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런 버핏은 현존하는 최고의 투자자라고 널리 평가되고 있으며, 그의 투자 철학은 스승이자 멘토였던 벤저민 그레이엄에게서 물려받았다는 점 또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워런 버핏의 발자취에서 대개 간과되고 있는 또 한 명의 스승이 있다.
또 한 명의 스승
#
오늘날 버핏의 투자 전략은 그레리엄 보다는 그 간과된 투자자와 훨씬 더 닮아 있다. 물론, 오마하 현인의 투자 전략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크게 변화해 왔다. 초기에는 그레이엄의 투자 스타일과 거의 흡사했다.
하지만, 그레이엄 식의 투자 기회가 점점 사라져 가면서, 버핏은 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투자 전략을 바꿨다. 이제 버핏의 투자 전략은 필립 피셔의 것과 더 흡사해졌다.
버핏에게 피셔
#
필립 피셔가 어떤 투자자인지 모른다면, 그가 1958년에 처음 출간한 책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Common Stocks and Uncommon Profits)”를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피셔의 투자 전략은 오늘날 버핏이 사용하는 전략과 아주 흡사하다. 저평가된 성장주와 감춰진 경쟁 우위가 있는 주식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주식을 찾아내면, 포트폴리오에서 상당 부분 비중을 차지할 때까지 꾸준히 사들인다. 피셔에게 분산 투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버핏 스스로도 피셔의 투자 방식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포브스 지에 기고한 글에서도 피셔를 극찬하기도 했다.
“우리가 필립 피셔에게 배울 수 있었던 것(What Can We Learn From Phil Fisher)” 제목의 기고문은 버핏과 토머스 제페 명의로 1987년 10월 포브스 지에 실렸다. 이 글에서 버핏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그분을 처음 만났을 때, 가지고 계신 생각만큼이나 인물 됨됨이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 선생님만큼이나, 피셔 선생님도 겸손하고, 마음씨도 관대했으며, 아주 특별한 선생님이셨죠. 그분에게서 ‘사실 수집’이란 방법을 배웠습니다. 나가서 투자할 기업의 경쟁업체, 납품업체, 소비자들과 대화를 나눠보고, 이 기업이나 해당 산업이 실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입니다
#
그러면서 버핏은 계속해서 이렇게 말한다.피셔 선생님의 사실 수집 방법으로 해당 기업을 완전히 이해하고, 여기에 그레이엄 선생님이 가르친 정량적 원칙을 합하면, 누구라도 현명한 투자를 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피셔 선생님의 말씀을 열심히 마음에 새겼고, 이제 여러분에 그분의 철학을 권합니다.
#
물론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 철학과 전략이 버핏이 성공하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피셔가 버핏의 투자 스타일에 끼친 이 같은 영향은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수집
#
투자 스타일에서 그레이엄과 피셔의 중요한 차이는 “사실 수집(Scuttlebert)”이다. 그레이엄이 주로 기업의 재무 상황에만 집중하면서, 엄격한 펀더멘탈 분석을 위해 경영진과의 대를 피했다면, 피셔의 투자 과정에서는 기업 임직원, 고객, 납품업체 및 기타 모든 이해당사자들과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피셔의 방식과 그레이엄의 엄격한 수치 분석을 합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쉽게 알 수 있다.
피셔는 책에서 사실 수집 과정에서 물어야 할 질문 목록을 열거해 놓았고, 중요 경영진과 얼마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느냐는 투자 규모뿐만 아니라, 개별 투자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1. 향후 몇 년간 매출액이 상당히 늘어날 수 있는 충분한 시장 잠재력을 갖춘 제품이나 서비스를 갖고 있는가?
최고 경영진은 현재의 매력적인 성장 잠재력을 가진 제품 생산 라인이 더 이상 확대되기 어려워졌을 때에도 회사의 전체 매출액을 추가로 늘릴 수 있는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결의를 갖고 있는가?
기업 규모에 비해 연구개발 활동은 얼마나 생산적인가?
평균 수준 이상의 영업조직을 가지고 있는가?
영업이익률은 충분히 거두고 있는가?
영업이익률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돋보이는 노사 관계를 갖고 있는가?
임원들 간에 훌륭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가?
두터운 기업 경영진을 갖고 있는가?
원가 분석과 회계 관리 능력은 얼마나 우수한가?
해당 업종에서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별도의 사업 부분을 갖고 있으며, 이는 경쟁업체에 비해 얼마나 뛰어난 기업인가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가?
이익을 바라보는 시각이 장기적인가, 단기적인가?
성장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가까운 장래에 증자를 할 계획이 있으며, 이로 인해 현재의 주주가 누리는 이익이 상당 부분 희석될 가능성은 없는가?
경영진은 모든 것이 순조로울 때는 투자자들과 자유롭게 대화하지만, 문제가 발생하거나 실망스러운 일이 벌어졌을 때는 입을 꾹 다물어 버리지 않는가?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한 최고 경영진을 갖고 있는가?
#
#
“위대한 주식에 투자하라”에는, 흔히 간과되곤 하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 중 한 분의 귀중한 조언이 담겨있다.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워런 버핏의 또 한 명의 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