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과 경제가 다른 이유

일반 대중을 끊임없이 놀라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주식시장과 경제가 어떻게 다르게 움직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미래를 바라보기 때문만은 아니다. 때로는 이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저한 차이가 나타나곤 한다. ​

만일 지난해 12월에 누군가가 “2020년 봄이 되면 거의 100년에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경기 침체를 경험할 것이고(그리고 미국 실업률은 25%에 육박할 것이고),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전면적인 유가 전쟁에 돌입할 것이며, 3개월 안에 미국에서만 베트남 전쟁 기간보다 두 배나 많은 사람들이 사망할 것이라고 말했다면,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정신이 제대로인 사람이라면 주식시장도 같이 폭락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예상과는 동떨어지게, 주식시장은 20~30% 하락한 일반적인 규모의 약세장을 겪는데 불과했고, 그 이후 빠르게 반등했다. 지금 기준으로 주식시장은 연초 대비 거의 손실이 없는 상황이다. ​

주식시장은 21세기의 경제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긴 하지만, 주식시장은 분명 경제가 아니다. 양자는 거리가 멀다. 아래 차트는 미국의 GDP 구성과 S&P 500 구성 그리고 영국의 GDP 구성과 FTSE 100 구성을 대비해 보여준다. 차트에서 알 수 있듯이 주식시장과 전체 경제는 전혀 닮지 않았음이 명백하다. ​

주식시장에서는 IT, 금융 및 헬스케어 부문이 과잉 대표되고 있다. 미국 GDP에서 IT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인 반면, 주식시장에서는 26%를 차지하고 있다. GDP에서 금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인 반면,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10%, 영국 주식시장에서는 16.6%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헬스케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물경제에서 보다 주식시장에서 대략 두 배 정도 크다. ​

이 스펙트럼의 반대편에는 부동산 부문이 있다. 부동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GDP에서 14%를 차지하고 있지만, 리츠(REITs) 및 기타 부동산 주식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산업, 소비재 및 서비스 부문 역시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아래 차트는 미국과 영국의 GDP가 눈에 띄게 비슷해 보이지만, 주식시장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준다.​

(주식시장과 경제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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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구성의 차이는 주식시장과 경제가 거로 연관성이 적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주식시장을 부양한다고 해서, 경제 부양에는 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반대로 경제를 부양한다고 해서, 반드시 주가가 상승하는 것도 아니다. ​

예를 들어, 정부가 인프라에 투자하게 되면, 경제와 주식시장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헬스케어, 복지 및 사회 안전망에 돈을 쓴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주식시장 상승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

결국 이것이 정치 스펙트럼에서 왼쪽에 있는 정치인들과 오른쪽에 있는 정치인들 간의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다. 좌파 정치인들은 최대한 많은 개인을 돕는 데 신경을 쓰는 반면, 우파 정치인들은 전반적으로 경제를 돕는 데 신경을 쓴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개인과 경제를 평가하는 방식에 대한 판도라의 상자를 연다. 주식시장을 경제라고 보면, 분명히 큰 평가상 오류를 범하게 되지만, 예를 들어 임금을 올려서 개인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더 그렇게 된다. 최근 영국의 임금 상승과 소비자 물가 상승의 차이를 살펴보자. 전통적으로 임금이 오르면 소비자 물가도 따라 오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임금은 상승한 반면 소비자 물가는 하락했다. ​

이와 같은 모순은 아래 차트에 잘 나타나 있다. 고용과 소비가 같지 않기 때문에(어떤 두 부문이 GDP에서 같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더라도, 양자의 고용 수준은 아주 다를 수 있다), 임금 상승 수치와 소비자 물가 상승 수치는 아주 다를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소비자 물가에 거의 기여하지 않았던 부문이 임금 인상에는 큰 기여를 했고, 소비자 물가에 기여도가 높은 부문에서는 임금 인상률이 낮았다. 이에 따라 임금은 상승했지만, 그만큼 소비자 물가 상승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영국의 임금 상승률과 소비자 물가 상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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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Klement on Investing, “Main street, Wall Street and all the other pla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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