 계속)……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공매도의 귀재와 아이언맨의 싸움 - 짐 차노스와 폰지 경제 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