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위기를 좋아한다는 옛말이 있다. 그리고 지금의 위기에도 이 말이 맞은 것 같다. 올해 금 가격은 13% 상승해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코로나19 확산 위기로 투자자들이 돈을 넣어둘 안전 피난처를 찾고 있기 때문에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많은 이들이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과 국가 모두 소득이 감소함에 따라, 인도와 중국의 전통적인 금 소비자들이 금을 덜 사고 있으며, 중앙은행들도 매입을 줄이고 있다. 그런 수요 없이는, 지금의 금 가격도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현재 금 가격은 온스당 1700달러 정도다.
투자자들이 경제 혼란 및 자산과 통화의 잠재적 평가 절하에 대비한 보험 수단을 강구하면서, 일각에서는 2011년 2,000달러 문턱까지 갔던 금값의 상승 랠리가 다시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심지어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는 내년 말 3,000달러를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역사가 어떤 지침이 된다면, 금 가격을 실제로 더 높이 끌어올리려면 지속된 수요 증가가 필요하며,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측하는 코로나19로 인한 상당한 경기 침체를 고려할 때, 앞으로 한동안은 개인 소비자들의 금 구입이 줄어들 것이다.
모건 스탠리의 수석 전략가 앤드루 시츠는 “인플레이션이 금 가격을 상승시킨다거나, 경기 침체가 금 가격을 상승시킨다는 많은 일반 통념이 돌아다니고 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금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면서, “2003~2012년을 보면, 금 가격은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에서 상승했다. 호황이든, 불황이든, 위기든, 위기가 아니든 상승했다. 그리고 이후 몇 년 동안 매년 하락했다.”라고 덧붙인다.
금 가격 추세
지난 반세기 동안, 금은 두 차례의 화려한 강세장을 경험했다.
첫 번째는 1970년경 정부가 금 가격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고 금의 개인 소유 금지를 완화하면서 촉발되었다.
금 가격을 조사해온 아일랜드 코크 대학의 페르갈 오코너 교수는 그런 조치로 억눌린 수요가 급증했다고 한다. 정치, 경제적 격변과 투기적 투자 물결로 인해, 1980년 금 가격은 온스당 35달러에서 약 800달러로 급등했다.
상승 랠리는 최고조를 찍은 다음, 중앙은행들이 수천 톤의 금을 팔면서 20년 동안의 하락세가 이어졌다. 1999년이 되자 금 가격은 온스는 250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시장의 구조가 바뀌면서 대세는 다시 역전되었다. 유럽 중앙은행들이 판매량 조정에 합의하면서, 가격이 안정되었다. 중국은 개인이 더 많은 금을 소유할 수 있게 허용했고, 매수세는 급증했다. 투자자를 대신해 금을 보유하는 상장 지수 펀드(ETF)도 사람들이 금괴를 비축할 있는 더 쉬운 방법을 제공했다.
세계 금 협회에 따르면, 2003년에서 2011년까지 연간 금 수요는 약 2,600톤에서 4,700톤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가격 상승으로 수요가 줄어들자, 상승 랠리는 끝났다. 이후 금 가격은 지난해까지 부진했다. 이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자, 국채 금리도 하락했고 금의 매력이 빛나기 시작했다.
금의 매력
2008년 금융위기는 마지막 금 가격 상승 랠리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가운데에 도달했다. 금융위기는 상승 랠리를 끝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채질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초기에는, 투자자들이 가능한 모든 것을 팔아 현금화하려고 했기 때문에 전반적인 자산 모두가 크게 폭락했고, 금 가격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시장을 공황 상태로 만들면서 같은 일이 벌어졌다.
2008년과 2020년 공히, 중앙은행의 대규모 통화 부양책으로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으로 다른 자산과 통화의 가치가 하락할 위험이 높아지자, 투자자들은 금으로 다시 이동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들은 “금융 압박이 이례적인 규모로 다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 금리가 아주 오랜 기간 제로(0) 또는 그 이하로 머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중앙은행들의 자산 매입은 돈을 찍어내 달러 가치를 희석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다시 금의 매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연준이라고 해도 금을 찍어낼 수는 없다.”라고 말한다.
중국발 매수?
2008년 이후로,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매도에서 매수로 돌아선 중앙은행들, 그리고 2003년 200톤을 조금 넘던 소비량이 2011년 1,450톤으로 급증한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도 수요가 증가했다.
현재, 러시아 등의 중앙은행들은 자국 경제 강화를 위해 노력하면서 금 매수를 줄이고 있다.
중국과 인도 금시장의 성장은 거의 10년 전에 정체되었고,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로 붕괴되고 있다.
이번 위기로 인해 수백만이 일자리가 잃었고, 달러가 강세를 띄면서, 위안과 루피를 비롯한 여러 통화 기준으로 금 가격이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의미가 된다.
인도 금궤 및 보석 협회의 수렌드라 메타는 “가처분 소득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사람들이 금을 덜 사거나 아예 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한다.
오히려 팔지도 모른다. 이번 달 태국에서는 사람들이 금을 팔아 지금 절실히 필요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으며, HSBC의 분석가들은 올해 이런 금의 공급량이 거의 기록적인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JC( All India Gem and Jewellery Domestic Council)의 회장 N. 아난타 파드마나반은 지난해의 약 700톤이었던 인도의 금 소비량이 2020년에는 350톤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컨설팅 회사 리피니티브 GFMS의 샘슨 리는 “2019년 약 950톤이던 중국의 수요도 올해 640톤까지 줄어들 수 있다.”라고 말한다.
금융 시장의 수요
금 가격이 계속 상승하려면, 이런 수요 손실이 다른 곳을 통해 상쇄돼야 한다.
지금까지, 투자자들이 금 관련 ETF 매수를 늘리면서 올해에만 이들의 금 보유량이 400톤 이상 증가해 총 3,300톤 이상이 되었고, 금액으로 하면 1,800억 달러에 달하는 기록적인 규모를 이루고 있다.
금 ETF를 운용하는 스프로트의 CEO 피터 그로스코프는 “위험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서 금의 수요가 다른 모든 것을 능가할 것이다.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많다.”라고 말한다.
여전히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금 가격이 급등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금 가격 목표치를 온스당 3,000달러로 상향 조정한 뱅크 오브 아메리카조차 2021년에는 평균 2,063달러를 유지하다가 이후 몇 년 동안 2,000달러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자료 출처: Reuters, “Can gold love a coronavirus cri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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