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란 기업의 미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을 대신 보여주는 것

시장에서 가끔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는 짜증나는 소리 중 하나가 PER가 몇 배라 얘기입니다. “이 주식이 PER 15배에 거래되고 있으니, 싸니까 사라.” 마치 PER 배수가 미래 주가에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말에 간과되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대중이 접한 어떤 정보든 이미 가격에 반영되어 있고, 따라서 수억 명이 활동하고 있는 시장이 어떤 이유로든 해당 주식의 매수 및 매도 가격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시장이 항상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주 똑똑한 건 분명합니다.

주식이 주당 순이익 대비 15배로 거래되고 있는 이유는 현재로선 이 수준이 매수자와 매도자의 암묵적 합의에 의해 도출된 균형 가격이기 때문입니다.

PER 배수에 주목하는 것은 마치 남극 대륙은 춥고 아프리카는 덥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투자자가 PER 배수를 중시하는 것은 실제로는 해당 기업의 미래 전망을 신성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가치를 발현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언젠가에 베팅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PER 배수는 매수자와 매도자에게 대략적인 기준선 또는 출발점을 제시하는 한도에서만 유용합니다.

그리고 이후로는 말 그대로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가장 큰 상장 미디어 기업이 되었습니다. 콘텐츠 대기업인 디즈니와 콘텐츠 유통 대기업인 컴캐스트를 한 방에 따라 잡았죠. 이들 기업의 주식이 현재의 주가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는 이유는 현재의 PER 배수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투자자들과 트레이더들이 이들의 미래 모습을 그려보면서, 가능한 위험을 감안해 미래 가치를 평가해 보고, 현재 주가 수준 대비 더 상승할 것 같으면 매수하고, 하락할 것 같으면 매도하고 있기 때문에 이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투자자들이 매도 또는 매수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사항은 또 여럿 있습니다.

  • 자기 평판 (“이 주식을 사서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 벤치마크 (“주가 지수에 편입된 규모보다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살 필요는 없지”),
  • 세금 (“수익을 보고 있는데 굳이 1년도 안 된 주식을 팔 필요 없지”),
  • 무관심 (“내 주식을 쳐다볼 자신이 없네. 그냥 될대로 되게 나둬야지”),
  • 단기주의 (“이번 달 수익이 10%네. 수익을 실현하고 망한 사람은 없지”),
  • 남 따라하기 (“주위 모두가 이 주식을 사서 수익을 내고 있으니 나도 좀 사야지”),
  • 외생 변수 (“딸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매도해야지”) 등등.

그리고 여기에는 프로그램 매매는 포함시키지 않은 것입니다. 프로그램 매매는 리듬이나 이유 따위와는 상관없이 1초도 안 되는 순간마다 디지털 세상에서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단순히 PER 배수에만 집중하고, 이런 모든 무작위와 미래에 대한 수억 명의 추측이 어울려진, 시장이라는 무질서하고 부정확한 세상을 납득할 수 없다면, 투자를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고려 사항을 감안할 만한 계산식이나 공식 같은 건 없으며, 앞으로도 나올 가능성은 낮습니다.

넷플릭스 vs. 컴캐스트에 대해 아래와 같은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지난해 컴캐스트는 매출 850억 달러에 영업이익 22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 지난해 넷플릭스는 매출 117억 달러에 영업이익 5억 5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두 기업 모두 시가총액 1,500억 달러 돌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넷플릭스보다 컴캐스트가 매출은 약 7배, 영업이익은 40배였지만, 시가총액은 넷플릭스가 앞섰습니다.


<차트: Bloomberg>

두 기업 모두 2018년 이후에 대한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컴캐스트보다 넷플릭스의 미래를 더 좋게 믿고있는 것입니다. 이런 투자자들의 결정이 현명한 것인지, 아니면 어리석은 것인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으며, 전적으로 우리 능력 밖의 일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현재 주가 배수에 주목하건, 주목하지 않건, PER 배수가 해당 기업의 주가가 어찌될 지 결정하는 요인이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넷플릭스의 주가는 컴캐스트보다 더 싼 적이 없었습니다. 컴캐스트의 주가는 넷플릭스보다 더 비싼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더 낮지만 주가는 더 비싼 주식은 상장 후 16년 동안 30,000%의 주가 상승을 이뤄낸 반면, 더 성숙했지만 더 싼 주식은 같은 기간 동안 단 255%의 주가 상승을 얻었을 뿐입니다.

주식의 현재 주가 수준은 절대 미래 주가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의 미래 전망에 대한 시장의 지배적 정서에 해서는 엄청 많은 걸 보여줍니다. 주가는 기업의 미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을 대신 보여주는 것입니다.

<출처: The Reformed Broker, “Stocks prices are a proxy for our beliefs about the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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