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스, 슈퍼 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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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스에 투자한 주주들은 경이로운 수익률을 경험했다(아래 차트 참조). 1906년 상장 당시 50달러였던 주가는 1907년 경기 침체로 인해 1908년 1월이 되자 25달러까지 하락한 후 다시 200달러까지 급등했다. 이후 1911년, 1915년, 1917년 및 1920년 배당금이 지급됐다. 또한 1926년 1:4로, 1945년 다시 1:4로 주식 분할이 진행됐다.
(시어스, 로벅 & 컴퍼니의 주가)
시어스의 역사를 통틀어 진행된 주식 분할, 배당 및 무상 증자로 인한 누적 가치는 1:2000에 달한다. (즉, 처음 산 1주가 2,000주가 되었다는 말이다.) 1908년부터 1929년 사이, 시어스의 주가는 100배 상승했다. 배당금을 재투자했다면 상승 규모는 215배에 달한다. 연평균 24.5%의 수익률(배당금을 재투자했다면 29%)을 올린 셈이었다.
시어스가 상장했던 1906년 8월 1달러를 투자했다면, 1972년 12월 928달러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66년 동안 연평균 11% 수익률). 여기에 배당금을 재투자했다면 무려 9,915달러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연평균 15% 수익률). 시어스는 미국 증시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회사 중 하나였다.
시어스, 슬프지만 꾸준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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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110층짜리 시어스 타워가 완공됐다. 당시로선 세계 최고층 빌딩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때부터 시어스는 느리지만 꾸준한 추락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45년 동안 추락을 막으려고 시어스의 수많은 시도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추락은 느렸지만, 불가피했다. 미국 시장의 흐름에 뒤처지면서, 경쟁업체들에게 시장 점유율을 뺏기는 건 시간문제였다. 시어스는 과거의 회사가 되어갔다.
추락을 막으려고 시어스가 시도했던 변화는 한 마디로 눈물겨웠다. 메트로폴리탄 상호 저축 은행, 증권사 딘 위터, 부동산 회사 콜드웰 뱅커 그리고 디스커버 카드를 인수하면서 금융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어느 것도 회사의 운명을 뒤집어주지 못했다.
1987년 초대형 할인 제도를 도입했고, 1988년에는 안과 병원 체인, 양복점 체인 및
, 자동차 부품 체인을 인수했다. 모두 소용이 없었다. 1980년대에 K-마트의 매출이 시어스를 넘어섰다.
하지만 핵심 사업을 바꾸지 않은 이상 매출은 꾸준히 줄어들었다. 1991년이 되자, 월마트마저도 시어스의 매출을 뛰어넘었다. 1992년, 20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기록하자, 47,000명의 임직원을 감축했다. 새로운 의류 코너를 신설하고, 의류업체 렌즈 엔드를 사들이는 한편, 공구 판매 체인 오차드를 인수했고, 시어스 신용 카드도 선보였다.
시어스가 진행한 사업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왜냐하면 시어스였기 때문이다. 시어스가 과거의 소매업체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어떤 노력에도 과거의 명성을 회복할 수 없었다.
2003년 시어스는 금융 사업을 씨티 그룹에 매각했지만, 이미 매출은 월마트, 타깃 및 홈 데포에게 뒤지고 있었다. 시어스 말고도 갈만한 더 나은 소매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른 소매업체들이 보여주는 변화화 혁신을 시어스에게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다른 회사들의 혁신을 따라 할 뿐이었다. 새로운 금융 상품이라고 내놓은 것들도 다른 회사들보다 못한 것뿐이었고, 더 이상 성장이 불가능한 사업을 고집했다.
시어스 홀딩스로의 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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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부터 K-마트에 인수된 2005년까지, 시어스의 주가는 단 2배 상승했을 뿐이었다. K-마트는 파산을 끝내고 K-마트 홀딩스로 재탄생한 다음, 2005년 시어스(공식 명칭은 시어스, 로벅 & 컴퍼니)를 110억 달러에 인수했다.
시어스의 주주들은 주당 현금 50달러를 받든지, 새로 탄생한 시어스 홀딩스의 주식 0.5주를 받든지 선택할 수 있었다. 시어스 홀딩스는 2006년 15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2010년이 되자 적자로 전환했고, 이후 매년 적자가 이어졌다.
시어즈가 지니고 있던 병이 시어스 홀딩스로 옮겨온 것이다. 그리고 아래 차트에 나타난 것처럼, 꾸준한 추락이 계속되었다. 반면 K-마트 홀딩스의 주가는 2003년 파산의 종료한 시점 10달러에서 시어스를 인수한 2005년 100달러까지 호조를 보였다.
시어스 홀딩스의 주가는 2007년 195달러로 절정에 이룬 후부터 꾸준히 하락했다. 주당 30센트까지 하락한 주가는 1915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고, 100년이 넘도록 이룬 성장이 물거품이 된 순간이었다.
(시어스 홀딩스의 주가)
시어스 홀딩스의 이야기는 시어스, 로벅 & 컴퍼니의 이야기와 같다. 시어스는 성공한 다른 소매 업체를 모방하려고 수없이 노력했지만, 맞는 방정식을 찾아내지 못했다. 21세기가 아니라 여전히 1970년대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어스는 2010년 3,500개의 매장을 운영했지만, 2017년에는 695개에 불과했고, 2018년 10월에 파산이 발표될 당시에는 100개가 조금 넘을 뿐이었다. 이제 이마저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시어스 vs. 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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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스와 아마존의 비슷한 점을 살펴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시어스의 무기는 카탈로그였던 반면, 아마존은 인터넷이 무기였다.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팔려고 했다.
대형 물류 센터를 중심으로 수백만의 고객들에게 수백만 종의 제품을 우편배달하는 사업으로 성장했다. 박리다매 방식으로 사업을 구축했고, 경쟁을 헤쳐나갔다.
100년 전 시어스는 지역 일반 매장들을 몰아냈고, 아마존은 쇼핑몰과 (시어스 같은) 소매업체를 파산으로 이끌었다. 두 회사 모두 한 가지 제품 판매에서 시작해(시어스는 시계, 아마존은 책), 모든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으로 성장했다.
고객들에게 최고의 소매점에 머물지 않고, 유일한 소매점이 되려고 했다. 시어스는 올스테이트와 더불어 보험업에 참여했고,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과 아마존 웹 서비스를 통해 TV와 인터넷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아마존의 주주들은 회사의 성장과 함께 엄청난 이익을 보았다. 1997년 5월 15일 상장 시점부터 2018년 9월 2,050달러의 고점을 기록할 때까지, 아마존의 주가는 1,000배 상승하면서, 21년 동안 연평균 3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시어스의 주가 역시 1908년에서 1929년 사이 100배(배당금을 재투자했을 경우 200배) 상승했다.
(월마트의 주가)
다른 소매 업체들 중 비슷한 성장률을 보인 곳은 월마트뿐이었다. 1970년 11월에서 1999년 12월까지 월마트의 주가는 6,088배 상승했으며(연평균 35%의 수익률), 배당금을 재투자했을 경우에는 7,185배가 된다(연평균 35.8%의 수익률).
월마트의 시가총액은 1970년 11월 3,000만 달러에서 1999년 3,800억 달러로 연평균 37.5%씩 증가했다. 1970년에서 1999년 사이, 월마트가 도약과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시어스는 쇠퇴와 추락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929년 이후 시어스와 1999년 이후 아마존의 발자취를 따르지는 못하면서, 월마트의 주가는 1999년 대비 단 50% 상승하는데 그쳤다. 1970년에서 2018년 사이 연평균 수익률도 20%로 떨어졌고, 자사주 매입으로 인해 2018년 시가총액도 1999년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시가총액 면에서, 시어스는 1893년 150,000달러에서 1906년 1,500만 달러로, 다시 1929년 7억 9,500만 달러로, 이 29년 기간 동안 총 5,000배 증가했다. 아마존의 경우, 1997년 5월 15일 상장 당시 시가총액은 5억 6,000만 달러였다. 그리고 2018년 9월 시가총액 1조 달러로, 연평균 42%, 거의 2,000배 증가했다.
하지만 시어스의 성장에서 보듯이, 아마존 또한 42%의 성장률을 계속 지속해 나갈 수 없다. 이 같은 성장률이 앞으로 10년 동안 지속된다면, 아마존의 시가총액이 미국의 GDP를 넘어설 것이다.
또한 아마존 주가는 1999년 4월을 고점을 찍은 후, 다음 2년 동안 95% 폭락한 경험이 있으며, 2009년 10월까지 10년 동안 주가가 거의 상승하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시어스 또한 1929년에서 1933년 사이 95%나 주가가 하락했고, 1949년까지 20년 동안 1929년의 주가보다 낮았다. 만일 아마존이 다시 95% 하락을 겪게 되면, 주가는 100달러로 떨어질 것이다. 물론 아마존의 주주들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아마존의 주가)
아마존, 21세기의 시어스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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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스는 우편 주문 사업에서 1920년대 소매 사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했고, 1970년대까지 승승장구를 계속했다. 지금의 아마존은 1920년대의 시어스의 상황과 비슷하다. 아마존은 자체 매장을 늘리고 있으며, 홀 푸드 마켓을 인수해 고객들에게 식료품을 팔고 있다.
지금까지 아마존은 시어즈의 발자취를 훌륭하게 따라왔으며, 앞으로 수십 년 동안도 그럴 것이다. 아마존 주주들은 시어즈가 1920년대에 했던 것처럼 앞으로 50년 동안 성장할 수 있길 기도하겠지만, 그 어떤 회사도 계속해서 연평균 40%씩 성장할 수 없다. 어느 시점이 되면, 아마존의 성장 또한 정체될 때가 올 것이다. 그리고 만일 아마존이 100층짜리 빌딩을 짓게 되면, 아마 그때가 아마존 주식을 팔 시점인지도 모르겠다.
자료 출처: Global Finacial Data, “Sears: The Amazon of the Twentieth Cent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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