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와 21세기 폭스, 그리고 투자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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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다. 기존 고전 영화와 놀이공원 사업에서 최근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같은 신규 지적 재산권을 인수한 것에 이르기까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디어 업계의 강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런 디즈니가 지난해 21세기 폭스의 자산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하고 나섰다. 특정 자회사와 부가 사업을 매각한 후 실질적으로 흡수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일정 기간의 밀당, 공정 거래 위원회의 승인 및 컴캐스트의 대항 매입 제안이 있은 후, 할리우드에서 가장 큰 두 개의 스튜디오가 하나로 합해져 거대한 미디어 제국이 만들어졌다. 이 글에서는 이 인수합병(M&A)을 가능케 한 자문사인 투자 은행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디즈니와 입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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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자문사는 구겐하임 파트너스와 JP 모건이었고, 이들이 추산한 21세기 폭시의 자산 가치는 524억 달러였다. 디즈니는 이 금액을 초기 인수 제안 금액으로 삼았다.

21세기 폭스가 실제 매물로 나온다면 원하는 곳은 디즈니뿐이 아니었다. AT&T와 컴캐스트도 잠재적 경쟁자로 언급되었다. AT&T의 경우 타임 워너 인수의 독점 금지법 위반 문제로 법무부와 소송을 벌이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쟁자는 디즈니와 컴캐스트로 좁혀졌다.

디즈니가 처음 금액을 부른 후, 컴캐스트는 현금으로 650억 달러를 불렀다. 1주일 후 디즈니는 다시 금액을 713억 높였다. AT&T와 타임 워너 합병의 독점 금지법 위반 여부가 법무부의 도마에 오른 모습을 지켜봤던 컴캐스트는 두 번째 금액을 부르지 못했다.

마침내 디즈니가 처음 금액보다 거의 200억 달러나 더 주고 21세기 폭스를 품에 안았다. 주주들의 승인은 이뤄졌고, 2019년 중반까지 정부의 승인과 추가적인 법률적 이행이 완료되면 합병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커튼 뒤의 은행가들

매수측인 디즈니 측에서는 구겐하임 파트너스와 JP 모건이 가치 평가와 금액 책정에 자문 역할을 했다. 매도측인 21세기 폭스측에는 골드만 삭스와 센터뷰 파트너스가 있었다.

이렇게 기업 인수 합병 과정에서는 매수측과 매도측의 투자 은행들이 중간에서 자문사 역할을 한다. 매수측에서 구겐하임과 JP 모건은 주로 다음과 같은 작업을 진행했다:

폭스의 예상 가치 - 양사의 수평적 통합뿐만 아니라 미디어와 TV 또는 영화 제작 스튜디오의 거대한 네트워크 형성이 가져올 수 있는 시너지 효과.

폭스의 자산 - 배급권을 비롯한 실제 유무형 자산은 얻었을 경우의 실효 가치. 여기에 종종 시장 가치가 포함되곤 하지만, 합병 규모와 인수 자산의 다양성에 관한 가정을 고려해 전체 자산 평가는 선임 은행가의 판단이 작용할 여지가 크다.

현재의 합리적 입찰 금액 - 초기 금액을 정한 후, 다양한 외부 및 내부 요인을 감안해 2차 금액을 정한다. 예상 현금 흐름과 매출 및 비용 절감 효과가 신중하게 고려해 입찰 금액 증액을 결정한다. 합병이 이루어진 후, 가치 평가 과대 계상되어 불필요하게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했다고 밝혀지면 고통스러운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자금 조달 방법 - 자금 조달 옵션에는 현금, 주식 및 채권이 포함된다. 인수 금액 전부를 현금을 지불할 만한 기업이 드물기 때문에, 거의 주식과 채권이 대신 사용된다. 보통 현금과 주식이 짝을 이루는데, 주식은 채권처럼 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에는 당시의 경제 및 시장 형편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자문사는 시너지 효과와 성장을 기반으로 매력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자금 조달 모델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단기적인 투자 후 매각이 아니라 디즈니처럼 향후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인수라면, 전략적인 계산을 바탕으로 자금 조달 방법이 결정된다.

매도측의 자문사에서도 비슷한 작업을 한다. 팔려는 물건의 제값을 알아야 적정한 가격을 받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거래 규모의 실행 가능성과 정부 승인의 확실성 여부를 매각 과정에 감안한다. 만일 매도측이 거래를 서두른 다고 생각되면, 잠재적인 매수측에서는 시간을 두고 여론을 살펴보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해 계약을 성사시키려고 할 것이다.

디즈니와 미디어 업계에 주는 의미

법무부의 승인이 났지만, 일각에서는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을 들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과 전 세계에 가장 파급력이 디즈니가 그와 비슷한 다른 미디어 회사와
합병한 것이니 안 그래도 거인이 더 거인이 된 셈이기 때문이다. 록펠러가 거의 모든 정유회사를 합병해 하나의 거대한 제국을 형성한 모습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디즈니가 폭스의 네트워크와 스튜디오를 인수한 것처럼, 소수가 대부분의 자원과 정보를 통제하게 될 때, 가격 결정권은 소비자가 아니라 그 소수에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경와 같은 인수 합병이 정부의 정밀한 조사 대상이 되는 것이다. 공개 시장에서 활발한 경쟁이 축소되는 것을 막는 것이 조사의 목적이다. 디즈니가 승인을 받았지만, 미디어와 영화 업계에서는 독점 여부를 두고 여전히 논쟁이 뜨겁다.

디즈니가 폭스의 자산을 이어받게 되면, 시장의 거인으로서의 입지 또한 한 층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다른 경쟁 업체들도 디즈니의 전례를 따라 덩치를 키우거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적 전술을 찾게 될 것이다.

시장 전체에 파문을 일으킨 디즈니와 폭스의 이번 거래는 물밑에서 기업 분석, 자금 조달 및 각종 거래 과정에서의 자문에 참여한 투자 은행들의 역할이 중요했다. 변호사, 회계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자문사는 디즈니가 금융 시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을 뿐만 아니라, 폭스가 적정한 금액에 회사를 넘기고 떠날 수 있게 해주었다.

아직 인수 합병이 완결되지 않았지만, 디즈니와 21세기 폭스의 조합은 1+1 보다 더 클 것이고, 이로 인해 미디어 업계의 모습은 크게 바뀔 것이다.

자료 출처: Ryan Haggerty, “Disney and Fox: How Bankers Merge Gi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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