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0년 동안 세계는 건강 상태가 전례 없이 좋아졌다. 아래 차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많은 나라에서 평균 사망 연령의 척도인 기대 수명이 40세 전후에서 80세 이상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차트에 나타낸 나라들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계 모든 지역에서 평균 수명이 두 배로 늘었다.
또한 눈에 띄는 것은 건강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갑작스럽게 들이닥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으로, 이 비정상적이고 치명적인 독감이 대유행하면서 인구의 기대 수명의 갑자기 크게 감소했다.
기대 수명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감소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측정 기준을 알아야 한다. 기대 수명이란 특정 연령의 생존자가 앞으로 더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를 말한다. 특정 연도의 각종 사망통계에 나타난 추세대로 사망 주기가 지속된다고 가정하고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느냐를 추정해본 것이다.
스페인 독감은 스페인에만 발병된 것이 아니었고, 스페인에서 유래된 것도 아니었다. 올슨 등의 연구(2005)에 따르면, 대유행하기 전 바이러스의 전파 증거로 볼 때 뉴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1914~1918년)에서 스페인이 중립을 유지했기 때문이 그런 이름이 붙여졌는데, 그 이유는 스페인에서는 감염병의 심각성을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었던 반면, 전쟁 당사국들은 자국민들의 사기를 유지시키고 적국에게 약해 보이지 않도록 독감에 대한 보도를 막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 독감의 발병은 1918년 봄에 북반구에서 시작되었다. 그 바이러스는 빠르게 퍼졌고, 결국 전 세계로 퍼졌으며, 대유행병으로 번졌다.
지금보다 훨씬 덜 연결된 세계였지만, 바이러스는 결국 알래스카 황야와 태평양 섬 중앙의 외딴섬 사모아 같은 극단적으로 떨어진 곳까지 퍼졌다.
1918년에 최고 사망률에 도달했지만, 2년 후인 1920년 말에야 끝이 났다.
오늘날 독감으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수
유행성 독감의 심각성을 맥락에서 알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독감 계절의 사망자 수를 아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매년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의 수는 40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패짓 등의 연구(2019)에 따르면, 사망자 수는 294,000명에서 518.000명 범위로 평균 389,000명이라고 한다.
이는 세계 인구 중 0.0052%가 매년 독감으로 사망했다는 의미다. 18,750명 중 1명꼴이다. 100여 년 전 스페인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추정치를 가장 낮게 잡은 것(1,740만 명)과 비교해 보더라도, 오늘날 기준치보다 182배나 높은 사망률을 초래했다. 아래에서 코로나19와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
스페인 독감과 다른 대유행 독감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을까?
스페인 독감의 전 세계 사망자 수
일부 연구진은 대유행병이 전 세계 건강에 미친 영향을 재구성하는 어려운 문제를 연구해 왔다. 현재 추정치마다 큰 차이가 있으며, 추정치의 범위를 통해서만 각 사건의 심각성을 이해해 볼 수 있다.
아래 차트는 다양한 연구 결과에서 찾아낸 추정치를 보여준다.
패터슨 등의 연구(1991)에서는 2,470만~3,930만 명이 대유행병으로 사망했다고 추정한다.
널리 인용되고 있는 존슨 등의 연구(2002)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이보다 많은 5천만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 수치도 과소평가된 것일 수 있으며, 실제 사망자 수는 1억 명에 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스프리원버그 등의 연구(2018)에서는 이전의 추정치가 너무 높다고 결론내면서, 1,740만 명으로 추정한다.
전 세계 사망률
이러한 추정치는 당시의 세계 인구의 규모와 비교해, 대유행병으로 사망한 사람의 비율을 알아보다.
1918년 세계 인구가 18억 명으로 추정된다.
이를 근거로, 스페인 독감으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추정치를 가장 낮은 1,740만 명으로 잡을 경우, 세계 인구의 거의 1%(0.95%) 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만일 최대 추정치인 5천만 명으로 잡을 경우, 세계 인구의 2.7%가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했다고 볼 수 있다. 만일 저자들의 말처럼 실제 1억 명이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했다면, 세계 사망률은 5.4%였을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세계 인구는 매년 약 1,300만 명씩 증가했는데, 이는 스페인 독감 기간이 세계 인구가 감소했던 역사상 마지막 시기였을 가능성이 높음을 말해준다.
기타 대유행 독감
스페인 독감이 규모 면에서 가장 컸지만, 그에 못지않은 대유행 독감이 여럿 있었다. 스페인 독감이 유행하기 20년 전(1889~1894년)의 러시아 독감은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 독감(1957~1958년)의 사망자 추정치는 150만~400만 명에 이르렀다. 게더러의 연구(2009)에서는 150만 명으로 추정하며, 미카엘리스의 연구(2009)에서는 200만 내지 400만 명으로 추정한다.
세계 보건기구에 따르면, “홍콩 독감”(1968~1969년)으로 100만 내지 4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미카엘리스의 연구(2009년)에서는 이보다 낮은 100만 내지 200만 명으로 추정한다.
1977~1978년의 러시아 독감은 스페인 독감을 일으킨 것과 같은 H1N1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했다. 마카엘리스의 연구(2009)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약 7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사례에서 분명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 대유행 독감은 드물지 않았지만, 둘째 1918년의 스페인 독감은 역사상 단연코 가장 파괴적인 대유행 독감이었다.
연령대에 따른 스페인 독감의 영향
아래 차트는 영국과 웨일스의 연령별 기대 수명을 보여준다. 빨간색 선인 신생아의 기대 수명에서부터 위쪽으로 연령대별 기대 수명을 나타냈다. 예를 들어, 연두색 선은 10세가 된 아이들의 기대 수명을 나타낸다.
차트를 보면 모든 연령대에서 기대 수명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영유아 사망률이 하락했기 때문에 기대 수명은 계속 증가한 것이라는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의미한다. 모든 연령대에서 장기적인 기대 수명 증가가 이어진 글의 초점이다.
스페인 독감의 영향과 관련해, 이 차트를 보면 이 대유행 독감이 노인들에게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신생아와 젊은 연령대의 기대 수명은 10년 이상 감소했지만, 60, 70대의 기대 수명은 변화가 없었다. 이는 우리의 예상과 상충된다. 즉 나이 든 사람들은 독감 발병이나 호흡기 감염에 가장 취약한 경향이 있다는 것 말이다. 오늘날 하부 호흡기 감염(폐렴)과 상부 호흡기 감염의 사망률을 모두 살펴보면, 70세 이상의 사망률이 가장 높다.
스페인 독감이 그렇게 파괴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젊은 사람들이 인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1918년 대유행 독감에서 노인들이 잘 견딜 수 있었을까? 연구 논문에 따르면, 노인들이 초기 독감 발병(앞서 언급한 1889~1890년의 러시아 독감)을 겪으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이후 스페인 독감이 발병했을 때 어느 정도의 면역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전 1889~1890년 러시아 독감이 노인들에게 어느 정도 면역력을 주었을지 모르지만, 그 자체로도 파괴적인 사건이었다. 스미스에 따르면, 영국, 웨일스, 아일랜드에서만 132,00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스페인 독감과 2020년 코로나19의 차이점
이 글을 쓰고 있는 2020년 3월 초 기준으로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와 스페인 독감은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무엇보다 양자는 같은 질환이 아니며, 각각의 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아주 다르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코로나 바이러스로서, 스페인 독감과 위에 열거한 독감을 대유행시킨 바이러스와 다르다.
연령별 사망률 역시 아주 다른 모습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918년 스페인 독감은 유아나 젊은 층에게 특히 더 위험했다. 코로나19를 유발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중국에서의 초기 증거를 바탕으로 할 때, 노인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스페인 독감 기간 동안 많은 나라들이 독감 발병에 따른 어떤 정보도 새나가지 않게 하려고 했다. 아주 완벽하지는 않지만, 현재 데이터, 연구 결과 및 뉴스에 대한 공유 상황은 과거와 아주 다르며 훨씬 더 개방적이다.
반면 지금의 세계는 훨씬 더 잘 연결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1918년의 경우, 세계를 연결하는 수단은 철도와 증기선뿐이었다. 오늘날 비행기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과 바이러스를 세계 여러 곳으로 옮길 수 있다.
보건 시스템과 기반 시설의 차이도 중요하다. 스페인 독감은 항생제가 발명되기 전에 세계를 강타했다. 그리고 아마도 대부분의 사망자들은 독감 바이러스 그 자체가 아니라, 2차 감염에 의해 발생했을 것이다. 모렌스 등의 연구(2008)에 따르면, 스페인 독감 유행 기간 동안 “대부분의 사망자는 상기도 박테리아에 의한 2차 세균성 폐렴으로 직접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한다.
그리고 보건 시스템뿐만 아니라 세계 인구의 건강과 생활 조건도 달랐다. 1918년 당시 세계 인구 대부분이 극도로 빈곤했다. 상당수가 영양 결핍 상태였고, 세계 대부분의 지역 인구의 건강 상태가 나빴으며, 조밀하고, 위생상태가 나쁜 곳에서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게다가 세계 많은 지역의 인구는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쇠약해져 있었다. 공공 자원은 적었고, 많은 나라들은 그나마도 대부분을 전쟁에 소비했다.
이제 세계 대부분 지역이 훨씬 부유하고 건강한 상태이긴 하지만, 오늘날에도 걱정되는 것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코로나19의 발병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점들을 통해 보건대, 1세기 전 스페인 독감에서 어떤 교훈을 찾으려고 할 수 있지만, 아주 신중을 기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스페인 독감은 이미 인구 건강 개선에 성공한 나라들조차도 감염병이 대유행하게 되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상기시켜준다. 이 새로운 병원체는 엄청난 충격을 주고, 수백만의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스페인 독감이 경고의 의미로, 그리고 많은 연구진이 해오고 있는 것처럼 대유행병으로 번지기 전에 충분한 대비하라는 동기의 의미로 인용되어 온 것이다.
자료 출처: Our World In Data, “The Spanish flu (1918-20): The global impact of the largest influenza pandemic in history”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스페인 독감(1918~1920년): 역사상 최대 대유행 독감이 전 세계에 미친 영향’