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시대가 지속될 이유
-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의 감산조치
-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
- 유럽의 경기 둔화
- 수요 증가세 둔화
겨울이 북반구를 지배하면서, 겨울잠 들어간 건 곰이 아니라, 유가 강세론자들이다. 원유 수요 증가세에 대한 우려가 OPEC의 감산과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로 인해 단단히 조여진 공급에 더해지면서, 새해를 맞으면서 시작된 유가 반등이 지지부진해진 모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12월에 약속한 감산을 이행하기 시작했고, 1월에는 약속한 수준을 넘어섰다. 미국의 생산량 증가세도 일단 정체되고 있고(지금까지는), OPEC 내 2위 산유국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베네수엘라가 이란과 같은 대열에 합류했음)가 원유 공급을 더 줄어들게 만들 것이다.
화물추적 및 정보 제공업체 케플러의 데이터에 따르면, 1월 미국으로 수출된 OPEC 산 원유의 규모는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블룸버그의 유조선 추적 결과에서도, 지난달 페르시아 만에서 미국으로 들여온 원유 규모는 12월 대비 36%, 8월 대비 60% 가까이 줄었다.
이러한 흐름은 중요한 이유는 미국이 OPEC의 가장 큰 고객이기 때문이 아니라(이제는 그렇지 않다), 미국 시장이 여전히 가장 투명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 소비, 정제, 비축물량 및 거래 흐름에 관한 공식 주간 데이터는 모든 트레이더들과 정책 입안자들이 예의 주시하는 지표이며, 이들의 생각을 좌지우지한다.
이것이 바로 2017년 중반 그리고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을 기준으로 감산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이유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선적 물량은 11월부터 1월 사이 10% 줄어든 반면, 미국으로는 46%나 줄어들어, 2017년 초 OPEC와 기타 산유국들이 마지막으로 일제히 감산에 돌입했던 경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행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선적 물량이 2017년 감사 조치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원유 생산 증가세도 2019년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일간 약 180만 배럴 씩 증가해, 지난해 초에 예상했던 증가세의 3배에 육박했었다. 올해의 경우, 일간 52만 배럴 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생산량 증가세 둔화는 유가 강세 전망으로 읽힐지 모르지만, 어쨌든 이번에 에너지부의 예측이 바로 그 정도라는 말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 증가세는 2018년보다 크게 둔화될 전망이지만, 지난해 전망에서 여름의 급등세를 놓쳤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베네수엘라가 가세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수출은 물론, 초중질유인 이 나라 원유를 송유관으로 흐르게 해주는데 필요한 희석제 판매에 대한 제재가 즉각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원유 생산을 지속하기 위해, 일부 자체 경질유를 가져다가 중질유와 혼합하고 있다.
게다가 베네수엘라의 원유 부문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번 제재로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 감소는 더 빨라질 것이고, 가능성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 급속한 권력 이양이 있더라도 생산이 회복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의 노후화가 심해지고 있고, 국영 원유회사는 기술 직원을 많이 빠져나갔으며, 임시 정부가 약속된 변화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험난한 길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 감소가 가속화될 것이고, 회복세는 유가 강세론자들이 바라는 것보다 느려질 것이다.)
유가 강세론자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원유 공급은 분명 단단히 조여지고 있는 동시에, 수요 역시 다시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감 시한인 3월 1일 전까지 시진핑 주석을 만나지 않겠다고 말한 후 미-중 무역 협상 회담의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바라던 희망이 한 풀 꺾였다.
(2019년 원유 수요 증가세 전망은 크게 달리 지지 않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유로권 주요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브렉시트와 중국의 경기 둔화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유럽의 상황이 비교적 견실하게 유지되어 온 원유 수요 예측을 압박하기 시작할 것이다.
지난달 국제 에너지 기구는 원유 수요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는 주된 이유로 ‘평균 유가가 1년 전 수준보다 낮기 때문임’을 꼽았다. 다음 주 수요일 발표될 예측에 주목해,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유가가 한 달째 횡보세를 보이는 모습은 분명 수요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야 하지만, 경기 둔화가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만일 유가 강세론자들이 1월 겨울잠에서 깨어나, 유가 상승을 부채질한다면, 이런 수요마저 막아버릴지 모른다.
자료 출처: Bloomberg, “Trump’s Dream of Cheap Oil Might Still Come 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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