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권 전성시대



오늘날 세계는 암호화폐와 디지털 결제로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어느 때보다 현금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죠. 주된 원인은 100달러 지폐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지폐 중 100달러가 1달러를 뛰어넘어 가장 인기 있는 지폐로 올라선 것은 2017년이 처음이었습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에게는 분기점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20달러와 1달러 지폐보다 덜 통용되었는데 말입니다.

미 연준의 집계 따르면, 미국 GDP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약 6%에서 2018년에는 9%까지 증가했으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아래 차트 참조). 이게 다 100달러 지폐의 사용 증가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근래 들어 100달러 지폐가 더 많이 사용되는 걸까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100달러 지폐를 더 많이 사용해서가 아닙니다. 아직 대부분의 현금 거래는 보다 소액 지폐를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리치먼드 연준의 최근 보고서(아래 링크 참조)에 따르면, 100달러 지폐가 일종의 저축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플레이션이 낮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아직도 지난 금융 위기가 비교적 생생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자산 중 일부를 고액권을 바꿔 보관하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https://www.richmondfed.org/publications/research/econ_focus/2018/q2/feature2





그리고 미국에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위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자국 통화 가치 하락에 대비해 그 대안으로 미국 100백 달러 지폐를 침대 밑에서 쌓아두고 있다고 합니다.

언론에서는 현금이 사라지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100달러 지폐 때문입니다.

이런 추세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5만원 지폐 잔액이 90조원을 돌파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7월 말 5만원 지폐의 발행 잔액이 90조 122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502억원 증가했다고 합니다.



5만원 지폐의 인기는 다른 지폐와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집니다. 1만원, 5천원, 1천원 지폐의 발행 잔액은 5만원 지폐와 달리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7월 말 기준으로 1만원 지폐의 발행 잔액은 14조 9,946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421억원 줄었고, 5천원 지폐는 1조 3,857억원으로 43억원 감소했습니다. 1천원 지폐의 경우, 11억원 줄어든 1조5,75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로 인해 유통 지폐 잔액 가운데 5만원 지폐의 비중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7월 말 83.4%로 역대 최고를 찍었습니다. 발행 초기의 30%대에서 크게 증가한 것입니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물가도 오르면서 만원은 부족하고 10만원 수표는 불편하다보니 사용하기 편한 5만원권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만원권 비중은 15%로 역대 최저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으로 되돌아오는 5만 원권은 지난해 하락했습니다(위 차트 참조). 돈이 잘 돌아서 은행에 맡길 필요가 없는 걸까요, 지하경제로 흘러들어간 걸까요?

이상 피우스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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