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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꽤 효율적인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어서,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즉시 주가에 반영된다. 즉, 시장에는 수백만의 투자자들 모두가 수익을 올리려고 발버둥 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라도 중요한 데이터가 오래 숨겨질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시장은 완벽하게 효율적이지는 않다. 대체로 효율적이다. 따라서 경제, 주식 시장 또는 개별 기업에 대한 투자 군중의 생각이 크게 잘못된 경우가 생기곤 한다. 이런 이유로 투자 군중과 다른 생각을 가진, 그리고 그 생각을 밀고 나가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는 투자자가 때로 큰 수익을 올리곤 한다.
그렇다면 투자 군중과 다른 생각이 때로 엄청난 투자 기회가 되는 이유는 무얼까? 투자 군중과 맞서기란 좀처럼 달가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집단에 의존하는 사회적 동물로 진화해왔다.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가 말한 것처럼, 사회에서 확인된 정보는 엄청난 영향력이 있다. 살아가는 동안 계속해서 주위 사람들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유리한 거래일수록 가져가는 동안 불편함이 더 크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에 과감하게 베팅 한 데이비드 아인혼을 떠올려보라.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대마는 절대 죽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짐 차노스는 엔론 주식을 과감하게 공매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에너지 대기업은 포천지가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이라고 꼽은 기업이었다. 하지만 엔론은 6년 후 결국 파산하고 만다. 2001년쯤 처음 나온 아이팟을 경험하고, 애플의 주가가 15달러 수준이라면 위험은 낮고, 상승 가능성은 높은 주식이라고 생각하고 투자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당시 애플의 대차대조표에는 주당 13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모든 사례는 투자 군중이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근본적인 오해한 데서 빚어진 일들이다. 투자 군중이 서서히 오해를 깨닫기 시작하면,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투자 심리도 바뀐다. 나이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난해 나이키가 “Just Do It” 30주년 기념 광고의 주인공으로 논란이 있던 NFL 쿼터백 콜린 캐퍼닉(Colin Kaepernick)을 내세우기로 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주가는 즉시 급락했고, 보수주의자들의 불매 운동이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싸움이 그 이유라는 설명이 잇달았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면 매출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게 공통된 정서였다.
이제 그런 생각이 틀린 것처럼 보인다. 뉴욕 대학 스턴 경영 대학원 마케팅 교수 스콧 갤러웨이는 캐퍼닉의 광고가 2018년 최고의 브랜드 홍보였다고 칭했다.
캘러웨이 교수의 언급 이후, S&P 500이 4% 하락하는 동안, 나이키의 주가는 6% 이상 상승했다. 전반적인 시장이 침체를 보였던 12월 나이키는 저점을 찍고 이후 29% 상승한 반면, S&P 500 지수는 하락의 절반 정도만 만회했을 뿐이다. 이 차이는 문화적 순간을 알아차리지 못한 못한 사람들의 집단적 사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나이키의 2019년 회계연도 수익이 13% 증가할 것이라는 블룸버그의 전망도 감안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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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기업에 대한 인식 형성에 상당한 역할을 하는 일단의 그룹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 그룹을 소위 WOCRAP(White, Old, Conservative, Rich, American Pundits)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나이키가 목표로 한 소비자 그룹 HEYUI(Hip, Ethnic, Young, Urban, 특히 International)와 거의 접점을 찾아볼 수 없다.
2018년 360억 달러가 넘는 나이키의 매출이 어디서 주로 나왔는지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거의 200억 달러가 해외 매출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가가 울리는 동안 한 쪽 무릎을 꿇었다고 캐퍼닉을 비난한 것이 미국 내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해외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여기에 나이키 소비자 중 3분의 2가 35세 미만이라는 단순한 사실도 중요하다. WOCRAP은 결코 나이키에 대한 생각을 구할 수 있는 집단이 아니었다.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의 “자신이 아는 것을 사라”라는 말이 오랫동안 일상 용품을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라는 뜻으로 오해되곤 했다. 이 말은 린치의 투자 전략 중 오로지 절반만 보여준다. 나머지 절반은 “시장은 아직 모르고, 자기만 아는 것을 사라”는 것이다. 물론 그걸 알기가 어렵긴 하지만 말이다.
자료 출처: Barry Ritholtz, “Why So Many Investors Missed Nike’s Stock Reb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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