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성서 - 코덱스 기가스

“코덱스 기가스(Codex Gigas)”는 현존하는 중세 채색 필사본 중 가장 두껍고 방대한 책입니다. 이 작품의 기원과 내용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어두운 전설이 따라다닙니다. 악마와 거래한 수사가 하룻밤 새 만든 책이라는 전설도 있습니다. 또한 “악마의 기도(The Devil’s Prayer)”가 담겨 있었으나, 현재는 소실되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런 전설 때문에 “악마의 성서(The Devil ‘s Bible)”라고 불리게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체로도 엄청나게 방대한 라틴어 책으로, 세로 약 90cm, 두께 약 30cm, 폭 약 60cm에, 무게는 약 75kg이나 나갑니다.



마치 인간보다 훨씬 더 큰 존재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책을 옮기려면 두 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보다도 8세기 동안 끊임없이 이어져 온 수많은 전쟁, 약탈과 습격, 그리고 호기심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이 더 흥미로운 점입니다.

현재 이 코덱스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보관되어 있지만, 16세기 후반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루돌프 2세 시절에는 예술과 과학 분야의 특이하고 훌륭한 작품들을 엄선해 모아놓은 컬렉션의 일부였습니다.

루돌프 2세(1552-1612)는 정교하고 이국적인 것들을 좋아했습니다. 당시 왕실에는 점성술사, 연금술사, 심령술사 그리고 온갖 부류의 예언자들이 자주 찾아왔을 뿐만 아니라, 코덱스 기가스와 그 유명한 보이니치 문서(Voynich manuscript) 원래 주인이 루돌프 3세라는 말도 있습니다.

(님프가 그려져 있는 보이니치 문서의 한 쪽)



보이니치 문서 또한 중세 채색 필사본입니다. 하지만 코덱스 기가스 보다 훨씬 더 난해한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1400년대 초반 나타난 보이니치 문서는 일부 지금까지 해독할 수 없는 언어(아니면 코드)를 담고 있습니다. 필적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소한 두 명의 다른 작가가 작업했으며, 삽화 또한 다른 이의 손으로 그려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 때문에, 이 두 작품의 수수께끼와 신비는 아직까지 조금도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전설의 코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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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덱스 기가스는 위에서 말한 것보다 더 많은 전설을 지니고 있습니다. 수도원에서 왕따를 당하던 수사가 동료 수사들과 거래를 했다고 합니다. 자기에게 1년만 주면, 그때까지 모든 지식을 끌어모아 수도원을 영광스럽게 만들 책을 한 권 만들겠노라는. 동료 수사들은 동의했습니다.

곧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1년이 다가와도 책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수사라면 당연히 주님께 힘을 달라고 기도해야 했지만, 그는 악마에게 힘을 청합니다. 책을 완성하게 해주는 대가로 자기 영혼을 넘기겠다고 약속합니다. 괴테의 소설에 나오는 파우스트 같은 계약을 하고, 자기 운명을 악마에게 맡긴 것처럼 말입니다.

전설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어둠의 도움을 받은 수사는 악마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특별한 그림을 그려 넣습니다. 전설의 대미는 이 ‘악마의 성서’에 10-12쪽이 빠져 있는데, 여기에 수사가 악마를 불러내기 위해 읊었던 기도문이 담겨있었다는 것입니다.

(코덱스 기가스에 그려져 있는 악마의 형상)



그렇다면 이러한 전설 중 어디까지가 사실일까요? 역사와 과학은 말해 줄 수 있을까요?

역사적 맥락과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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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는 비교적 세계적이며, 개방적이었고, 다른 민족, 다른 지역, 다른 언어, 다른 예술 기법, 다른 건축, 다른 거룩한 유물 등을 배우려는데 큰 관심이 있던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각종 지식의 개요를 백과 사전식으로 다루려는 수많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코덱스 기가스는 중세 후기 바로 이런 시도의 선두 주자였습니다.

이 코덱스는 1200년대 초반 처음 만들어졌고, 지은이는 헤르만 인끌루소(Hermann Inclusus 또는 Herman the Recluse)라는 수사라고 합니다. 소설 “아몬틸라도의 술통(The Cask of Amontillado; 1846)”에 나오는 것처럼 중세의 형벌 중 하나에서 유래한 “인끌루소”의 뜻(밀폐된 작은 공간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 그리고 “은둔자(the Recluse)”라는 수식어를 보면, 코덱스를 쓰던 당시의 상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불가타 성서’(신구약 성서의 라틴어 번역판), 플라비우스 요세푸스가 쓴 ‘유대 고대사’와 ‘유대 전쟁사’, 이시도르가 쓴 ‘어원’, ‘고스마 연대기’, 몇 편의 중세 논문, 두 개의 히브리어 자모, 한 개의 슬라브어 및 글라고루어 자모, 마법 주문 일부 그리고 엑소시즘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코덱스 연구는 이 ‘악마의 성서’에 관한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필적 전문가들은 이 코덱스가 실제 한 손으로만 쓰였음을 발견했습니다. 수많은 삽화를 제외하고도, 이 정도의 원고를 쓰려면 최소 5년이 걸렸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삽화를 포함하면, 기간은 10년 내지 15년으로 늘어납니다. 수사로서의 의무를 다하면서 글을 썼다고 하면, 추정 기간은 30년까지 늘어납니다.

필적 전문가들은 헤르만이 코덱스를 쓰는 동안 내내 필력을 잃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타나 고쳐 쓴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조금도 과장이 아니라고 합니다.

아래 동영상에 코덱스 기가스에 대한 훨씬 더 풍부한 역사가 담겨 있으니, 흥미가 있는 분들은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0_GTPis2kM8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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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덱스 기가스는 13세기의 가장 매력적인 작품 중 하나입니다. 아직도 신비한 수수께끼를 담고 있으면서, 풀릴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화와 전설은 종종 진정한 수수께끼에서 태어납니다. 코덱스 기가스가 중세의 마법서는 아닐지 몰라도, 어떤 점에서는 비슷한 면도 있습니다. 사탄의 자매들을 언급한 것이라던가, 특정한 악마의 이름이 나오는 것, 그리고 마법의 주문 같은 것이 작품에 담겨 있는 더 심오한 수수께끼를 푸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부가 소실되어 내용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는 점 또한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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